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박주경 교수 연구팀이 희귀암인 바터팽대부암의 아형을 4개로 세분화하고 종양미세환경 내 면역 회피 기전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Biomarker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바터팽대부암은 담관과 췌관이 십이지장과 만나는 곳에 생기는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간 신규 발생 건수는 864건으로 전체 암의 0.3%에 불과하다. 발생 빈도가 낮아 체계적인 표준 치료법 확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기존에는 장형과 췌담도형으로만 구분했으나, 조직학적 이질성으로 치료법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환자 70명의 세포를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cRNA seq)했다. 악성 상피세포를 기반으로 아형을 Int-Wnt, Int-Hypoxia, PB-KRAS, Cycling 4가지로 분류했다. 장형은 WNT/β-catenin 신호가 활성화된 Int-Wnt와 저산소 경로가 활성화된 Int-Hypoxia로 나뉘었다. 췌담도형은 KRAS 신호가 강한 PB-KRAS형과 세포분열이 활발한 Cycling형으로 구분됐다.
특히 PB-KRAS 아형이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PB-KRAS 아형 비율이 높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사망 위험이 116.6배 높았다. 이 아형은 유전체 불안정성이 가장 높고, KRAS 유전자 발현 증가로 줄기세포성(Stemness)을 획득해 재생 능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표본 수 부족을 고려해 1000번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공간 전사체 분석(Xenium 5K)을 통해 종양미세환경(TME)의 세포 단위 위치 정보를 반영한 '면역 지도'도 제작했다. PB-KRAS 아형 주변에는 면역 기능을 상실한 GZMK+ CD8 T세포와 면역을 억제하는 SPP1+ 대식세포가 집중 분포했다. TGFB2, SPP1, FGF2 등 면역억제 신호가 포착돼 이 아형이 스스로 면역억제 환경을 형성하며 공격성을 키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주경 교수는 "바터팽대부암의 공격성을 결정하는 분자적 기전을 세포 단위에서 규명했다"며 "재발 고위험 환자 조기 선별과 KRAS 및 면역억제 신호를 겨냥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과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