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1.02 07:40최종 업데이트 26.01.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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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초진료 '140원' 인상된 1만8840원...우리나라는 과연 공정하게 보상하고 있는가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불공정한 보상’에 대해 모처럼 시원한 발언을 했다. "보상이 낮다면 올려야 한다. 뭉개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수가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손톱만큼 인상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 보상도 안 해주면서 위험을 감수하라면 누가 하겠냐"며 현실적이고 보다 큰 폭의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불공정 보상에 대한 발 빠른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 이런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복지부 고위 공무원은 수가 인상이 필요 없다는 의견이다. 달리 표현하면 의사 수입은 아직 괜찮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의료 개혁에서 ‘일차 의료 활성화’와 ‘주치의 제도’는 빠짐없는 제기되는 사안이다. ‘주치의(Primary Care Physician, PCP)’는 환자 개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보건의료 전반을 책임지고 조정하는 핵심 관리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우선 건강 문제를 느낄 때 가장 먼저 상담하는 의사로 정의할 수 있다. 주치의 역할을 살펴보면 우선 환자의 중증도와 필요성을 판단해 직, 간접적인 치료 또는 차상급기관으로 의뢰를 하면서 불필요한 대형 병원 이용과 과잉 진료를 예방하는 문지기 역할도 수행한다.

급성 또는 만성질환, 정신건강, 생활 습관, 사회적 요인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포괄적이면서 전인적인 의료(Comprehensive Care)를 제공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관리와 신뢰 관계(Continuity of Care)도 형성한다. 그리고 ‘진료 조정자(Coordinator of Care)’로서 여러 의료기관과 전문의가 개입할 때 적절히 진료를 조정해 검사와 치료 결과를 종합해 중복되는 내용과 충돌 상황을 방지한다.

또한 퇴원 후 관리를 비롯해 재활, 지역사회 서비스를 원활히 연계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예방과 건강증진의 책임자로서 예방접종, 건강검진, 질병의 조기 발견, 생활 습관 개선 등을 상담하고 안내한다. 한편으로는 환자 옹호자로서 환자가 의료 정보를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도록 지원한다.

또한 의료체계 내에서 환자의 이익과 안전을 대변하며 취약계층 환자의 접근성과 연속성을 확보해 준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건강관리자로서 지역사회 질병 양상과 건강 문제를 인지해 보건소와 관련 복지기관, 방문 의료와 돌봄 서비스 등과 연계하는 공공보건 정책의 실제 살아있는 현장에서 실행 주체 역할을 이행한다. 이와 같이 일차진료 주치의 역할이 막중한데 OECD 연평균 수진율이 6회에 못미치는 국가들의 실정에 실제로 제한된 일차진료의 교과서적인 7~8가지의 엄청난 직무가 의료 현장에서 차질 없이 수행이 가능한 것인가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의료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 ‘초진’, 우리나라는 과연 공정하게 보상하고 있는가?

의료제도가 어떤 형태를 취하던 의료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초진’이다. 의료제도의 기본 설계에 따른 초진의 역할에 따라 의료 소비는 장려되기도 하고, 통제되기도 한다. 일차진료 의사에게 문지기 역할을 부여하는 국가는 ‘의료 소비의 사회화’가 정책 방향의 목적이다. 이는 흔히 표현하는 ‘사회주의 의료’와는 다른 뜻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운영 단일 의료보험은 이미 ‘의료의 사회화’를 채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공정한 보상이 아닌, 원가 이하의 정부 주도 일방적인 수가 산정은 소비 통제가 아닌 소비 장려책이 되고 있다. 비용 부담이 적어 환자의 접근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낮은 초진 수가로 의료 소비에 대한 사회화는 요원해 보인다. 그 이유는 소비억제를 정당화할 합리적인 설명과 이에 반하는 의견을 피력하는 환자와 이견과 갈등을 극복하고 설득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정부와 초진료 인상을 놓고 대립해 왔다. 특히 2023년 11월에 GP 상담 비용을 2017년 수가 수준인 25유로에서 26.50유로로 단 1.50유로만 인상했다. 그러나 만성적인 초진료 저수가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인 태업과 파업 사태를 촉발하는 것은 물론 의료계의 원성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초진료의 기본을 30유로로 인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인상안에 모든 의사노조가 합의한 것은 아니다. 초진료 인상의 대가로 의사 노동조합은 2025년까지 항생제 처방 건수를 약 10% 줄여 4억 유로 규모의 재정 절감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G7 국가의 2025년 기준 진찰료 초진 수가 수준을 비교하면 G7 국가는 한국의 초진 수가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2025년 초 환율로 계산해도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9만9919원)이다. 미국의 제시된 금액은 초진료 중 가장 저렴한 것의 하나인 메디케어(Medicare) 수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비교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 최근의 환율을 감안해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초진료는 5만 원대에 근접한다. 캐나다, 독일, 일본은 비교 대상 국가 중 낮은 초진료를 보이는데도 현재의 환율로 3만 원대이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연속 실패작 의료 개혁 선심성 급여 정책으로 ‘조달 의료’로 전락 
 

우리나라의 세계 최고 수진율, 최고의 병상 보유 등 일부 기형적인 현상은 정부의 왜곡된 의료제도와 정책에 기인한다. 수가 정책이 의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으로 보이나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 소비 장려 역할을 유도한다. 의료에 대한 의사의 형사 범죄화로 인한 방어 의료를 위해 환자와 논쟁보다는 환자 요구 사항에 맞춤형 조달 형태인 속칭 ‘케이터링 의료(catering)’가 표준이 됐다. 필수 의료의 가장 기본은 초진인데도 정작 필수 의료 살리기 정책에는 초진료가 결정짓는 의료행태를 바꿀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새해 초진료를 눈곱만큼의 140원 인상해 1만 8700원에서 1만 8840원으로 책정, 공시했다. 건보공단은 이것만으로 연간 190억 원 정도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엄살을 떤다. 한 해 의료비로 120조 원 규모를 지출하는 국가에서 합리적이고 현실적 인상과 조정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역대 정권마다 보여줬던 연속적인 실패작의 의료 개혁 역사에서 가장 핵심 주제는 그야말로 철저히 깔아뭉개며 넘어 왔다.  

우리나라 의사들도 초진료가 상승하면 현재의 초진 행태가 달라질까? 초진만 잘해도 어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면, 지금까지의 패턴에서 벗어나 초진 수진율이 더 상승할까? 

낮은 초진료가 진료 수입 면에서 의사에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역설도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과연 초진료가 공정하게 책정되면 환자에 대한 면담도 길어지고 의료 소비의 통제 역할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인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료행태도 고액 초진이 되면 변할 수 있는 것인가? 

현재의 환자 요구 중심 의료인 ‘맞춤형 조달 의료’가 과연 의료 소비 사회화로 변할 수 있는지 개혁의 실현 여부가 온통 혼란스럽다. 의료 소비를 촉진하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조만간 탈모치료제도 급여화될 모양새인데, 대통령의 ‘공정 보상 지시’에 대한 반응은 아마도 또다시 뭉개고 넘어갈 모양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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