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2.26 07:14최종 업데이트 21.02.2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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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진료과목별 의사인력 불균형, 보상체계 개편으로 해결하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인력 방안 논의 필요...20년만에 최악인 의정 파트너십 회복이 가장 시급"

'의사인력 증원 과연 필요한가'토론회 모습. 사진=의료정책연구소 줌 화상회의 캡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적정한 의사인력 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의료계와 정부의 관계 회복을 위한 성토의 자리로 변했다.
 
전문가와 정부가 힘을 합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함께 찾아가야 함에도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적정의사 수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근거만을 차용해 의사 수를 늘리려고 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반면 분야 간 보상기전 형평성 확보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5일 오후 3시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의사인력 증원 과연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적정의사 수 명확한 기준은 이견차…지역‧진료과목간 불균형 공감대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의료정책연구소 박정운 연구원과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는 최근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의사인력 증원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적정의사 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국가별로 상이함에도 필요한 지표를 필요한 방법에 근거해 필요한 부분만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적정의사수는 인구구조, 국민건강 수준, 의료제도, 의료인프라, 접근성, 재정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며 "세계적인 평균지표만 보고 의사증원을 고려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동일 연구자 연구에서 2014년엔 의사부족 예상 인원이 2030년 4000명에서 2년 뒤 7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통계가 작위적인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만으로 국내 의료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 발표집

이날 전문가들은 구체적 방법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현재 지역, 진료과목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에선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의사 인력 총량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진료과목별 전공의 쏠림 현상, 지역별 의사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며 "비인기과에 대한 지원 기피 현상은 전문적인 의료 공급 문제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도시와 대형병원에 의사가 집중되면서 의사가 부족한 일부 지역에선 필수진료서비스 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 의사가 집중되고 최근 공중보건의사까지 감소하면서 필수 공공의료 담당 인력이 부족하다"며 "기초의학 분야 의료인력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보편적 의대정원 확대는 외국의 사례를 감안했을 때 졸업 후 대도시 중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비용 촉발의 새로운 문제양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의대정원을 확대하되, ▲지역 의사선발 제도 ▲공공 장학의 제도 ▲의공학자 제도 등을 도입해 지역과 공공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의료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봤다.
 
분야 간 보상기전 형평성 확보로 전문과목‧종별 쏠림 해소
 
다른 대안보다 특히 분야 간 보상기전의 형평성을 확보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신 연구위원의 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보상기전의 형평성을 제고해 전문과목 쏠림과 요양기관 종별 쏠림 등을 해소해 수급 불균형을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사람보다 기기에 후한 현행 보상체계를 개편해 수술과 처치 등 고난도 행위에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요양기관 종별 수익구조를 재검토해 종사 인력을 균형 있게 확보해야 한다. 현재는 의원급 수익이 상급종합병원 종사자 수익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도 "의료전달체계 보상기전 개편에 100% 공감한다"며 "보상기전이 제대로 작동해야 지역과 필수의료가 보장될 수 있다. 수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성인 교수도 "정부의 공공의료나 지역의료 강화 대책은 우수한 의료인력들을 공공병원이나 필수의료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중점이 돼야 한다. 의사증원이 최선의 방법인지 다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편적 해결책 그치는 결정적 이유는 의-정 ‘신뢰 바닥’ 때문
 
의사인력 문제에 대한 단편적인 해결책만 나오고 있는 주된 이유론 모두가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가 깨져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한희철 이사장은 "의사정원 문제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단순하지 않다.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정책수립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정부는 21년째 종합 보건의료발전계획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문가와 관료, 즉 의료계와 정부가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윤정 아주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의사수는 과잉 혹은 과소 추계로도 나올 수 있다. 수의 논리로 보면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정 파트너십의 회복이다. 의료 전문가들과 해결 가능한 대안을 토론하지 못한 정부도 반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증원 문제는 의료계 전체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안이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의제로 꾸준히 논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영석 선임연구위원도 의약분업 이후 20년 간의 간극이 최고조에 다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약분업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책임도 의료계의 책임도 있다"며 "의사증원 문제처럼 중대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선 양측 모두 숙고할 필요가 있다. 과거를 접고 다시 서로에게 다가갈 큰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협 측은 정부와 대화를 하고 싶어도 제멋대로인 정부 측 태도를 비판했다. 성종호 이사는 "어떤 사안으로 만남을 약속하면 갑자기 당일 회의를 최소해버리는 일이 있다. 이런 태도로 어떻게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의정협상 과정에서도 협상단장이 통보하고 끝내버리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를 믿고 함께 일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4차 산업혁명시대, 기자(記者)의 '올바른 역할'을 고민하고 '가치있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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