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콩 나듯 신약이 나오던 다발골수종(혈액암) 치료가 모처럼 혁신 신약들로 풍년을 맞았지만, 정작 의사들은 걱정이 앞섰다.
보험 적용되는 데 수년이 걸려, 막상 보험약가로 쓸 수 있을 땐 시기를 놓쳐 효과를 못 볼까 두려워서다.
비운의 약 '레블리미드'처럼.
28일 다발골수종 신약 '키프롤리스(성분명 카르필조밉/제조사 암젠)' 출시 간담회는 이 같은 우려 목소리로 가득 찼다.
'키프롤리스'는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에 더해 쓸 수 있도록(3제 병용요법) 작년 11월 허가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키프롤리스는 3제요법 중 무진행생존기간을 가장 많이 연장한 혁신적인 약이다. 2~3개월밖에 못 살 환자에게 9개월을 연장했다"면서 "이런 좋은 약이 나왔는데 우리나라 환자만 또 혜택을 못 받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상 결과, 키프롤리스+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군은(KRd 요법)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군(Rd요법)에 비해 무진행 생존기간(26.3개월)을 8.7개월 연장시켰다.
특히 첫 치료를 받은 이후 1년 안에 재발한 다발골수종 환자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 중 1년 안에 재발한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을 Rd요법 대비 KRd요법에서 각각 11.6개월, 6.2개월 유의하게 연장했다.
또 2년째 전체 생존기간(OS) 73% 및 유의하게 높은 전반적 반응률을 보였으며, 3명 중 1명이 완전관해에 도달했다.
민 교수는 "기대여명이 많지 않은 환자에 대한 높은 생명 연장 효과라, 의학적으로 의미가 크다"면서 "보험 적용되면 향후 다발골수종 환자 생존율이 많이 향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약을 가로막는 건 그동안 다발골수종 신약들이 겪은 보험 이슈다.
레블리미드는 허가 후 5년만에 보험 적용됐고, 2014년 허가받은 3차 약제 '포말리스트(포말리도마이드)' 역시 2년 가까이 보험 문턱을 못 넘고 있다.
게다가 3제요법인 '키프롤리스'는 국내 급여 기준 상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퍼제타'는 '키프롤리스'같은 3제 병용요법으로, 기존 2제요법에 퍼제타를 더하면 보험 대상이던 2제마저 비보험 처리되다가 최근에서야 개선됐다.
익사조밉 등 내년 허가받을 3제요법이 모두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민 교수는 "3제는 무진행생존기간을 8.7개월 연장시켰다. 이것이 환자가 받을 혜택"이라며 "그럼에도 2제가 표준요법이라는 이유로 3제 병용 시 모두 비보험 처리하는 것은 환자를 위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제중 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장(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은 "환자마다 치료제를 다르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3제요법으로 보험을 묶으면 정작 필요한 치료를 못하게 된다"면서 "단일약제로 보험 적용해야 한다. 학회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암젠코리아 노상경 대표 역시 "키프롤리스를 더함으로써 기존 2제요법까지 비보험으로 하게 되면 환자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때문에 이 3제 병용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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