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2.05 07:19최종 업데이트 26.02.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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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법 지키려는 병원이 이상해 보일 지경"…전공의노조위원장의 '한탄' 왜?

[수련병원 블랙의국·모범의국] ⑤ 전공의노조 유청준 위원장 "2월 중 전공의법 재개정 논의해야…처벌 조항 반드시 필요"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유청준 위원장.
전공의노조·메디게이트뉴스 공동기획 수련병원 블랙의국·모범의국 

정부의 무리한 의대증원 2000명이 촉발한 의정갈등은 의료 시스템과 환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지만,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수련병원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전공의 복귀 후, 수련병원들은 그간 당연시했지만 실은 ‘당연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오는 2월 새로운 전공의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전공의노동조합과 함께 선정한 블랙의국∙모범의국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수련현장의 현실을 조명한다. 

서울 소재 A병원 내과-1인당 환자 수 최대 100여명∙주 72시간 준수도 꼼수 동원
지방 소재 A병원 B의국-60일 당직∙대학원 반강제 등록까지
지방 소재 C병원 D의국-당직 서고도 당직비 못 받아∙취업 방해 협박도
모범의국 중앙대병원 외과-"수련시간 줄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⑤ 전공의노조 유청준 위원장 "전공의법 준수 의지 없는 병원들…처벌 조항 만들어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법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병원이 더 이상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전공의노조 유청준 위원장은 블랙의국∙모범의국 사례와 관련해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다는 것, 전공의 근무환경이 천차만별이고 표준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회가 전공의 72시간 근무 시범사업 종료 후 법 재개정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며 “2월 중 관련 논의를 시작하고 강력한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반 시 과태료가 최대 500만원에 불과한 현재 전공의법은 수련병원들이 굳이 준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전공의노조는 전공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노조에 가입해 떳떳하게 권리를 주장하자”고 동참을 당부했다.
 
아래는 유청준 위원장과 일문일답.
 
- 블랙의국 사례를 보며 느낀 바를 말해달라.

크게 생각하는 문제는 두 가지다. 먼저 병원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다는 점. 두 번째로 병원마다 전공의 근무환경이 다르고 표준화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 법을 준수할 의지가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전공의들은 폐쇄적 위계 관계에 놓여있다.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수련 기간이 3~4년 정도니 그냥 버티자고 생각하는 전공의들도 있다. 수련병원도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이용하고 있다. 또 병원 입장에선 전공의법을 위반하더라도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사실상 푼돈에 불과하다. 오히려 철저히 법을 지키려 노력하는 병원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데 사실상 전공의들의 근로기준법인 전공의법 위반에 대해선 처벌조차 없다. 전공의와 같은 약자를 대상으로 위력에 의한 부당한 행위가 발생하면 보통 가중처벌을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런데 전공의는 일반 근로자 대비 근로시간 상한은 매우 높은데,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다. 완전히 거꾸로 돼 있다.
 
- 전공의법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난해 전공의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전공의 주72시간 시범사업이 끝나는 시점에 (법안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를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 국회에도 관련 요청을 하고 있는데, 2월 중에 전공의법 재개정 논의가 이뤄진다면 처벌 조항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유청준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노조에 가입해 자신의 권리를 떳떳이 주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블랙의국 중 당직 시 전공의 1인당 환자 수가 최대 100명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환자안전 측면에서 1인당 환자 수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최근 사법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데, 전문의 없이 혼자 당직을 서는 저연차 전공의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사법 리스크 완화도 필요하지만,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도 현실화 해야 한다. 다만 과별로 혹은 환자 중증도에 따라서도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 전공의의 대학원 등록을 사실상 강제하는 의국도 많았다.

예전에는 더 심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입국할 때 대학원 등록을 강제하는 곳들이 꽤 많다. 전공의 월급이 그리 많지 않은데, 비싼 대학원 등록금 탓에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전공의들도 있다. 전공의들은 엄격한 위계 관계 속에서 대학원 등록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교수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 모범의국 사례는 어떻게 봤나.

모범의국들의 공통점은 전공의법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취지에 대해 교수들도 공감한다는 것이다. 교수와 전공의는 양질의 수련교육이라는 같은 목표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교수와 전공의의 관계가 좋고 법과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의국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대체인력도 필수적이다.

모범의국으로 소개된 중앙대병원 외과도 전공의들을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에서 배제시키고, 수련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대체인력이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병원의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 모범의국도 원래는 3곳을 선정했다. 그런데 1곳은 취재 전 난색을 표했고, 나머지 한 곳은 취재가 이뤄졌지만 뒤늦게 기사화를 원치 않는다고 밝혀 왔다.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모범의국 선정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 아닌가. 전공의들을 착취해 온 게 기존의 수련병원 문화다 보니 오히려 잘하고 있는 의국이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으로는 그런 문화가 개선됐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전공의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해달라.

지금은 병원별, 의국별로 수련에 대한 최소한의 표준화조차 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의료계가 적응해 가는 과정일 수 있지만, 아예 무책임한 병원도 많다. 노조는 이 문제를 집단적 노사관계를 통해 병원단체와 폭 넓게 접근해 해결할 생각이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가입해서 떳떳하게 권리를 얘기해야 한다. 노조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최소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겠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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