기사입력시간 26.07.06 09:30최종 업데이트 26.07.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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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영국 정부의 근원적인 고민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른바 ‘건강 기대 수명’은 지역 주민의 건강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동시에, 지역 간 건강 격차와 건강 불균형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지역 간 건강 기대 수명의 차이는 사회경제적 조건, 의료접근성, 건강행태, 생활환경 등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건강 불평등의 종합적인 결과물이고, 건강 형평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국제적인 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역 격차 측면에서 이웃 타이완, 일본과 함께 상황이 좋은 상위 국가 중 하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건강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하며 격차 해소를 의료 문제의 관점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 미국, 캐나다, 중국, 러시아, 호주 등 면적이 큰 나라를 보면 지역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의 영토와 중국 충칭시는 면적이 비슷하다. 우리나라 지역 격차의 단위는 면적이 큰 나라에 비하면 매우 미분(微分)적 이어서 지역간에 체감하는 격차는 실제 보다 확대돼 보일 수 있다. 

최근 영국의 Health Foundation 발표에 의하면, 영국의 건강 기대 수명이 2012~2014년과 2022~2024년 사이 약 10년 정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60.7세, 여성 60.9세로 약 2년 감소했다. 현재 90% 이상의 지역에서 국가 연금 수령 연령에 해당하는 66세 미만으로 하락한 것이다.

특히 10개 지역 중 1개 이상에서는 건강 기대 수명이 55세 미만으로 나타났는데, 부유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 간 건강 기대 수명의 심각한 불평등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에서 소득 분위가 가장 낮은 10분위와 가장 높은 10분위 사이의 기대 수명 격차는 남성의 경우 19.4년, 여성의 경우 20.3년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빈부 격차 건강 불평등 완화 단편적 땜질식 아닌 범정부적 조치 새로운 전략 요구 

전 세계 고소득 국가 21개국 중 영국은 2011년과 2021년 사이 건강 기대 수명이 감소한 5개국 중 하나이며, 감소 폭은 두 번째로 크다. 그 결과, 영국의 건강 기대 수명 순위는 14위에서 20위로 낮아졌으며, 현재 기준으로 보면 미국만이 영국보다 낮은 것으로 분류됐다.

영국 정부는 건강 증진을 정책의 핵심으로 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범정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처방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정부는 강조한다.  

이처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이유로는 대부분 지역에서 영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이미 연금 수령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일정 기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이 중 상당수는 은퇴 전 10년 이상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이로 인한 막대한 인적 손실뿐 아니라 경제 및 재정적으로도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동 참여율 감소와 사회보장에 대한 의존도 증가, 노후 대비 저축 능력 저하 등이 그 예다.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25~49세  사망률이 높아졌고, 건강 악화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한 영국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 고용, 훈련을 받지 못하는 16~24세 청년층의 수가 증가하는 등 근로 연령층의 건강 악화가 전체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의 주민은 부유한 지역의 주민보다 건강한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짧고, 질병에 걸리는 시기도 훨씬 빠르다. 이러한 격차는 질병 부담의 차이뿐만 아니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요인들을 반영한다. 

거주 지역이 건강 악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영국 통계청의 연구(2011년~2021년)에서 잘 보여준다. 가장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는 근로 연령 인구 5명 중 1명은 10년 후 건강 상태에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인구통계학적 및 사회경제적 차이를 고려했을 때, 가장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는 근로 연령층(16~69세)은 가장 낙후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근로 연령층에 비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최소 43% 포인트 더 높았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는 20~24세 여성은 가장 낙후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에 비해 10년 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응답할 ‘위험성’은 무려 72% 포인트 더 높았다. 남성의 경우는 70%였다. 

의료적 접근만이 ‘건강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지 큰 틀에서 종합적 상황을 따져봐야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응답자의 주요 사회경제적 요인은 실업, 경제활동의 비참여, 그리고 민간 또는 공공 임대 주택 거주자였다. 이러한 요인들은 건강 회복 가능성 감소와도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2011년에 실업 상태였지만 구직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10년 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취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여성의 경우 67%, 남성의 경우 82%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영국인이 건강을 유지하고 개인적으로 경제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조치는 사람들이 노동 시장에서 이탈 방지와 주거의 질과 안정성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하는 예방적 접근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Health Foundation의 보고서를 보며 현재 영국의 건강 악화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NHS(국민보건서비스)의 틀을 넘어 건강 악화의 근본 원인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영국의 조세 바탕 의료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매우 우수한 나라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보고서는 영국에서 건강 격차에 대한 정부 정책의 접근은 의료가 아닌 더욱 근본적인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결이 우선으로 보인다. 이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 소멸 지역이나 불분명한 의료 취약지 해결책으로 ‘의료적 접근’만이 우선인지 보다 냉철한 고민이 필요하다.  
 
<참고 자료>
https://www.health.org.uk/reports-and-analysis/analysis/socioeconomic-disadvantage-and-self-reported-health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안덕선 # 영국 # 의료정책연구원 # 의료정책 # 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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