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나라 10개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모두 보상하는 데 1000억원도 안 든다. 핀셋 지원을 한다면 이 부분이 비용 대비 가장 효과가 좋을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의료에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이진용 소장은 8일 심평원 원주 본원에서 열린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어린이병원의 적자 중 적정 부분을 지원하는 내용의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안)’을 준비 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국 10개 어린이병원 적자 약 1000억원...사후보상 방식 지불제도로 지원
이 소장에 따르면 전국 10개 어린이병원은 만성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의 경우 매년 약 130억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0개 병원의 총 적자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다.
이 소장은 “지난 10년간 신생아 출산인구는 345만명이나 줄었다. 아동인구 감소는 어린이병원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어린이 질병 치료의 특성상 필수적으로 많은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병원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은 이처럼 기존의 수가지불제도 하에선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어린이병원에 사후보상 방식을 적용해 숨통을 틔워주겠단 복안이다. 해당 사업안은 이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했으며, 세부 계획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시범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소장은 “현재 어린이병원의 회계·원가·의료의 질 자료를 분석해 사후보상지원금의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2023년에는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4년부터는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어린이병원에 대한 지원이 적자보전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궁극적으론 세계 최고의 어린이전문병원인 미국의 보스톤어린이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 수준의 병원들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연구기능도 중요하고 교수들도 많아야 한다. 적자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어야 한다”며 “적자 보전까지는 시범사업이 건정심을 통과한 상황인데, 여기서 멈추지 말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어린이병원들을 배출하는 걸 목표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심뇌혈관센터 문제도 새 지불방식 시범사업 준비
이 소장은 이 외에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권역심뇌혈관센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범사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두 시범사업 역시 기존 지불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게 골자다.
먼저 심평원은 대형병원 외래집중 현상 완화와 중증진료체계 강화 노력을 성과계약 기반으로 보상하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정부의 노력에도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 2010년 2조5496억원이었던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비는 2019년 5조2911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이 소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의 관계를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하고 의료기관 종별 기능 정립 및 하위 종별의 질 향상도 추구할 것”이라며 “또, 성과계약 기반의 보상체계 도입으로 새로운 지불제도 도입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서 기능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역 필수의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안)’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 13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지역 내 병원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병원 전 단계인 증상발현 후 최종치료까지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적정시간 내 치료를 받으며, 응급심뇌 환자의 건강결과(사망률 등)를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소장은 “심혈관질환은 증상발생 후 초기 응급조치 및 신속한 전문진료 연계는 심뇌혈관 질환자의 생존과 예후에 중요하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간 의료 접근성과 의료 질 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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