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19 07:47최종 업데이트 22.01.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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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살리려면 적정수가 보전부터…건강보험 재정 파이 자체가 커져야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차기 대통령과 행정부, 입법부, 의료계 모두 예산 확대 공감대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석형 인턴기자 충남의대 예2] 외상외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필수의료 진료과로 꼽힌다. 대한외상학회에 따르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제도가 첫 운용된 2011년 이래 외상학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총 311명이다. 일반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의들은 포부를 품고 국민 생명의 마지막 보루로 진출했다.

하지만 제도가 출범한 지 11년이 지난 현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전문의의 수는 228명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311명 중 52명은 자격이 정지됐고, 31명은 자격이 아예 상실됐다. 4분의1 이상의 전문의가 자격이 정지 또는 상실됐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는 외상외과의 의료인력 구인난에 기인한다. 세부전문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수교육 및 논문발표 등을 통해 100평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데, 외상외과로의 신규 인력 유입이 부족하니 기존 인원의 업무량은 늘어나 강도 높은 연수를 병행할 수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전문의들의 이탈 역시 함께 일어나고 있다. 의사들의 필수의료과 기피가 신규 인력 감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자료이자, 근본적 해결이 절실함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필수의료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필수의료 기피 문제, 원가 이상의 적정수가 보전해야 

의사들이 필수 진료과를 기피하는 데는 과도한 업무량과 함께 전문의가 돼도 일자리 선택의 폭이 좁은 점 등 여러 원인이 있다. 한편으로는 급여 치료에 있어 국가로부터 받는 의료수가에 전적으로 수입을 의존해야 하는 병원 역시 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는다.

필수의료과 기피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현재의 저수가를 적정 수가로서 보전하는 것이다. 원가를 초과하는 적정 수가가 보전될 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의료인력 공급과 병원 재정은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많은 문제점을 자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에 있어서도 정부의 부가적인 정책 접근이 확실히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

의료수가를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정부도 적정수가 보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4년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용익 전 이사장은 임명 5개월 차인 2018년 4월 의료수가를 “원가+α로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매길 것”이라며 “원가+α로 의료수가를 보장하지 않으면 병의원들은 다 망하고 문재인케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초의 정부 의지와는 달리 4년간의 정책 성과는 저조했다. 적정수가 보전의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성과가 미진한 이유는 의료수가 재정을 담당하는 건강보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속적으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공단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23년 공단의 부채비율은 132%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코로나 백신 관련 재정지원금 수요가 폭증한 지난 2년간 그 골은 더욱 깊어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공단의 재정 적자 폭 역시 2023년 3조 8000억원, 2027년 7조 5000억원 등으로 커질 전망이다. 

건강보험 20% 국고지원금 지급 지켜진 적 없어  

국민의 입장에서 건강보험 보장 확대는 찬성하지만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건보료를 쉽사리 증액할 수 없는 정부는 국고지원을 통해 공단 사업비의 부족분을 보조한다. 문제는 이 국고지원의 규모가 늘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 법령에 따르면 국가는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로 지급해야 하지만, 이 20%를 채운 적이 지금까지 없다. 지난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모도 14.3%에 그치며 법정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고지원 법정 기준 20%는 건강보험법에 따른 14%의 지급 의무와 건강증진법 부칙 제2조에 따른 6%의 추가 지급 의무로 나눠지는데, 건강증진법 부칙 제2조의 한시적 시효가 올해 12월 31일에 만료될 예정이다. 국회의 개정이 없는 한 내년부터 국고지원금의 법정 기준은 예상수입액의 14%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여러 사업을 동시에 꾸려야 하는 건강보험의 '제로섬 게임'에서 필수의료 적정수가 보전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려면 필연적으로 타 사업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보험료 사용처 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필수의료 수가 예산만을 고려하기는 어렵다. 의료수가를 최종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도 쉽사리 적정수가 보전의 압박을 넣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재정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방안 나와야  

해결책은 건강보험의 파이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줄이지 않는 방식으로 필수의료의 적정 수가를 보전하려면 건강보험 재정 자체를 증액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주자들은 구체적인 방안에 차이가 있으나 필수의료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듯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필수진료과목 국가책임제와 지역필수의료 수가 가산제 도입을 약속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통해 필수의료시설에 공공 정책수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선 주자들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부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예산을 결정하는 실권은 국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각 정부부처는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 요청을 담은 예산요구서를 제출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 부처의 예산액을 조정해 종합적인 국가예산을 편성한다. 이후 국회에 예산 원안을 제출하는데, 국회가 이를 승인해야 비로소 각 부처의 예산 증·감액 여부가 결정된다. 21대 국회의 정당별 의석 구조와 현 보건복지위원회의 기조를 볼 때 어느 후보가 당선되던 예산 확대가 쉬운 일이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이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투표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담아 대통령을 선출한 이후에도 차기 대통령은 예산 확보를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합의를 이뤄야 하는 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의료계 역시 차기 대통령의 행보에 주목하면서 행정부와 입법부 양측에 실제적 근거를 기반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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