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료의 패러다임이 환자중심으로 바뀌면서 환자경험평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7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환자경험평가를 실시해 이듬해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서 보다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2차 환자경험평가가 지난 5월 부터 시작돼 현재 진행 중이다.
심평원은 환자경험평가 대상 병원을 확대하고 평가항목 및 결과 공개 방식을 보완해 의료기관이 환자중심의료라는 기조 아래 자발적으로 의료 질을 높이는 데 동기부여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환자경험평가 대상 요양기관, 평가 영역, 대상 환자 등을 확대하고 조사 방식도 다양하게 도입할 예정이다.
명지병원은 20일 'HiPex 2019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를 개최했다.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양기화 평가책임위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운영실 환자중심평가부 권아영 부장은 '환자경험평가 의의와 2019년 세부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환자중심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견인 역할 하는 환자경험평가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양기화 평가책임위원은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하게 된 배경으로 환자가 수동적인 역할에 그쳤던 전통 의료모형에서 환자중심 의료모형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보건의료 질 평가의 일환으로 의료 질 항목을 도입해 환자중심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7년 환자경험평가를 도입해 처음 실시했다. 양 위원은 환자경험평가가 병원의 의료 질을 환자중심으로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위원은 "환자경험평가는 심평원이 최초로 도입한 것이 아니다. 규모가 큰 급성기 병원은 이미 자체적으로 환자들을 상대로 재원기간 경험을 조사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다"며 "최근 병원의 의료 질을 평가할 때 환자경험이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환자경험평가의 목적은 국민들에게는 의료 선택권을 강화하고, 요양기관에는 가감지급 사업 등을 통해 자율적 질 향상을 높이도록 동기 부여를 하고, 정부나 보험자에게는 평가 결과를 반영해 의료 질을 높이고 자원이용효율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는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목표 중심 평가 프레임을 구축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평가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평가항목을 환자안전, 효과적인 진료, 환자중심성, 의료전달체계 구축, 의료이용의 형평성, 건강보험의 효율성 등 6개 영역의 18개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환자중심의료의 개념은 1950년 마이클 발린트가 '상병중심의 전통의학으로는 더 이상 환자의 질병을 깊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1964년에 '환자의 제안을 세심하게 듣고 대응한다'는 개념을 고안한 데서 비롯됐다"면서 "이후 1970년 이안 맥휘니가 환자중심치료(patient-centered care)라는 의료 모형과 1986년 레벤스타인 등이 임상방법론으로서의 환자중심을 입안하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학연구소(IOM)에 따르면, 환자중심성이란 환자 개인의 선호, 필요와 가치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며 "모든 임상적 의사결정에 환자의 가치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의료모형의 패러다임은 환자의 역할이 수동적이었던 전통적 모형에서 능동적으로 바뀐 환자중심 의료모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전통 의료모형에서 환자는 듣고 치료를 받는 입장으로 수동적인 역할이다. 의사가 대화를 주도하고 치료는 질병중심으로 진행된다. 또 치료계획에 환자가 참여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환자중심 의료모형에서 환자는 치료방법을 묻고 요구하는 등 능동적인 역할로, 삶의 질을 중심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의사와 협업해 치료계획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중심의료의 핵심 3요소는 환자의 정서·질환·사회관계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는 것과 환자의 특성에 맞고 유연할 것,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강화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OECD 보건의료 질 지표 프로젝트(HCQI)는 2001년부터 시작해 의료의 질 측면에서 보건의료 성과를 비교했다. 홀수 연도에 지표를 수집에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보건의료 질 지표 개발, 수집, 비교 등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2006년 이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했고 2007년 처음 지표를 제출한 이래 총 5회 지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환자중심성으로 보건의료 성과를 측정하려는 패러다임의 변화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1차 평가는 2017년에 마치고 이듬해 공개됐다. 평가 결과, 전체 평균은 83.94점이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별로 6개 항목에 대한 개별 결과를 공개하되 6개 항목을 합산한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며 "일부 언론에서 이를 1:1 비율로 합산해 총점을 매겼으나 각 항목별 점수를 1:1 비율로 볼 수 없으므로 그러한 추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의 반응은 '피부에 와 닿는 것보다 점수가 잘 나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1차 평가때 평가 방식을 영국 NHS Inpatient Survey 방식인 선형화 방식으로 점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며 "만약 1차 평가를 미국 CMS HCAHPS 방식을 따르면, 전체 평균은 60.10점으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NHS 방식을 채택한 것은 보건의료분야에서 첫 평가인 만큼 낮은 점수가 나오는 것을 꺼려했고 소비자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평가가 진행 확대되면 CMS HCAHPS 방식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환자경험평가 시행으로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요양병원은 환자경험평가 대상이 아닌데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환자경험평가가 좋은 보건의료 질의 지표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대상기관·평가영역·대상환자 등 환자경험평가 확대 예정
심평원 평가운영실 환자중심평가부 권아영 부장은 2017년 실시된 1차 환자경험평가 진행 방식과 결과를 설명하고 현재 진행 중인 2차 환자경험평가의 과정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실무적인 관점에서 발표했다. 환자경험평가는 대상 요양기관, 평가 영역, 대상 환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권 부장은 "환자경험평가는 2014년부터 2년간 평가모형 연구 및 예비평가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2017년 1차로 실시됐다"며 "1차 환자경험평가는 상급종합병원 및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95개소를 대상으로, 퇴원 이후 8주 이내의 만 19세 이상 성인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권 부장은 "조사 방식은 요양기관으로부터 환자 전화번호를 수집한 후 공개입찰로 선정한 전문조사업체를 통해 2017년 7월 17일부터 2017년 11월 14일까지 4개월에 걸쳐 총 24개 문항의 설문지로 전화조사를 했다"며 "응답률은 10.7%였고 총 1만4980명에 대한 조사가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양기관별 평가결과를 공개할 때 95개소를 조사했지만 보훈병원 등 환자편향이 심한 3개 기관은 제외했다. 또 전부 0점 등 극단 값을 준 환자와 응급실·중환자실 이용환자 등을 제외해 전화조사 완료한 1만4980명 중 1만4424명이 남았다"고 말했다.
권 부장은 "이듬해인 2018년에 분석 방법과 결과 공개 방법을 논의해 1차 환자경혐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종합점수는 평균 83.94점으로 점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비슷했다"며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 보장 등 6개 평가 영역 중에서 간호사 서비스 분야가 평균 점수가 제일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평가 항목에서 문항별 점수를 보면, 환자들은 간호사를 자주 만나고 친절하다고 느꼈지만 직접 불만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느꼈다. 의사에 대해서는 만나기 어렵고 회진시간 관련 정보 제공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낮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2차 환자경험평가는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전화로 설문조사를 시행 중이다. 설문 항목은 24개 문항으로 같지만 평가대상 기관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전화조사가 연말까지 완료되면 2020년 1월부터 약 5개월간 결과분석 및 활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심평원은 평가대상 기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권 부장은 "2019년 2차 평가를 앞두고 개선 방안들을 논의했다. 1차 평가 결과 이후 평가방법론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따라 환자중심성 기본 사상을 유지하되 1차 평가와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 부장은 "1차 평가 때는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만 대상으로 했지만 2차 평가때는 대상기관을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까지 확대했다. 평가 기간은 4개월을 원칙으로 하되 지연 등의 이유가 생기면 6개월까지 하기로 했다"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인프라가 부족해 전화번호 수집 등이 어려워 청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지는 동일하고 평가 항목에서 간호사 서비스와 의사 서비스의 명칭을 간호사 영역과 의사 영역으로 바꾸고 설문 내용을 쉬운 말로 순화 하는 등의 일부 문구를 수정했다. 대상 환자는 퇴원한 지 8주 이내 입원 환자로 동일하다"며 "기관별 표본 수는 1500병상 이상 기관은 250명, 1000병상 이상 1500병상 미만 기관은 200명, 300병상 이상 1000병상 미만은 150명으로 차등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권 부장은 "2차 평가는 올해 연말부터 분석 시행될 예정인데 환자경험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따라서 국민 인지도 향상을 위한 홍보물 제작, 광고, 원내 환자들에 대한 설명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권 부장은 "환자경험평가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음엔 종합병원 전체로 확대할 것이다. 전문병원과 요양병원이 환자경험평가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평가 대상이 늘어나면 전화조사만으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사 방식을 다양하게 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입원에 대해서만 평가하고 있는데 외래, 호스피스 등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환자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보호자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며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조사대상을 확정하고 조사방법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심평원은 이에 따라 진행 방향을 결정하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환자경험평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중장기 계획도 수립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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