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9.16 06:34최종 업데이트 21.09.16 06:34

제보

"탈레반 점령 이후 문닫은 병원들...아프간 의료 10년 이상 퇴보 우려"

손문준 전 바그람 한국병원장 "의사들 대거 탈출하고 해외 원조도 끊겨...어렵게 탈출한 동료들 챙길 것"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손문준 교수(전 바그람 한국병원 원장). 사진=일산백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의료인력 유출, 서방 원조 중단 등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의료인프라는 10년 이상 퇴보할 수밖에 없다. 여성들에 대한 의료도 문제가 될텐데 걱정이 많이 된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소재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병원장을 지낸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손문준 교수는 15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프간 의료, 바그람 한국병원 등 해외 원조로 크게 발전...탈레반 집권에 원상복귀

인제대백병원은 지난 2010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아프가니스탄 의료지원 사업에 나섰다. 2008년 문을 연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의 위탁운영을 맡게 된 것이다.

손 교수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1년여간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병원장으로 한국의 의술을 전했다. 

손 교수가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현지 의료인프라는 모자보건, 백신접종 등 1차 진료 수준이 막 구축돼 있는 상태로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바그람 한국병원은 병실, 수술실까지 운영하는 2차 병원을 운영하며 현지의 의료질을 끌어올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바그람 한국병원은 당시 높은 진료비용 탓에 카불 소재 외국계 병원들을 찾지 못하던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국 의료진들의 높은 의술 수준도 빛을 발했다. 수시로 탈레반에 의한 테러와 국지전이 벌어지는 등 현지 치안은 불안정했지만 바그람 한국병원이 2015년 6월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종료한 뒤에도 한국의 선진 의술은 영향력을 이어갔다.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일했던 의료진들이 아프가니스탄 주요 병원들에 취직해 환자들을 진료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바그람 한국병원 사업의 궁극적 목접은 무상의료를 직접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현지 의료진들의 의료역량 강화였다"며 “탈레반이 재집권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의료를 계속 이끌어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지난 1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던 아프가니스탄 의료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현지 의료진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대거 탈출한 데다가 서방국가의 원조도 불투명해진 탓이다.
 
손 교수는 “카불에 있는 주요병원들은 탈레반 점령 이후 한동안 전부 문을 닫았다”며 “실제로 내가 진료를 봤던 환자들 중 일부가 진료공백이 생겼다며 도움을 요청해오기도 했는데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유명한 의사들은 모두 아프가니스탄을 떠났고, 탈레반 정권이 안정화되더라도 현지의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위해 파키스탄 등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율법을 근거로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탈레반 정권의 특성상 여성 대상 진료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손 교수는 “여성들을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사회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상황에서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될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탈출 성공한 옛 동료들과 조우 예정..."난민들 향한 원색적 비난 삼가달라"

그는 소위 ‘미라클 작전’을 통해 한국으로의 탈출에 성공한 옛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손 교수는 동료들의 탈출 과정에서 신원 확인 등의 도움을 주기도 했다.

손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후에는 SNS상에서 소통해왔는데 조만간 한국에 입국한 옛 동료들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친구들이 단순히 여행을 온 게 아니고 목숨을 걸고 탈출한 상황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책임감과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람 병원에서 일하던 이들 중에서도 탈출에 실패한 경우가 있다”며 “간호사로 일했던 한 친구는 탈레반이 이동을 제지해서 미라클 작전에서 탈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끝으로 손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탈출 난민에 대한 무분별하고 원색적인 비방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 댓글들을 보면 일부 원색적인 비방이 눈에 띄더라”며 “요즘은 번역기만 사용해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을텐데 탈출한 옛동료와 그 가족들이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자료실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