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5.25 07:00최종 업데이트 17.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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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개원의의 열악한 삶의 질

주당 50시간, 토요일도 근무…연휴도 못쉰다

[칼럼] 정명관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내년도 수가 협상이 한창이다. 물가 수준 이상은 인상이 되어야 한다, 임대료와 직원 급여 인상, 장비 투자를 하려면 적어도 3% 이상은 인상되어야 한다며 공단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분주하다.
 
그런데 수입이 많고 적은 것과는 별개로 우리나라 개원의의 삶의 질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대단히 열악한 편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에서도 의사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낮고 특히 대학병원 의사에 비하여 개원의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온다. 진료 수가 협상 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앞으로는 수가 뿐만 아니라 삶의 질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공단과 의협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으면 싶다.
 
우선 우리나라 개원의는 선진국과 비교하여 주당 진료시간이 길고, 연간 가장 많은 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가장 짧은 휴가를 간다. 주 40시간 주5일 근무가 정착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의 개원의는 여전히 주당 평균 50시간씩 근무하고 주 6일 근무하고, 공휴일이나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휴가도 연간 1주일은 고사하고 일요일을 포함하여 3박 4일 가는 곳이 많다.
 
모든 나라의 개원의가 이렇게 바쁘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영국 NHS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현재 한 환자 당 평균 10분 정도인 진료시간을 15분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하루 23명, 주 5일 기준으로 주당 115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개원의의 하루 진료 인원에 맞먹는 숫자다. 영국의 개원의는 휴가도 연간 6주를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개원의가 그렇게 진료하면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우리와 비슷한 환경으로 보이는 일본의 개원의의 진료 시간을 보면 단독 개원의인 경우 오전에 3시간 진료하고 12시에서 5시까지 왕진을 가기도 하고 휴식이나 운동, 사회활동을 한 후 저녁에 2~3시간 정도 진료하는 곳이 많다.

북유럽이나 오스트리아에도 그렇게 하는 곳이 많다.

그렇게 해도 의원이 유지가 되는 모양이니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개원의는 진료실에 매여 있는 몸이라 사회활동이나 운동 등에 시간을 낼 겨를이 없다.

그러다보니 각종 공청회나 정책 세미나 등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어 개원의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도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탈리아의 개원의들도 주로 예약제로 운영이 되다 보니 오전/오후 하루 2세션, 주5일로 따져서 10세션 가운데 보통 진료는 5세션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방문 진료를 하거나 회의에 참석하거나 학회에 참석하거나 한다.

대학병원 교수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공동 개원이 많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다. 역시 휴가는 연간 한 달 이상씩 간다. 네덜란드의 개원의는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 주중 하루는 7시까지 '야간 진료'를 한다고 한다. 당연히 주 5일 근무이다.
 
근무 시간과 휴가 문제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개원의는 은퇴 이후의 삶이 보장되지 않기에 무리하게 일하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자영업자이다 보니 은퇴 이후 퇴직금과 연금이 없어서 고령이 되어서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영국의 예를 들면 영국의 개원의는 은퇴 이후에 충분한 연금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2012년에 은퇴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높이려 했을 때 의사들이 파업까지 하며 반대한 사례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기력이 있을 때까지 일하려고 한다. 은퇴 후 영국의사들이 받는 연금은 현직 급여의 거의 80% 이상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국민 연금을 받는데 납부 기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월 백만원 수준일 것이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의사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의사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하고 의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학회 참여 등을 통해서 재충전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은퇴 후의 걱정이 줄어들어 고령의 의사가 진료하는 일이 줄어든다면 그것 자체가 환자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개원의 # 수가 # 삶의 질 #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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