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7.13 07:16최종 업데이트 22.07.1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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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유통구조 어지럽히는 '간납사'..."제도 개선으로 순기능 살려야"

의료기기업체 대상 갑질∙특수관계 간납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 지적...순기능 살리면 의료기관-산업계 윈윈

인제대 경영학부 배성윤 교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임종규 자문위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지난 5년 동안 시장규모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해묵은 유통구조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간 의료기기업계에서는 간납업체가 과도한 마진율 책정, 대금 결제 지연, 가납 등의 갑질을 하거나 대형병원과 특수 관계에 있는 간납업체에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유통구조 개선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건전한 한국형 간납업체 유통질서 정착..."유통회사 자격요건 강화 및 마진율 적정화"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인제대 경영학부 배성윤 교수는 건전한 한국형 간납업체(GPO) 유통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의 구매·거래 비용 절감, 의료기기 공급업체의 영업비용 절감과 안정적 생산계획·사업운영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를 위해 의료기기 전문 유통회사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자격요건을 강화하자고 제언했다. 의료기관 개설자, 임원, 직원 등 특수관계인의 도매상 개설을 금지하거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특정 의료기관만을 위한 독점적 영업행위를 금지해 불공정 거래행위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기 유통 및 거래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그 결과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복지부와 합동으로 4월부터 의료기관 168개, 제조·수입업체 36개, 간납업체 44개, 56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인데 이 같은 조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적정 마진율과 공공조달 방식 도입도 언급했다. 배 교수는 “공공서비스나 공익적 성격이 강한 서비스에 대해선 법으로 적정 마진율 설정이 가능하다”며 “실제 공인중개사법에 근거한 거래 금액대별 주택 중개보수의 경우 상한요율과 한도액을 설정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의료기기에 한해 공공기구를 통해 입찰, 거래가 이뤄지도록 민간 합작의 의료기기 유통관리센터를 설립하거나 공공거래소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부연했다.

배 교수는 끝으로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수가 포괄화와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의 이행을 제언했다.

그는 “현재 의료기기 유통질서 문제는 법적 규제 강화나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며 “행위별 수가제에서 저가구입 인센티브, 품질기반 위험 공유 제도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치료재료 유통과정도 의약품 유통과 동일하게 제도 개선 필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임종규 자문위원은 치료재료 유통 과정을 의약품 유통과 동일한 제도로 개선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상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동일한 급여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급여기준 및 상한가를 설정하고 실거래가상환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통 제도는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에 따라 상이하게 운영 중이다.

의약품의 경우 의료기관과 거래에서 특수관계인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약국관리료·의약품 관리료 등 관리비용을 인정하고 있지만 치료재료의 경우 이같은 제한이나 관리비용 인정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 위원은 “현재 약국과 의료기관의 의약품 구입과 재고관리 등에 관한 비용을 약국관리료와 의약품 관리료로 급여를 인정해주고 있다”며 “의료기관이 구입하는 치료재료에 대해서 실거래 가격의 5%에 해당하는 치료재료 관리료를 신설하고 보헙급여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도매업체에 대한 허가 제도 신설도 주문했다. 약국과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하려는 업체는 기조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도매업 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동일한 제도를 치료재료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설·인력 기준, 자기자본금 보유 등 허가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기관 개설자의 도매업 허가 제한, 특수한 관계의 의료기관과 거래 금지, 6개월 이내 대금지급 의무화 등을 주장했다.

이 외에도 임 위원은 공급내역 보고는 심평원, 유통관리 부처는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치료재료의 경우 공급기관이 식약처에 신고를 해야해 사후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통관리는 복지부와 식약처의 업무 구분이 돼 있지 않아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의협 "상급종합병원부터 유통구조 개선"...복지부 "근본적 문제 고민 필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이사는 현재 기형적 형태의 간납사로 인한 문제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상급종합병원부터 순차적으로 유통구조 개선에 착수하자고 했다. 

김 이사는 “의약분업과 저수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수익보전과 비용관리를 하기 위해 이상한 형태의 간납사가 생기며 유통구조를 왜곡시킨 게 사실”이라며 “현상황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간납사들이 다 없어지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구매력이 떨어지는 병의원들은 의료기기를 효율적으로 구매 및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보다 선진화된 형태의 구매대행업체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특히 숫자에 비해 치료재료 비용에 막대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유통구조 개혁이 절실하다”며 “한 번에 넓은 범위에 적용하다보면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상종을 대상으로 병원이 지분을 소유하거나 특수관계인이 간납사를 운영하는 식의 잘못된 시스템을 먼저 없애자”고 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건전하지 않은 유통구조를 가진 병원에 대해선 페널티를 주고, 바람직한 시스템을 가진 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상종 대상으로 우선적인 시험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하태길 과장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과장은 “실태조사는 실태조사대로 진행하되 제도의 문제점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만 개선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보다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실거래가 상환제도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면 보험급여과 등과도 논의가 필요해지는 등 고민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며 “현재는 병원이 마진을 가져가기 위해 간납사를 놓고 있는데 그게 없어진다고 한들 마진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명확지 않다. 실거래가 상환제의 의의 등을 포함해 종합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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