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 공보이사 “KTAS 3등급 환자 등 우려점 있어…수정∙보완하며 응급의료체계 개선 계기 삼아야”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 사진=용인세브란스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추진 예정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는 “일단 시범사업을 수용한다”고 3일 밝혔다.
시범사업 내용 중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주문한 만큼 우려사항을 충분히 전달하고 시행 과정에서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이날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응급실 미수용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크고 이재명 대통령도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별도로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우선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세부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소방청이 2월 말부터 호남 지역에서 시행할 예정인 시범사업은 지역별로 지자체, 소방본부, 광역상황실, 응급의료기관이 합의를 거쳐 이송지침을 마련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KTAS 1~2등급의 중증응급환자는 광역상황실이 수용능력 확인을 거쳐 이송 병원을 선정하며, 골든타임 내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한 경우는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해 안정화 처치를 하게 한다. 광역상황실은 우선수용병원 지정 후 바로 최종치료를 위해 전원할 병원도 지정해야 한다. Pre-KTAS 3~5등급 환자는 수용능력 확인 없이 이송 프로토콜에 따라 이송한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장과 괴리된 졸속 행정”이라며 시범사업 참여와 광역상황실 근무를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수용 능력 확인 없이 환자를 이송할 경우 되레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응급의료진 역시 법적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관련 기사=응급실 뺑뺑이 '우선수용병원' 지정으로 해결? 응급의학과 의사들 '보이콧' 경고]
응급의학회도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KTAS 1~5등급의 가운데에 위치한 3등급 환자가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봤다. 시범사업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경원 공보이사는 “KTAS 3등급 환자는 스펙트럼이 넓다. 1~2등급에 가까운 3등급 환자인데 사전 연락없이 병원으로 이송했다가는 장시간 대기하다가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구급대원들이 KTAS 1~2등급인 환자를 임의로 지정병원으로 이송하면 되는 3등급으로 낮춰서 분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어 “광역상황실이 KTAS 1~2등급 환자의 이송병원을 정하도록 했는데, 모든 1~2등급 환자의 이송을 조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또 “시범사업의 주체가 있어야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피드백을 하고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 등도 있어 정부가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지금 시범사업안은 그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 이사는 응급의료진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수용 능력 확인 없이 이송병원을 강제로 선정하는데, 환자가 잘못됐을 경우 의료진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건 상식적으로 불합리하다”며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선의의 응급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면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당연히 관련 대책도 뒤따라 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도 시범사업을 마냥 반대하기 보다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응급의학회 입장이다.
이 이사는 “우려되는 부분들은 정부 측에 모두 전달했다. 무턱대고 반대만 하면 국민들도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순 없겠지만, 이번 시범사업이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