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 수용(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마찬가지인 의정대화 합의의 파기를 선언하고, 회원들의 민의에 반하는 독단적인 행보를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지난 9월 28일 의협 최대집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보건복지부와의 의정대화를 통해 합의문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최 회장은 "의협이 9월 30일까지 문케어 정책 방향을 점진적인 정책으로 변경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결과"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가 강경한 투쟁을 하면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과 정부 모두가 불행해진다.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 진정성을 갖고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라며 투쟁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의협은 이번 협상안이 의협의 점진적인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 주장에 복지부가 동의한 것인 양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합의는 애초 최 회장의 요구에 훨씬 못 미치는 참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최 회장은 9월 30일까지 문재인 케어 항목을 3600개에서 100개로, 예산을 30조원에서 2~3조원으로 변경해달라며 정부가 답변하지 않으면 강한 투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에는 이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전혀 포함돼있지 않다”리고 했다.
병의협은 “의협은 문제인 케어의 정책 방향을 급진적에서 단계적으로 변경시킨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마디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협이 정부에 요구한 구체적인 답변이 들어있지 않은 합의문을 회원들에게 내밀면서 의협의 성과라고 발표하면 도대체 회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전혀 실효성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이번 합의문에 왜 도장을 찍어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번 합의 때문에 의협은 더 이상 ‘문 케어 저지 투쟁’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수가정상화 역시 정부는 계속 논의만 할 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게 됐다. 지금이라도 의협이 의정대화 합의문의 무효와 파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이런 조치 없이 지금처럼 회원들의 민의를 무시하고, 대화와 협상 운운하면서 친정부적 행태를 보이면 회원들은 더 이상 의협 집행부를 신임할 수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특히 ‘투쟁’을 위해 당선된 최 회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병의협은 “지난 39대 추무진 집행부가 대화와 협상만을 중시하고 친정부적 행태를 보이자, 회원 상당수는 이에 대해 비판했다. 다른 공약에 대한 어필 없이 오로지 문재인 케어를 저지시킬 유일한 적임자가 자신임을 강조하면서 투옥까지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을 펼치겠다는 최 후보를 의협회장으로 지지했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그러나 출범 후 지금까지 현 의협 집행부는 지난 추무진 집행부와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미숙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임기 초기부터 임원들의 잦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고, 공보험을 강화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다를 바 없는 ‘더 뉴 건강보험’ 정책을 들고 나와 회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탈퇴하면서도 막상 의정협의체는 그대로 유지하는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최근에는 대한한의사협회와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해서 비밀리에 진행하다가 발각됐다. 그러다가 회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라며 “경향심사의 심각성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복지부와의 뇌·뇌혈관 MRI 합의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8일에 의정대화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 10월 3일로 예정되어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안건 상정을 위한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의식한 것"이라며 "의협은 효력도 없고 아전인수식 해석이 가능한 선언문 형태의 합의를 임총을 앞두고 발표해 대의원들을 자극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의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의협 산하단체지만, 의협 행보에 재차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병의협은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진정한 의료계의 발전과 올바른 의료 시스템 정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합의문 내용에 대한 분석, "사실상 문재인 케어 수용"
합의문 1.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위하여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의-정간 충분히 논의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
병의협은 “의협은 문제인 케어의 정책 방향을 급진적에서 단계적으로 변경시킨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마디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애초부터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할 때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비급여 항목들을 급여화 할 것이라 발표했다. 그 세부계획까지 공개했다”라며 “이를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라고 명명한 것은 최대집 회장 자신이었고, 정부는 단 한 번도 급진적이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표현은 작년 8월 정부가 처음 문재인 케어의 시행을 발표했을 당시의 정책 방향과 동일하다. 최대집 회장 당선 직후 상복부초음파 급여화 강행부터 시작해 상급병실급여화, 뇌-뇌혈관 MRI급여화, 선천성대사이상 등의 필수의료 급여화까지 문재인 케어는 애초 정부의 로드맵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단계적 추진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성과가 있었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의협 집행부의 실패를 숨기고 계속 회원들을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필수의료’라는 의미와 범위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이다. 필수의료에 ‘한정하여’ 보장성 강화를 한다고 해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에 합의했다는 것은 필수의료 이외의 부분까지 보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상 이는 문재인 케어를 그대로 수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합의문 2. 현재의 저수가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상호 공감하고, 의-정 상호간에 진정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를 10월 25일 개최되는 의정협의체 회의를 통해 진행해 나간다.
병의협은 “문재인 케어를 통한 무분별한 급여화 이전에 기존 수가에 대한 수가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었다. 최대집 회장 역시 취임 초부터 수가정상화를 주장하며 건정심 탈퇴 선언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했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하지만 수가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2.7% 수가 인상이라는 어이없는 결과가 도출됐음에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복부초음파, 뇌-뇌혈관 MRI 급여화 과정에서 기존 관행수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가를 합의해주면서도 의협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그 어떠한 구체적인 수가정상화 방안도 받아내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의협이 또다시 수가정상화 방안이 아닌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술책에 의협이 다시 한 번 농락당했거나 아니면 농락당해주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현재 의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명확한 수가정상화 방안이지 수가정상화 논의가 아니다. 따라서 이 합의문을 성과라고 평하는 것은 회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문 3.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교육상담·심층진찰 확대, 의뢰-회송사업 활성화 등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해 나간다.
병의협은 “교육상담, 심층진찰, 의뢰-회송사업 등은 이미 추무진 집행부 때 논의되었던 사안”이라며 “각 직역과 직능에 따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아주 많다. 상당 기간 다양한 논의를 통한 컨센서스 형성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과거 추무진 회장은 위 사안들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다가 최대집 회장에 의해 강한 반대를 받으며 탄핵까지 당할 뻔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최 회장이 회원들과 논의도 없이 정부와 이 문제를 합의한 의도와 목적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합의문 4.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에 공동으로 노력하고, 의료인의 자율규제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
병의협은 “이 항목은 의정합의문이라는 큰 문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현재 강하게 이슈화되는 문제들도 아닌 세부적인 문제임에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3번과 4번은 복지부의 요구에 의해 현재 복지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들을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다양한 사안들 중에서 왜 유독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과 의료인 자율규제가 합의문에 들어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협의 또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이번 의정합의문은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협의 전체적인 입장변화, 향후 수가정상화, 의료전달체계 개편,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등 중요하고 포괄적인 이슈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반해 관련 내용이 상당히 부실하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이번 의정합의문 도출이 충분히 논의와 절차가 담보된 사안이라면 더 이상 의사협회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분한 논의 없이 집행부내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진행된 일이라면 독단적인 회무를 주도한 당사자들은 회원들 앞에 무릎 꿇어 사죄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