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조기 진단과 환자 치료 활용, 바이오산업 생태계 조성까지…"유전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자"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유전체, 이미 다가온 미래 의학', 거스를 수 없는 의학 변화의 흐름을 피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
테라젠이텍스 김경철 부사장(가정의학과 전문의)과 메디게이트뉴스가 26일 ‘유전체, 다가온 미래 의학’ 책을 출간했다. 김 부사장이 지난 6개월 간 써왔던 ‘유전체의학 지상특강’ 칼럼을 바탕으로 최신 트렌드와 전망을 추가해 유전체의학이 가져오는 미래 의학의 흐름을 담았다.
김 부사장은 “유전체의학은 막연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늘상 봐오던 환자가 가진 질병의 기반”이라며 “의사를 비롯해 보건의료계, 바이오 관계자들이 유전체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눈을 뜰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고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과 함께 유전체가 가져올 미래 의학을 미리 살펴봤다.
-‘유전체, 다가온 미래 의학’은 어떤 내용을 주로 담았나.
“이 책은 유전체를 이해하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알기 쉽게 썼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질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유전자분석을 통한 맞춤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인체 내 미생물 안에 있는 100조개의 유전자 정보인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정보에 따른 영양 분석을 알 수 있는 후성유성학 등이 생겨나고 있는 흐름을 소개하고 싶었다.
15분만에 유전자 시퀀싱을 완료해 휴대폰으로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시대도 열리고 있다. 바이오와 정보기술(IT)의 결합, 블록체인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책의 주독자층은 누구라고 보는가.
“우선 임상을 하는 의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직 유전체를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책 한 권이면 금방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 다음으로 미래 의학을 준비하는 의대생들이나 간호학과 학생, 생명공학 전공자들이 읽기를 바란다. 유전체와 관련된 전공을 했더라도 이 책으로 최신 산업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바이오 투자자나 정부 관계자 등도 트렌드를 한 눈에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전체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임상의사로 매일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면서 답답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휴먼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될 때였다. 우연한 계기에 2004년 1월 뉴스위크지에 ‘유전체와 다이어트’ 주제의 커버스토리를 흥미롭게 읽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침을 뱉어 유전자검사를 하고 본인의 유전자 특성에 맞는 음식을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저자의 강연을 요청했는데 실제로 와주셨다. 이로 인해 유전체의학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6년에 미국 터프츠대 항노화연구소(HNRCA)에서 2년간 유전체의학 연구에 참여했다. 이후 차의대, 바이오회사 등 여러 경험을 통해 유전체정보와 환자 진료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유전자검사와 관련이 없던 의사의 경우 관련 내용을 공부했을 때 환자들에게 접목할 영역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유전체분석을 통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이를 활용한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화가 확대되고 있다. 건강검진 상품에 유전체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흐름만 살펴보더라도 활용 가능성이 커진다고 느낄 것이다. 의사들은 매일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유전체라는 새로운 특성을 살려서 진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바이오 지식도 낯설고 컴퓨터 기술은 더욱 낯선 임상의사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벅찰 수 있다. 하지만 한 눈에 유전체 연구와 산업 트렌드를 살펴본다면 미래 의학에 이미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 ”
-일부 젊은 의사들은 의대 과정에서 유전체를 배운다고 한다. 이들이 앞으로 유전체와 관련한 일을 접목해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의대에서 유전체가 아닌 ‘유전자’에 대한 이론을 배웠을 것이다. 희귀질환 유전자 등에 대한 이론은 다소 무겁고 재미 없게 느껴졌을 수 있다. 또 이론은 산업생태계에서 유전체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 반영하지 않는다.
이 책은 유전체분석의 연구적인 트렌드와 산업적인 트렌드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거대담론으로 대한민국 미래 바이오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보여준다. 현재 유전체분석 시장이 어느 지점에 와있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조망해봤다. 일단 의사들이 눈을 뜬다면 진료현장부터 산업생태계까지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바이오기업 또는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유전체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일부 소비자들도 자신의 유전자검사를 바탕으로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그동안 유전체 데이터 자체를 생산하는데 열중해왔다. 이제부터 기업이 할 일은 생산된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활용하는 데 있다. 일부 똑똑한 소비자들도 유전자검사를 통한 질병 예방이 필요하다고 의사들에게 요구하면서 산업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환자,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상의사의 목소리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 목소리가 있어야 하고 이를 연결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유전체 정보는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다. 질병과 밀접하지 않은 영양, 운동, 건강증진 등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규제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나.
“내년에 어떤 방식이든 DTC 규제가 풀릴 예정이다. 여전히 학계와 소비자는 유전자검사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유전자검사에 대한 소비자의 건전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필요하다.
유전자검사와 관련한 규제를 풀거나 그동안의 질서를 없앤다고 해서 산업에 도움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하고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제는 없애야 한다. 다만 규제는 합리적이면서 전문적인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를 없애기보다는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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