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23 12:00최종 업데이트 22.02.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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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보험의 대안은…필수의료 보편적 보장하고 복수의 보험자 경쟁 인정해야

[칼럼]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 대한민국 의료보험 제도의 대안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일견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고 의료 수준이나 국민 건강과 관련된 지표를 보면 매우 우수한 시스템으로까지 보여진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지속가능 하지도 않고, 내부적으로 곪아가는 부분이 많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위기에 빠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료 시스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의료보험 제도의 설계와 운영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의료보험 제도의 설계와 운영이 잘못된 이유는 바로 제도 설계와 운영에 앞서 올바른 원칙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의료보험 제도를 만들기 위해 세워야 할 올바른 기본 원칙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올바른 의료보험 제도의 기본 원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고,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불이익이 받는 사람 없이 공정해야 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또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이 가능해야 하고, 의료의 질 향상을 저해해서도 안 되며, 장기적으로는 보건의료 산업의 성장까지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다음에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의료보험 제도의 기본 원칙 9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의료는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응급의료, 중환자 의료, 중증질환 치료, 신생아 및 산과 진료 등의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현재 필수의료 분야 인력이 줄어들고, 인프라 확충이 어려운 이유는 필수의료 분야 수가가 낮고 정부의 지원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에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해당 분야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관련 필수의료 관련 수가의 대폭적인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이 돼야 하고, 필수의료 인력들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안전 장치와 지원 대책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필수의료 분야에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인해 필수의료 분야를 최소한만 운영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 필수 의료 분야의 활성화는커녕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나 현재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매우 낮은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방식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공공의료기관 수를 늘리면 국민의 혈세 낭비와 의료시장 균형이 파괴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필수의료 관련 분야가 발전하고 인력이 늘어나려면, 수가 인상과 지원책 마련이라는 정석적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의료보험 제도만이 국민들이 필수적인 의료를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올바른 의료보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② 복수의 보험자간 경쟁을 통해 경영과 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공룡화된 단일 공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은 현재 하나의 권력기관처럼 운영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는 사실상 공무원과 다름없는 조직이 돼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공단은 관료주의, 업무의 비효율성과 유연성 부족, 복지부동 등과 같은 공무원 조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단일 공보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앞서 자세히 지적했지만, 보험 재정 운영의 방만함의 주 원인은 결국 보험자간의 경쟁이 없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정 서비스나 재화를 한 기업이나 조직에서 독점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독점의 폐해가 대한민국 의료보험에서도 나타나는데, 지난 2019년 보험 재정 적자가 수 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건강보험공단은 직원들에게 수 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 논란이 됐다. 건강보험 재정은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데, 적자 재정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도덕적으로 해이한 조직을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복수의 보험자를 운영해 상호 견제 및 경쟁을 유발하고 경영의 효율화를 통해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러한 원칙을 올바른 의료보험 제도를 위한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③ 보험 가입과 선택에 있어 가입자의 자유와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법에 의해 건강보험에 강제가입 되돼있다. 따라서 가입자에게 보험 가입과 해지의 자유가 없고 단일 상품이므로 가입자가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개인별로 경제적 수준이나 건강 상태가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강제적인 보험 가입과 획일적인 보험 상품은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건강보험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만큼 사보험 가입률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보장해 국민들이 보험자와 보험상품, 보험 보장률 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의료 분야는 의무 선택하게 하고, 이 외의 분야는 개인이 한방보험, 치과보험, 비급여보험 등의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비용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 변화가 가능 하려면 필연적으로 건강보험 강제가입제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폐지되거나 수정돼야 한다. 보험 가입의 자유와 보험 상품 선택권 보장은 국민 부담은 줄이면서도 만족도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므로, 의료보험 제도의 기본 원칙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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