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최근 들어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한 사건이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병원이 폭행 사건을 감추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전공의들의 화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이런 폭행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강남세브란스 전북대병원 등 전공의 폭행 잇따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부산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해당 진료과 교수로부터 폭행을 당해 해당 병원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24일 밝혔다.
대전협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전공의 11명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한 교수로부터 온 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수차례의 폭행을 당했다. 전공의들은 교수로부터 수술 기구로 정강이를 수십차례 두드려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머리를 맞아 고막이 파열되기도 했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병원의 진상조사 이후에 해당 교수는 3개월의 정직 처분에 그쳤다"라며 “이 마저도 전공의들은 사건을 감추려고 들어 노동조합에서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2명은 회식 자리에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다른 교수는 이를 덮으려고 하자 이달 13일 동반 사직했다. 또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선배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이 전공의는 경찰에 출석해 폭행과 관련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스승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지장 생길까봐 ‘쉬쉬’
전공의들은 교수로부터 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해도 '스승'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감추려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사건 등도 전공의들이 '쉬쉬'하다가 사태를 키웠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어떤 사건이 생긴다 해도 당장 전공의를 그만둘 수 없고 결국 남은 기간을 해당 교수와 보내게 된다”며 “스승과 제자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병원에 취업할 때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병원에 이의를 제기해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병원 내부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교수와 전공의는 계속 마주치고, 전공의를 신고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부산대병원 사건은 노조가 나선 이후에야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사건은 대전협이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전북대병원 사건은 경찰 조사와 대한병원협회 수련평가위원회의 제재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안치현 회장은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교수들의 태도와 열악한 수련 환경이 안타깝다”라며 “피해자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입는다면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70% 폭력에 노출...정부가 대응책 나서야
전공의 70% 이상은 수련받는 병원에서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전협이 전국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대전협은 "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은 전공의를 그저 노동력 착취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의지가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수련기관 내 폭력 발생에 따른 매뉴얼을 마련해 전국 수련기관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최근 계속해서 불거지는 전공의 폭력과 성폭력 사태에 윤소하 의원이 국감에서 지적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해결을 약속했다"라며 "정부가 전공의 폭력 사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병원에 강제적으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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