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의 입장발표·美정부 우호정책·휴미라 경쟁시작·TNF-α 이어 항암제 영역에서 시밀러 활약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17년까지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제품이 유럽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독주했다. 올해는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경쟁에 가세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자가면역질환에 이어 암 질환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통해 다양한 재정 절감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2017년과 2018년 고가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 등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연간 약 4700억원의 의료 재정을 절감했다. 미국도 처방의약품 지출 절감을 위해 정책적으로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서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한해 동안 어떤 소식들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채웠는지 주요 퍼즐조각을 모아봤다.
주요 의학회들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입장문 발표
올해 초 미국류마티스학회(ACR)는 임상 현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용 근거를 다룬 백서(white paper)를 새롭게 발표했다. [관련기사=미국류마티스학회, 바이오시밀러 최신 입장 발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미국류마티스학회의 초기 입장은 제품 개발과 평가, 승인 과정에서 주의를 요구하는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최신 백서에서는 의료 제공자는 류마티스 질환 치료 요법의 일부로 반드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ACR은 "바이오시밀러는 유럽에서 광범위한 사용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와 함께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도 유사한 전환기를 맞이해 입장을 재검토하게 됐다"면서 "의료 제공자는 이제 류마티스 질환 치료제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승인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실무 지식을 유지하고, 새로운 바이오시밀러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진화하는 정책과 지침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바이오시밀러 사용이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개별 환자에게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SCO는 "과거 출판된 논문을 보면 의사들은 초창기 제네릭 사용이나 첫 단클론항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조차 우려했다"면서 "종양학 커뮤니티에 바이오시밀러의 안전성 및 효능 평가에 대한 교육 및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이 성명서를 작성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ASCO는 "암 치료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의료 비용이 증가해 비용 절감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면서 "이는 특히 항암 신약에서 두드러지는데, 가장 비싼 의약품 10개 중 8개가 항암제"라고 지적했다.
항암 치료제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환자들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회는 암 환자의 경우 다른 환자에 비해 파산할 확률이 2배 이상으로 높다고 발표했다.
ASCO는 "바이오시밀러는 미래 암 환자 진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킬 것이다"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환자의 신뢰를 높이려면 종양학 전문가를 교육하고, 효율적인 승인과 제한 없는 접근, 적절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보장하는 연방 및 주 정부의 정책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정책적 지원
연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스콧 고틀립(Sccot Gottlieb) 국장이 연초 바이오 의약품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들도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거짓된 의약품 가격 구조(Kabuki drug-pricing constructs)'를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관련기사=美FDA 국장, 바이오시밀러에 불리한 약가구조 비판]
약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이고, 연초 미국 의회에 제출한 2019 회계연도 예산안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반영됐다. FDA는 직접 약가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통해 의약품 경쟁을 강화시켜 약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틀립 국장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현행 리베이트와 계약 관행이 일부 어긋난(misaligned) 인센티브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고틀립 국장은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됐을 때 초기 할인율은 일반적으로 15~20%인데, 모든 환자를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할 수 없다면, 리베이트로 인한 손실 비용은 바이오시밀러 사용에 따른 할인 가치보다 크다"며 "이는 특히 즉시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활 환자 수가 적어 스폰서가 출시 즉시 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는 PBM이 대규모 리베이트를 계속 받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수용을 제한하는 상당한 재적적 동기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이러한 상황은 의회가 의도했던 의약품 경쟁에서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BAP의 주요 전략은 ▲바이오시밀러와 상호교환가능한(interchangeable) 제품 개발 및 경쟁 가속화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 커뮤니티에 대한 과학적이고 규제적인 명확성 극대화 ▲환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provider), 지불자(payor) 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개발 ▲FDA 요구 사항에 대한 게이밍(gaming)을 줄이거나, 후속 제품을 통한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줄이는 시장 경쟁 지원 등이다.
고틀립 국장은 "바이오시밀러 경쟁 진입을 부당하게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려는 회사들에 대해 한 군데를 때리면 다른 데서 또 튀어나오는 '두더지 잡기(whack-a-mole)'와 같은 규제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과 경쟁 간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과학 기반 경로로 의약품을 검토할 수 있도록 규제 요구 사항에 대한 현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의약품 개발 시간과 불확실성,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특허나 기타 법적인 배타성이 만료된 뒤 저렴한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및 상호교환가능한 대안을 효율적으로 승인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지원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메가 블록버스터 휴미라의 경쟁제품 출시
2018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바이오시밀러 관련 뉴스 가운데 하나로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 유럽 출시를 꼽을 수 있다. 휴미라는 15가지 적응증(국내기준)을 가지고 있는데다 2017년 글로벌 매출만 184억 2700만 달러(약 20조 3000억 원)인 초대형 품목이다. 유럽에서의 매출은 약 5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10월 중순 유럽에서 기본 특허가 만료되자, 유럽에서 승인 받은 5개 제품 가운데 특허분쟁에 합의한 4개 회사의 제품이 즉시 출시됐다. 이후 3개 회사가 추가로 각각의 후보물질에 대해 특허분쟁에 합의하면서 유럽 출시 가능성을 알렸다. [관련기사=휴미라 바이오시밀러, 4개 제품 유럽 출시 완료]
이처럼 바이오시밀러가 다수 쏟아지자 오리지널사인 애브비(AbbVie)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휴미라 가격을 10%에서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초강수를 뒀다.
애브비 리차드 곤잘레스(Richard A. Gonzalez)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북유럽 국가에서는 텐더(tender) 경쟁에서 이길 경우 전체 국가를 커버할 수 있는데다 비의학적 교체 투여(non-medical switching)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들 지역 매출이 글로벌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만큼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관련기사=애브비, "휴미라 유럽가격 10%에서 최대 80%까지 할인"]
하지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진행된 덴마크 입찰에서 휴미라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오시밀러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오리지널이 초저가 공세로 유럽 시장에서 우위를 사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유럽에 출시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암젠(Amgen)의 암제비타(Amgevita)과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의 임랄디(Imraldi), 산도스(Sandoz)의 하이리모즈(Hyrimoz), 마일란(Mylan)의 훌리오(Hulio) 4개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실테조(Cyltezo)는 2017년 10월 유럽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지널과의 상호교환가능성(interchangeability)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유럽에서 판매 승인은 받지 않았지만 프레제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와 모멘타(Momenta), 화이자(Pfizer)도 애브비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화이자는 이달 초 애브비와 합의를 마치고, 13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 파이조클라드(Fyzoclad)라는 브랜드명으로 제출한 허가 신청을 철회했다.
바이오시밀러 전문매체 Center for Biosimilar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가 유럽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화이자는 EMA에 휴미라의 모든 적응증을 포함한 것과, 특허청구 적응증을 제외한 것(skinny label)에 대한 총 2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화이자는 애브비와 특허분쟁에 합의하면서 전체 적응증으로 출시하기 위해 제한된 적응증 신청서(파이조클라드)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가면역질환 이어 암질환에서, 유럽 이어 미국까지 확대 기대
그동안 2세대 바이오시밀러가 가장 많이 활약한 분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TNF-α 억제제 영역이다.
셀트리온(Celltrion)은 레미케이드(Remicade, 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Remsima)로 IQVIA 집계 기준 올해 유럽 인플릭시맙 시장 점유율 54%를 기록했고, 최근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에 대한 유럽 허가신청을 완료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Enbrel, 성분명 에타너셉트), 레미케이드, 휴미라 3종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 모두 유럽에서 출시, 현재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항암제 영역에서도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로슈(Roche) 리툭산/맙테라(Rituxan/Mabthera, 성분명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는데다, 이어 올해 2분기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도 출시됐기 때문이다.
리툭시맙 시장에는 셀트리온의 트룩시마(Truxima)와 산도스의 릭사톤(Rixaton)이 오리지널과 경쟁하고 있다. 트룩시마는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1년만에 유럽 시장 점유율 32%를 기록했다.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하면서 오리지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허셉틴도 바이오시밀러와 경쟁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로슈의 3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허셉틴의 3분기 유럽 매출은 21% 감소했다. 유럽에서는 셀트리온의 허쥬마(Herzuma),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Ontruzant), 암젠의 칸진티(Kanjinti)가 판매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항암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트룩시마는 11월, 허쥬마는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오리지널의 특허는 각각 올해와 내년 만료된다.
한편 트라스투주맙 시장에서는 허쥬마 외 다른 바이오시밀러들의 허가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어떤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트라스투주맙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는 바이오콘(Biocon)과 마일란이 공동 개발한 오기브리(Ogivri)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다. 암젠과 엘러간(Allergan)이 공동개발한 ABP 980은 6월 1일 FDA로부터 CRL(Complete Response Letter)을 받았다. 화이자는 4월 FDA로부터 PF-05280014에 대해 자료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허가일정이 한차례 지연됐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3(유럽 판매명 온트루잔트)은 11월 FDA 로부터 바이오의약품허가신청(BLA) 심사기간 연장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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