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1분기 보타메디(BotaMedi)가 벤처캐피탈(VC)로부터 약 800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타메디 투자금은 나머지 기업 전체 투자금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며, 바이오오케스트라(Biorchestra)와 오가노이드사이언스(Organoid Sciences)가 뒤를 이었다.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메디게이트뉴스가 2022년 1분기 국내 바이오헬스 벤처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50개 기업이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들은 항암제 개발 바이오사 투자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국내 제약회사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투자 TOP3는 천연물 신약·오가노이드 기반 의약품·마이크로바이옴 CDMO 기업
투자 유치 금액 상위 기업을 살펴봤을 때, 보타메디는 투자 규모도 가장 크지만 모든 금액을 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보타메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도이치자산운용(DWS자산운용)으로부터 5억유로, 글로벌 투자운용사인 프랑스 회사에서 1억유로 등 총 6억유로를 투자 받았다.
현재 감태에서 추출물을 바탕으로 회사는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리드 후보물질인 PH100은 감태에 함유된 플로로탄닌(phlorotannin)을 주성분으로 한 임상약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합병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 외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으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PH733, 전신 염증 치료제 PH300, 항암제가 있다.
보타메디 다음으로 많이 투자받은 바이오오케스트라는 545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퇴행성 뇌질환 RNA 신약과 뇌전달 약물전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누적 투자금은 660억원이다.
이번 라운드에서 확보한 자금은 리드 후보물질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BMD-001의 전임상 및 임상 등에 사용된다. 올해부터 가동될 파일럿(Pilot) 공장에 약물전달체의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mRNA 전달체 등 차세대 전달체 개발도 계속해서 진행한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난해 시리즈 B 1라운드에서 180억원을 유치한데 이어 올해 1분기 210억 원의 시리즈B 2, 3, 4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총 48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장 오가노이드와 침샘 오가노이드 비임상 마무리 단계로 올해 중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차세대 재생 치료제 개발과 함께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약물 평가 플랫폼 사업도 다각도로 추진한다.
지놈앤컴퍼니(Genome & Company)의 미국 자회사 리스트 바이오테라퓨틱스(List Biotherapeutics, Inc.)는 주요 투자자 8곳이 시리즈A에 선투자 하는 방식으로 3100만달러(약 381억원)를 유치했고, 올해 상반기 시리즈 A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리스트 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놈앤컴퍼니가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리스트 랩(List Biological Laboratory)을 인수한 뒤 설립한 회사다. 미국 피셔(Fishers)시에 1만8000여평 규모 부지 확보하고 대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생산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면역 및 세포치료제 개발사 큐로셀·셀렉신·파로스백신, 대규모 투자유치 성공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개발 기업인 큐로셀(Curocel)은 기업공개 사전 투자유치(pre-IPO)로 360억원을 확보했다. 회사 설립 이후 5년간 총 975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기술성평가를 신청했고 그 결과에 따라 상장예비심사 일정이 결정된다.
현재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B세포림프종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CD19 CAR-T 세포치료제 CRC01의 1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둔곡지구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CAR-T 치료제 전용 GMP 공장을 건설 중이다.
면역항암치료제 개발기업 셀렉신(Selecxine)은 시리즈 B로 330억원을 투자받아 총 600억원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을 달성했다. 셀렉신은 자체 항체 개발 플랫폼을 바탕으로 면역조절 사이토카인 및 다양한 면역조절 수용체를 타깃하는 면역 치료용 항체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첫번째 파이프라인인 SLC-3010은 사이토카인(IL-2)과 항체(anti-human IL-2 Antibody, TCB2) 복합체 기반의 면역매개 항암제다. 다양한 전임상 시험에서 효능 및 부작용 검증을 마쳤고,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자료 제출을 목표한다. 또한 최근 면역항암제 대상 예측바이오마커 원천기술을 확보해 국내 병원과 공동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보타메디 외 1분기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한 기업으로 종양 특이 T세포, CAR-T, 수지상세포 등 면역 세포를 이용해 난치성 질환 세포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파로스백신(Pharos Vaccine)이 있다. 파로스백신은 중국 상해푸동발전은행(SPDB) 인터내셔널과 글로리 에셋 얼로케이션(Glory Assets Allocation) 펀드로부터 2400만달러(약 285억원)를 유치했다.
투자금으로 급성 심근경색 후 심부전 예방 세포치료제(AMI-DC)와 CAR-T 치료제의 국내외 임상시험에 속도낼 계획이다. AMI-DC의 경우 3월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어 국내외 권리를 확보했고, 올해 하반기 미국 임상 1·2a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종근당·GC·대웅제약 등 국내사들, 유망 바이오사 재무·전략 투자 나서
국내 제약사들은 올해도 바이오 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이어갔다. 종근당과 종근당홀딩스는 바이오오케스트라에 동화약품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원제약은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투자에 참여했다.
GC녹십자는 그동안 약으로 개발할 수 없었던(undruggable) 표적 정복을 위해 저분자 의약품을 개발하는 사이러스테라퓨틱스(Cyrus Therapeutics)와 경도인지장애 디지털 치료제 개발 회사 이모코그(emocog) 투자에 참여했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는 김병문 전 CJ헬스케어 부사장이 창업한 회사로, 지난해 5월 GC녹십자 그룹 산하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ARM(Antibody Recruiting Molecule) 플랫폼을 활용한 항암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GC녹십자를 비롯 여러 투자자로부터 29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은 390억원에 도달했다.
이모코그는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준영 대표(서울의대 교수)와 중앙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출신 노유현 대표, 차의과대학 윤정혜 교수가 2021년 공동 설립한 회사로, 창업 직후 네이버 D2SF와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17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1분기 프리 시리즈 A로 150억원 투자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개발 중인 인지기능 개선 디지털 치료제 코그테라(Cogthera)의 국내외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웅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은 단백질 분해 신약 연구 기업 핀테라퓨틱스(Pin Therapeutics)의 2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했다. 동시에 대웅제약은 핀테라퓨틱스와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첫번째 타겟에 대한 초기 평가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검증된 타겟과 신약후보물질에 대해서는 양사가 공동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동제약은 혁신 약물전달기술 기반 치료제 연구개발 기업인 아울바이오(Aulbio)에 2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72억원 규모의 시리즈 A 브릿지 투자에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 SI)로 참여하면서 아울바이오가 연구개발하는 약효지속형 의약품 파이프라인 중 일부에 대한 공동 개발 및 국내 사업화 우선협상권을 가지게 됐다.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 신약 개발 회사로 서울대학교 화학과 박승범 교수가 설립했다. 지난해 한독이 3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하고 항암제 SBP-101의 공동연구개발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메디톡스벤처투자는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에 참여했다.
올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담도암, 뇌종양 등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 IND를 제출하고 하반기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2024년 상반기까지 미국 FDA로부터 IND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바스테라는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전공 강상원 교수가 혈관 및 암 치료 분야에서 레독스 신호전달(Redox Signaling)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특허를 이전해오면서 설립한 회사다. 메디톡스벤처투자가 참여한 시리즈 B에서 180억원을 유치했고, 누적 투자액은 232억원을 달성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상반기 내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 VTA-04의 임상을 위한 제형 개발을 완료하고, 향후 삼중음성유방암과 뇌질환 등으로 치료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다.
비엔에이치리서치는 비임상 약물 유효성 평가 기업으로 연세의대 생리학교실 정승수 교수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5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최근 시리즈 B 단계로 130억원 투자를 받았다.
SK 계열사들, 전략적 투자자로 외부투자 나서
대기업들도 바이오 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유망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1분기 SK 계열사들의 투자 활동이 눈길을 끌었다.
SK플라즈마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SK디스커버리, 티움바이오,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1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NRDO (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조직을 가동해 왔다. 올해 NRDO 투자 첫 프로젝트로 CAR-T 치료제를 선정, 큐로셀의 Pre-IPO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향후 전략적 투자자로서 큐로셀과 CAR-T 치료제에 대한 국내외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외부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김민석 교수가 설립한 씨티셀즈(CTCELLS)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시리즈 A(50억원)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올해 1분기 진행된 130억원 규모 시리즈 A 브릿지에도 참여하면서 투자를 이어갔다.
씨티셀즈는 액체생검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암 진 단 및 신약 개발 기업이다. 리드 후보물질은 차세대 NK세포(자연살해세포) 기반 항암제 CTC-01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적응증으로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2024년 IND를 제출하고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