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03 06:28최종 업데이트 23.04.03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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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대비 재택의료의 방향성...장기요양보험 재정 통합·일차의료기관·비대면진료

재택의료학회 창립총회, 재택의료 제공 위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기관 필요…비대면 진료 등 디지털 홈헬스케어 역할 커

4월 2일 대한재택의료학회 창립총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고령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재택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도 재택의료학회가 탄생했다.

국내에 올바른 재택의료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로 탄생한 대한재택의료학회의 첫 창립 심포지엄에서는 요구도가 커지는 재택의료에 비해 제도적 한계에 부딪힌 국내 재택의료 현실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대한재택의료학회는 2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초대 이사장은 고려대 신경과 박건우 교수, 초대 회장은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건세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선임됐다.

이날 박건우 이사장은 "재택의료학회는 재택의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 속에 관련 정책과 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선도적 기관이 된다는 비전으로 설립됐다.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직역이 머리를 맞대고 그동안 공공의료가 구축해온 재택의료의 토대 위에 민간 의료 및 돌봄 부문이 힘이 합치는 새로운 의료 모델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도 영상 축사를 통해 "코로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통해 재택의료의 효과성을 체감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다양한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환자 상태와 여건에 맞는 재택의료 모델 개발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학회 창립을 계기로 재택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를 보냈다.

노인 돌봄재정 통합으로 재택의료센터-통합재가요양센터 유기적 역할해야…"공급 규제는 필요"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이행되고 있는 초고령화로 우리나라에서 노인 의료와 돌봄이 사회적 과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현대판 고려장, 간병 살인, 코로나19 중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집단 감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노인돌봄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날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그 원인은 장기요양보험, 요양병원, 노인돌봄 사업, 통합돌봄 사업 등 재정이 분절돼 있고 재가서비스는 분절되고 필요한 서비스는 부족하다. 이는 잘못된 장기요양보험 제도 설계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 지출이 적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GDP 대비 노인돌봄 재정 지출은 1.3%로 OECD 평균 1.7%에 유사한 수준이며, OECD 평균 대비 노인 1인당 노인돌봄재정지출 상대비는 101이었다. 돈을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잘못 쓰는 게 문제"라며 "매년 15만 명이 장기요양에 신규 진입하고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인이 전체 노인의 15%이며, 노인의 60.2%는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나 실제로는 76.2%의 노인이 병원에서 사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을 확대하고, 요양병원 재정의 이전을 통해 분절된 재정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등급이 나오지 않더라도 의료와 돌봄이 필요한 노인까지 포괄하는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의 확대를 통해 분절적이던 서비스 제공 체계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이같은 노인돌봄체계 개편을 통해 국가는 노인에 대한 포괄적 건강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지역의 재택의료센터와 통합재가요양센터 그리고 건강보험의 급성기 의료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재정 절감과 노인의 건강 측면에서도 재택의료와 통합재가서비스의 확대가 중요하다"며 "그 안에는 의사, 간호사, 재활 인력,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급 규제가 없이는 공급과잉과 무한경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요를 고려한 적절한 센터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 인구 6만명 당 재택의료기관 1개, 인구 1만명 당 통합재가기관 하나 정도가 수요 대비 적절한 규모라는 연구도 있다"고 주장했다.

단독 개원 형태에서 재택의료 제공 '한계'…"시범사업 넘어 다양한 지불제도 도입해야"
 
4월 2일 대한재택의료학회 창립총회.

 뒤이어 심포지엄에서는 재택의료센터를 개설하고 지역에서 재택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송대훈 파주연세송내과 원장이 발표했다.

송대훈 원장은 2015년 파주연세송내과를 단독 개원해서 외래 진료를 하다가 2019년 정부의 장애인 건강주치의와 일차의료기관 방문진료 시범사업과 함께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모델을 구상하고 사회복지사 등을 고용했다. 이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현재 만성질환관리사업, 가정간호센터 등을 제공하는 재택의료센터로의 형태를 갖췄다.

현재는 송 원장을 비롯해 두 명의 의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회복지사 팀장과 간호사 12명, 사회복지사 2명 등을 고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건강주치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환자 170명을 등록해 관리 중이며, 일차의료 방문진료(왕진) 시범사업에서는 월 평균 120건을 수행하고 있다. 재택의료 시범사업으로 200건 가량 수행하고,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는 현재 120명을 등록해 관리 중이다.

이처럼 연세송내과는 지역사회 재택의료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고 ▲왕진 ▲방문진료 ▲전환기 의료 ▲가정형 호스피스 ▲가정입원치료 ▲방문재활 등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송 원장은 "우리나라는 여러 시범사업을 통해 방문진료가 확산되고 있으나 늦다. 90% 이상의 의원이 단독 개원이라 한계가 있다. 단독 개원의 경우 진료실을 비우고 방문진료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진료형태를 바꾸려면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활성화 대책이 있어야 하며 행위별 수가제도만 가지고는 다양한 예방이나 교육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이 어렵다. 환자당 수가제(인두제), 성과연동 지불제 등 다양한 지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한계가 있다. 질환에 대한 일차적 대응에 그치는 현재의 의료기관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주치의제를 포함해 질병 이전 상태부터 접근이 필요하고, 노인인구의 증가로 질병으로 이환되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독 개원 형태로는 여러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 새로운 형태의 일차의료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재택의료센터는 초고령 사회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이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재택의료가 필요하다. 재택의료는 노인이 살던 곳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고 고유역량을 유지 관리해서 노인인구에 대한 전체 의료비를 줄여준다"며 "현재 수가나 지원이 부족해 운영이 어려울 수 있으나 다가올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재택의료는 꼭 준비해야 할 의료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의료 접근성‧효율성 극대화…"고령화 시대 디지털 홈헬스케어 역할 기대"

대면 진료를 이용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의료비 절감 및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의료정보 비대칭성 해소, 환자 만족도 향상과 더불어 치료의 순응도 향상으로 의료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김광준 노년내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디지털 홈헬스케어의 현재를 설명하며 비대면 진료와 각종 홈헬스케어 등을 활용한 재택의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료에는 비용과 접근성 의료의 질 깨지지 않는 철의 삼각이 있다. 비용이 낮으면 질은 떨어지지만 접근성이 올라간다. 반대로 비용이 올라가면 질도 높아지지만, 접근성은 떨어진다”며 “이러한 철의 삼각을 깰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먼저 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전공의 부족 등 의료인력에 대한 고민을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전공의 업무의 80%를 차지하던 잡무가 PACS가 생기면서 사라졌다. 전공의 업무 효율화를 도우면 의료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환자가 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환자들은 한정된 자원으로 인한 긴 대기 시간을 참지 못한다. 환자들은 언제든, 어디서든, 내 마음대로 진료를 받길 바란다. 3분 진료를 위해 부산의 고령 환자는 서울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느라 하루 종일 시간과 고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러한 물리적 공간 제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수는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의 진료행위는 원격진료와 더불어 급격히 확장될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다른 산업 분야와 다르게 아직 실증모델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국내에서 미래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나아가서 메타버스에서의 진료환경은 음성, 영상, 의료지식과 같이 복합적 헬스 관련 분야의 데이터가 모두 필요하다. 따라서 실시간 양방향 데이터 결합을 통해 분절적 디지털 헬스 데이터의 융합 및 활용을 촉진한다"며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의료비 절감 및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의료정보 비대칭성 해소, 환자 만족도 향상과 더불어 치료의 순응도 향상으로 의료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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