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며 ‘공공성’이 살아있는 모델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지난 10일 열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공공성 확보’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소하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사업 공모를 통해 건립비의 50%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첫 사업으로 확정된 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실제예산은 정부가 29%, 대전시가 71%(부지제공제외)를 부담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월 대전시는 보건복지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 공모’에 선정돼 2021년 개원을 목표로 병원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의원은 “운영비는 아예 언급조차도 되지 않고 있다”라며 “전국에 세워질 어린이재활병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정부차원에서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과제인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동네가 아닌 권역을 책임질 수 있는 규모와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약속한 9개 권역의 병원 설립은 3개 권역으로 줄었고, 6개는 외래 중심의 센터로 바뀌었다”라며 “수도권과 제주권은 건립조차 없이 기존 민간병원을 공공어린이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또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역은 입원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는 ‘공공성의 가치’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충남권, 경남권, 전남권에만 입원병상을 둔 병원을 설립하며 다른 권역은 입원병상을 두지 않는 센터를 추진한다”며 “입원수요가 적으니 입원 병상을 아예 두지 않는다는 수요논리는 ‘공공성’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은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태식 회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를 정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해 의료공공성을 보장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전국에 건립하려는 총 입원 병상은 100개가 되지 않고 이것도 충남권, 전남권, 경남권으로 쪼개 각 입원 병상 30개로 건립하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나머지 4개 권역은 외래 중심의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로 수도권과 제주도는 기존 병원을 공공어린이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이는 또다시 민간병원의 외래 중심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현재 민간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아동의 집중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장애아동 조기진단 및 조기개입과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등 원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도록 기존 의료기관 지정이 아닌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응급시스템을 갖춘 병원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권호 우송대학교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은 시장 기반 민간 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성과 유연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운영비 부담을 지자체의 자체적 노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유도하는 현 상황속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는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자원은 보충적 차원에서 활용해야 하며 기본적인 운영을 위해 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실질적인 공공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방정부는 현실적으로 현재 의료기관에 위탁 운영할 수 밖에 없고 운영주체는 시장에 포섭된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궁극적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해놓고 예산만 일부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지원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나 실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장애아동가족, 지역시민사회가 공동주체로서 힘을 합쳐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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