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유효성 부재 급여기준 미달...정작 중증환자 면역·표적항암제 돈 없어 치료 중단"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중증 암환자들이 돈이 없어 면역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안전성·유효성이 부재한 한방 첩약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김중엽 전공의협의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열린 젊은의사 단체행동 집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적 중대성을 고려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말 보건복지부는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올해 10월부터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 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한 첩약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오는 2023년 9월까지 3년간 총 1500억원이 투입되는 해당 시범사업에 대해 정부와 한의계 등은 '반값 한약'의 길이 열렸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건강보험 급여화를 결정할 때 의학적 타당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표준화된 치료를 국민 누구나 보장받도록 하는 취지"라며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은 급여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면으로 위배하는 기준 미달의 세금 낭비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모든 약은 독이다‘라는 격언에 따라 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부작용 모니터링이 필수인데, 첩약(한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줄 자료는 그 어디에도 없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 혈세를 들여 국민 상대 대규모 임상시험 연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효과가 불분명한 첩약 급여화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정작 환자가 필요한 약제 급여나 감염병관리 등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김 회장은 "안전성·유효성이 없는 첩약에 건보재정을 투입하면서 중증 암환자, 희귀질환자 등이 필요한 면역치료제, 표적항암제는 약제 가격이 비싸거나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급여화하지 않고 있다"면서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질병이 있을 때 한방 의료기관을 이용한다는 국민은 6.0%에 그쳤다. 사실상 한방치료를 받을 계획이 있는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정 국민건강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제기능을 하는 제도라면, 환자들의 절규와 눈물 어린 호소를 먼저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건보에서 지나치게 감염관리료를 낮게 책정해 환자와 의료진을 제대로 보호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그나마 대형병원들은 장례식장, 주차장, 카페 등 부대시설을 운영해 방호복, 마스크 등 감염관리 예산을 메울 수 있으나, 중소병원들은 값싼 방역물품들을 사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매년 500억이라는 예산을 효과조차 모호한 첩약에 쓸 게 아니라, 이런 곳에 써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료적 중대성을 고려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즉각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중단하는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꿎은 국민들이 임상시험대상이 되지 않도록 가장 높은 수준의 과학적 근거만을 가지고 첩약(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정 건정성 유지를 위해 요양급여 기준에 따른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한의계에도 "정치적인 논리나 사익이 아닌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Do no harm)’는 의료윤리의 대원칙을 심각하게 받들어 베일에 감춰진 첩약의 조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약만 처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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