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02 06:51최종 업데이트 23.03.0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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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만성질환 사업 기반 '붕괴'…"지역사회 중심 일차의료 건강관리 모델 필요"

심평원 연구용역서 임종한 교수 가치기반 지불제 도입·지역사회 일차의료 건강관리 인센티브…일차의료지원센터 신설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제는 지역사회 중심 일차의료 건강관리 모델을 정착시켜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대적으로 만성질환 예방관리 사업 활동이 저조했고 일차의료가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제로 전환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일차의료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의료지역격차 지표 빨간불…체중조절·고혈압 진단 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가치기반 지역사회중심 일차의료 건강관리 모델 효과분석'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책임자는 인하의대 임종한 교수가 맡았다. 

임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기점으로 만성질환 예방 관리 사업기반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심화되면서 각국의 보건의료 자원 투입과 관련 활동이 코로나19 유행 대응과 전파 차단에 집중됐고 상대적으로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자원 투입과 활동이 저조하거나 실질적으로 중단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대비 2021년 255개 시·군·구간 비교에서 지역격차가 악회된 지표는 연간 체중조절 시도율, 우울감 경험률, 고혈압 진단 경험율(30세 이상), 고혈압 진단 경험자(30세 이상) 등이다. 

의료자원의 불균형으로 지역별 건강 수준의 격차고 커졌다. 치료가능사망률 5분위 지역 격차비는 1.41배에서 1.44배로 증가했다. 시·군·구간 건강수명 격차(상위 1분위 지역 값-하위 5분위 지역 값)는 2.7세에 이른다.

임종한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만성질환 관리 대상의 경우 코로나19 유행 이후 만성 질환 예방관리사업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사업이 중단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2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가 75%가 만성질환 예방과 치료, 관리의 영역이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붕괴됐다고 응답했다. 관련 주요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암, 심혈관질환 등이다. 

그룹개원 안성의료사협, 우수사례로 꼽혀…가치기반 지불제 전환 중요 

해결대안으로 임 교수는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제로 전환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치 기반의료는 병원과 의사를 포함한 제공자가 환자 건강 결과에 따라 비용을 제불하는 의료 제공 모델이다.

임 교수는 "가치 기반 지불제로의 전환은 의료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단기적으론 재정 증가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빙요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치 기반 지불제 전환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자의무기록(EMR)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으므로 공급자가 환자중심의 가치를 지향하고 이런 공급자의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받침이 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진=가치기반 지역사회중심 일차의료 건강관리 모델 효과분석, 심평원.

가치기반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관리 모형으론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사업'이 좋은 모델로 꼽혔다. 

안성의료사협은 2021년부터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모형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조합원 활동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참여화 협동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생활 실처 독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안성의료사협은 의원 3개소, 한의원 1개소, 치과의원 1개소, 검진센터 2개소, 재택의료센터 1개소, 주간보호센터 1개소, 재가장기요양기관 1개소, 가정간호사업소 1개소, 요양보소하 교육원 1개소가 있다. 

해당 의료기관의 특징은 그룹개원을 통해 1개 의료기관당 2~3명의 의사가 있고 1개 의료기관 마다 1명의 코디네이터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2022년 12월부터 왕진, 노인방문의료지원사업, 재택의료센터 등을 운영하고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보건학교도 개설한 상태다. 

임 교수는 "안성의료사협은 3개의 공동개원 형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다학제팀을 구성해 재택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조합사업부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단위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성의료사협은 등록된 조합원을 대상으로 건강위험요인들을 사전에 예방관리하는 것에 익숙해 있으나 일반 의료기관에선 이런 여건을 갖추기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한국에선 단독개원이 다수여서 그룹개원이 드물고 코디네이터 배치 등도 현 행위별 수가 하에선 구현이 어려운 과정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제언으로 그는 "가치 기반 지역사회중심 건강관리 모형이 정착되려면 새로운 지불제도 도입과 의사 및 케어코디네이터 등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과지표에 가치기반 지역사회중심 건강보혐을 도입해 운영하는 기관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단독개원 또는 공동개원의 형태에서도 참여가 가능하도록 일차의료 모형을 다양화해 차등적으로 역할을 부여하고 보상해야 한다"며 "이를 지원하는 조직인 가칭 일차의료지원센터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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