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10 08:31최종 업데이트 24.0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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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제약회사→의사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 공개...국민들에게 오해 우려

제약업계, 학술활동이나 제품설명회 위축 예상…2013년 먼저 도입한 미국도 실효성 논란 여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올해부터 지출보고서 공개가 확정됐지만,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국민의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지출보고서 공개제도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약사와 제약회사·의료기기회사 간 상호관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각 회사가 의사 등에게 제품설명회나 학회 지원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해당 내역을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공개하는 제도다. 

미국도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3년부터 선샤인 액트 제도를 도입했으나 경제적 이익 제공 규모는 줄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뒤따랐다. 
 
(사진=복지부 발표)

먼저 도입한 미국, 의사에게 제공하는 금전 규모 '유지'

10일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2년 의약품·의료기기 공급자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료를 제출한 업체는 총 1만1809개(의약품 3531개, 의료기기 8278개)였다.

자료 제출업체 중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기업은 3274개소로 전체의 27.7%를 차지했다. 업체별로 보면 전체 의약품 공급자의 52.8%, 의료기기 공급자의 17%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경제적 이익 제공 규모는 총 8087억원으로 의약품 업체 7229억원, 의료기기 업체 858억원이었다.

제공유형별로 보면 의약품은 대금결제 비용할인(83.3%), 의료기기는 견본품 제공(62.4%)이 가장 많았다. 영업형태별로 보면 제조업은 임상시험(57.4%), 수입업은 제품설명회(53.3%), 도매업은 비용할인(66.9%) 중심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미국은 2013년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샤인 액트' 제도를 도입해 의사 등에게 제공된 경제적 이익을 공개했다. 경제적 이익 내역을 대외적으로 공개해 업계의 자정작용을 기대했지만,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공하는 금전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매드 인 아메리카는 법안 도입 이후 일부 의사들의 활동은 줄었지만 약물 개발 과정의 모든 단계에 대한 제약 자금의 부패한 영향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들에게 돈이 흘러가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경제적 이익과 처방 간 상관관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학협회저널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제약사로부터 20달러 미만의 비용이 드는 한 끼 식사를 한 의사가 아무 식사를 받지 않은 의사보다 해당 제약사의 약을 처방할 가능성이 최대 두배 높았다고 밝혔다.

유명무실 제도 전락…왜곡된 시각으로 인한 의료진 신뢰도 저하 우려

의료계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왜곡된 시각으로 의료계를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민양기 의무이사(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는 "대학교수는 연구비에서 일부를 본인 인건비로 사용할 수 없다. 연구원 인건비만 계산할 수 있고 교수에게 돌아오는 돈은 없다. 하지만 지출보고서에는 연구팀 책임자인 교수 이름만 올라간다. 한 사람 이름에 총액이 올라가면 오해를 사기 쉽다"며 "이는 환자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 의무이사는 "미국 선샤인액트 시행 후에도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 리베이트를 잡는 제도로 작용하긴 어렵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음성적인 불법 리베이트만 확장되고, 오히려 성실히 지출보고를 작성한 곳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지출보고서를 활용한 악용을 주의해야 한다. 도덕적, 윤리적인 비난을 의료진에게 전가하거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출보고서 공개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자칫 정치적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다.
 
공개 부담으로 연구자 주도 임상부터 학술·제품설명회 활동 감소…업계 위축 불가피 

제약업계는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지출보고서 공개로 인한 국민의 오인을 가장 걱정했다. 이로 인한 마케팅, 연구개발 등의 위축도 전망했다. 공개되는 지출보고서는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 있는 내용이지만 제약업계는 국민이 리베이트 등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A관계자는 "실명, 의원 명칭 등이 공개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되는 것들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경제적 이익이지만 국민들은 이런 것들을 상세하게 알기 어렵다. 리베이트, 뒷돈을 받았다고 인식할 여지가 있다. 결국 잠재적인 범죄자로 인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명 공개는 업계 역시 부담이다. 이로 인해 의료인의 학술활동, 제품설명회 참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전달 수준의 합법적인 마케팅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라며 "의료진이 처방권을 가진 만큼 약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의료진이 참여를 거부하면 합법적인 범주 내 정보 공유 활동까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른 B관계자는 "거래의 투명성과 자정능력 향상 등을 관리하기 위한 규제기관의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괜한 오해를 받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라며 "공개항목은 합법적인 범위 내 있는 경제적 이익인 만큼 불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 정상적인 활동이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의료진과 회사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의사들이 제약사와 만남 자체를 기존보다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제약사는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해 영업·판매 활동을 하지만 기록이 남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오해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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