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1.09 06:00최종 업데이트 19.11.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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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분석심사 반대하는 이유…분석지표 객관적 검증 요구, 청구명세서 행정적 부담,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필요

김재연 전북의사회 정책이사 "심평원 심사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우려부터 해소해야"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는 왜 '분석심사'라고 일컫는 정부의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반대할까. 그 이유로는 첫째, 심사기준으로 마련되는 분석지표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 둘째, 청구명세서 개편으로 의사들의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정보 통제 의도로만 보인다. 셋째, 심평원 심사제도로 생긴 불신부터 해소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합의를 거쳐야 한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정책이사는 8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심사평가체계 개편에 대한 토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 이후 심사체계 개편 계획을 세웠다.  2018년  9월부터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해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부의안건으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심평원 심사체계 개편의 핵심은 기존의 건별 심사에서 벗어나 주제별로 분석지표를 개발해  기관 단위로 관찰・분석하고, 환자 중심 에피소드(주제) 단위 심사, 의학적 타당성 중심의 심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심사위원회를 두고 의사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경향심사에서 동료의사 심사제도, 분석심사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심사체계 개편안의 중단 및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재차 요청해왔다. 의료계의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협 추천의 전문가심사위원회를 배제하고서라도 해당 개편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분석지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 필요 

심사평가체계 개편 과정에서 분석 지표를 선정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과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재연 이사는 “심사체계 개편안은 주제별 분석으로 다양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그 단위를 더 세부적으로 확장시킬 여지를 두고 있다”라며 “심평원은 각 단위별 의료 이용과 제공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고, 특히 의무기록 등과 연결하면 더욱 강력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심사기준인 의학적  타당성을 정의하는 데는 고려할 요소가 많다. 각 상황에 대한 의학적 특수성이 달라 환자와 의사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라며 “이에 의학적  타당성에 어떤 내용을 반영하고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심평원은 진료비 심사제도에  활용될 분석 지표를 다양하게 개발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라며 “지표의 경우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검토가 필요하다. 지표 사용에 대한 합리적 근거 등을 제공해 사전에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심평원은 동료의사 심사를 위해 단계적 의사결정체계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3단계의 의사결정기구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해 제도운영기구라는 상위기구(TRC)의 경우 의료계, 가입자, 공익대표, 심평원 등이 참여한다. 특히 의료라는 분야의 특수성, 전문성을 고려하고 심사체계 개편 취지 등에 비춰 구성원에 가입자 참여가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진료비 심사는 의사가 행한 진료행위에 대한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이해당사자는 좁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한 전문심사위원회에 의사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각 지역별로 종별, 주제별로 위원회를 꾸려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개원의가 심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라며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인력풀이 충분한지, 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 활동에 대한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구명세서 개편, 행정적 부담 가중되고 정보 통제 의도 

청구명세서 개편으로 의사들의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모든 정보를 통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이사는 “심평원은 주제별, 의학적 타당성 기반의 분석심사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의무기록  기반의 자료수집이 가능하도록 청구명세서를 대폭 개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의 청구명세서가 아닌 의료인이 실제 행한 의료행위 정보, 즉 의무기록을 기반으로 하는 심사체계 개편과 실시간으로 심사지표별 정보를  축적,  분석하기 위해 임상 진료정보를 적기에 활용․연계하는 심사방식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그러나 청구명세서 개편이 개별 환자의 특성, 실질적인 진료 내용과 그  결과 등 모든 임상정보를 수집・관리하기 위해서라면 타당성, 적절성, 개인정보 문제 등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청구명세서 개편을 하다보면 의사들의 비용과 행정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이사는 “보건복지부 고시 '요양급여비용 심사 지급업무 처리기준'을 보면 심사에 필요하지 않은 접수시각, 처방시각, 혈액채취시각, 결과값이 나온 시각 등의 내용을 서식에 포함하고 있다”라며 “이는 진료기록을 세밀하게 해서 결국 심사, 평가, 지불제도 개편의 근거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렇게 되면 분석심사나 의료전달체계의 기초 통계자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무기록 표준화라는 명목에 따라 청구서식부터 변경하는 것은 분명한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는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지불제도와 연결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와 관련이 있다”라며 “심사 분석단위를 세분화하고 의무기록 등과 연결하면 총량 파악이 가능해 총액 관리와 같은 의료비 통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심평원 불신부터 해소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의료계의 심평원 불신을 해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김 이사는 “심사체계 개편 개정안의 내용은 의학적 타당성 중심의 심사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심평원의 당초 취지와는 다르다. 분석심사의 근거를 마련하고 진료비 심사 후 요양기관에 대한 사후관리 등을 강화한 것이다”라며 “특히 심사제도의 전제조건인 심사기준, 심사지침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의료기관과 의료비 모니터링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는 “진료비 심사제도의 목적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위해 진료 적정성을 심사하고 적정 진료를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운영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심사제도에서 적정수준을 낮은 비용을 기준으로 한다면 환자 수진권은 물론 의사 진료의 자율성도 침해할 수 있다. 이미 경험했던 국가들이 적정 진료 유도를 위해 교육과 지원, 의료인의 자발적 참여와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심평원은 심사체계 개편에 앞서 병행 추진 과제로 진료심사위원회 운영 개선,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한 심사 일관성 평가체계 운영, 청구오류 사전점검서비스 활성화, 불합리한 심사기준 개선 등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병행추진 과제를 선추진함으로써 의료계와의 신뢰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이사는 “진료비 심사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그동안 쌓인 심사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우려로 인해 심사체계 개선을 위한 논의는 그 자체로도 어렵다”라며 “논의 구조부터 내용, 기획 단계부터 모든 과정에 걸쳐 의료계와의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세심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그동안 진료비 심사제도 운영과정에서 쌓여온 의료계의 불만과 정부와의 신뢰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정부와 심평원은 현재 누적된 문제 해결을 위해 단계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심사체계 개편방향에 포함된 세부기준과 내용에 대해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 의사 참여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을 고려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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