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후폭풍 외과·응급·마취과 등 급감, 일반의로 대체… 의대생 현역 입영 추세 속 군의관 총량 붕괴도 불가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정갈등의 영향으로 전문의 군의관이 급감하면서 군(軍)의료 체계에 빨간불이 커졌다. 장기적으로는 의대생의 현역 입대가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군의관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의사 군의관은 2153명으로 2024년(2146명)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군의관 구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기간 전문의가 1838명에서 1354명으로 500명가량 줄어들었다. 전문의의 빈 자리는 일반의(308명→799명)가 채웠다. 2024년 군의관 중 14%에 불과했던 일반의 비율은 37%로 2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군 의료 특성상 상대적으로 더 중요성이 큰 전문의, 특히 수술과 전문의 수의 감소 폭이 상당했다.
2024년 123명이던 외과 전문의 군의관은 2025년 81명으로 34%나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마취통증의학과(94명→69명), 응급의학과(177명→132명), 정형외과(275명→209명), 신경외과(106명→75명), 재활의학과(106명→81명) 전문의 역시 20~30%가량 줄었다. 전체적으로 1년새 전문의 군의관이 26% 감소했다.
이처럼 전문의 군의관이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해 의정갈등의 영향으로 배출된 전문의가 예년 대비 대폭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다.
사진=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
의대생 현역 입영 '뉴노멀'…군의관 부족에 국방력 쇠퇴 우려
군 내부적으로는 최근 의대생들의 현역 입영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앞으로는 전문의 군의관뿐 아니라 절대적인 군의관 수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전문의 급감이 의정갈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면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는 군의관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변화다.
군의관 복무기간은 3년으로 현역병 대비 1년 이상 길다. 여기에 최근 일반 병사들의 월급과 복무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의대생들이 굳이 군의관을 택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실제 병무청에 따르면 의대생 현역 입영자는 의정갈등 전에도 2020년 150명에서 2023년 249명으로 완만히 증가하다가 2024년 의정갈등 시기 1324명으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는 11월말까지 2881명이 입대하며 전년도 수치를 훌쩍 웃돌았다.
의대생 현역 입대 러시로 인한 군의관 급감은 단순한 인력 공백을 넘어 전시·훈련·평시 응급 대응 전반에서 군 의료 체계의 기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국방 차원의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주영 의원은 “외상 전반을 아우르는 외과계, 영내 감염∙파병지 풍토병에 이르는 내과계, 부상 후 재활이나 급∙만성 피부 질환 등을 다루는 세부 진료 영역 등 전문과목 없는 의사만으로 이뤄진 군 의료는 작동할 수 없다”며 “군의관 모집 총 수가 확보된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과목별 전문의 수급의 세부적인 전망과 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지어 지금 추세라면 군의관 총 수도 의정갈등으로 몰린 입영지원자 흐름이 끊기는 시점부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국방부, 복지부, 교육부를 아우르는 더 큰 단위의 장기 계획이 나오지 않는 한 군 의료 공백으로 초래되는 국방력의 쇠퇴는 시간 문제”라고 했다.
현역 복무기간 축소∙월급 인상에 군의관 선택 유인 줄어…장기적 수급 계획 세워야
의료계는 단기 군의관 복무기간 축소, 처우 현실화 등의 단기적 대책과 함께 의무복무 10년인 현행 의대 군위탁 제도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군의관 수급 운영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무기간을 2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2개월의 훈련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하는 방안만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며 “군의관을 제외한 군법무관 등 다른 모든 장교들의 경우 훈련기간이 복무기간에 산입되는 데 군의관만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남자 의대생들의 절반 정도가 이미 현역으로 입영해 군의관 후보자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장기적으로 군의관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현역 입대를 선호하는 의대생들의 추세를 봤을 때 복무기간 3년의 단기 군의관에 의존하는 현행 방식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공공의료사관학교, 지역의사제 정원 등에 장기 군의관 양성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