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29 06:38최종 업데이트 23.12.2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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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차관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해법은 "책임보험 의무 가입과 특례법 추진, 의사의 사과도 필요"

박 차관-전공의들과 간담회서 입장 발표...심평원 심사 기준 개선∙행위별 수가제 보완∙수가 불균형 조정∙비급여 관리 등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사진=복지부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우려로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의사들의 책임보험 의무 가입을 통한 보호 장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책임보험에 가입한 의사들은 일정 범위의 의료사고에 대해선 기소를 당하지 않도록 특례법을 만들고, 환자들은 책임보험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책임보험 도입하고 특례법 추진…"의사가 환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필요"
 
28일 보건복지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박 차관은 지난 26일 열린 전공의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의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운영 중인 의료배상공제조합의 경우 임의 가입인데, 정부가 별도로 의무적인 책임보험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의무 가입이어야 펀드가 커지고 그래야 환자들에게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며 “보상하는 펀드를 확고하게 만들고, 보험에 가입이 돼있으면 일정 부분에 대해 형사 기소를 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려고 한다. 그 범위나 보험료 수준, 보상 수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소를 면제해주는 특례법의 경우) 행정부 내에선 확정적으로 의사결정이 된 건 아니지만 90% 가까이 와있다”며 “특례법이 발표되면 결국 국회가 입법화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 찾아가 필요성을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앞서 소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문제 발생 시 의사들이 환자에게 사과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의사의) 실수가 있었든 없었든 인간적인 말 한 마디가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이게 잘 안 되고 있다”며 “사과를 하면 소송 시에 불리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법학자에게 들어보니 우리나라 법 체계에선 사과를 하더라도 소송에서 법적 책임을 지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에 대해서는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복지부 보험국과 심평원장에게  그 분야의 대한민국 '베스트'들이 와서 심사기준을 만들도록 하고, 만들어진 기준은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라며 “그렇게 해서 삭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게 맞고, 삭감이 되더라도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위별 수가제 보완하는 수가 시스템 도입
 
박 차관은 현행 행위별 수가 제도에 대해서는 위험도∙난이도 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공공정책 수가 도입 등을 통해 수가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투입하는 재정의 절대적인 규모도 지금보다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행위별 수가제는 자원이 얼마나 투입되는 지에 따라 수가 수준이 결정된다. 자원은 의료인들의 투입 시간이 기본”이라며 “하지만 똑같이 15분이 걸리는 시술이라고 해도 위험도나 난이도, 업무 숙련도, 시급성, 대기 시간 등이 다를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지금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령 의사가 당직을 섰지만 아무 행위를 하지 않으면 수가가 나가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보상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꾸겠다”며 “전체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투입 금액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행위별 수가를 없애겠다는 건 아니다. 행위별 수가가 기본 골격이지만, 이것만으로 잘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형 공공정책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를 통해 메꾸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야별 수가 불균형도 조정…대형병원 전문의 중심 진료 체계 단기간엔 어려워
 
그는 원가 이하의 수가인 수술∙처치 분야도 있지만, 검사∙영상 등 원가 대비 수가가 높게 책정된 분야를 조정하겠단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수술∙처치 수가는 원가 대비 80% 수준이지만 검사∙영상은 110%가 넘으면서 수가 불균형 문제가 있다”이라며 “정부가 이를 신속히 조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 불균형을 조정하면서 추가로 위험, 대기 시간 등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그러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처럼 수가 시스템을 개편하면 주로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의료행위들이 이뤄지는 대형병원의 재정 상태가 개선되며,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를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인력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 체계로 일괄 전환은 어렵다며, 의대정원 증원으로 배출되는 의사가 늘어나는 시점을 목표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가 체계를 대기 시간, 위험도, 숙련도 등을 반영해나가면 지금과 달리 병원으로 가는 수가 구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러면 병원에서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인력이 없는데 단기간에 (병원 환경을)바꾸긴 어렵다”며 “10년 후에 증원된 의료인력이 배출될 시점에 전문의 중심의 환경이 완성되도록 단계적으로 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선…권역 내 의료기관 이용 유도 인센티브 검토
 
박 차관은 비급여를 관리하고 실손보험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비급여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과잉되면서 의료를 왜곡시키고 있다. 백내장 수술이 그 사례”라며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해 실손보험의 협조를 구해야 하고 (비급여) 공개 제도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의료기관 등 공급자가 아닌 환자의 수요를 통제할 계획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권역 내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환자를 이송∙전원할 때 권역 내와 권역 외에 수가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살아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단 지적에 대해선 "관련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병원이 이미 착공에 들어간 경우 등은 현재 규제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에 서울, 수도권 지역에 대형병원을 지을 때는 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병상종합계획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이미 땅을 파기 시작한 병원들도 있어 이를 중단시키는 건 신뢰 문제로 어렵다”고 했다.
 
이어 “병상종합계획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조속히 입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그 전까지는 행정 지도를 통해 자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별 병원과 접촉해 병상 확대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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