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기능 개편 논의는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다. 건정심은 요양급여의 기준과 비용, 지역가입자의 월별 보험료,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과 건강보험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특히 건정심의 공익위원 구성 과정, 운영 과정 등에 대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건정심의 구조와 기능을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의 신중한 입장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명수·윤일규 의원 건보법 개정안 발의...“중립성·객관성 확보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건정심 공익위원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구성, 임명 과정을 개선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건정심은 위원장 1명(보건복지부차관)을 포함해 건강보험 가입자(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8명, 의료공급자를 대표하는 위원 8명, 소관 행정부처(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공공기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 8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건정심의 역할 중 보험료와 요양급여비용의 조정 등은 가입자와 의약계 간 이해가 상충될 수 밖에 없어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공익위원 8명 중 6명이 정부의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는 기관 직원으로부터 임명 또는 위촉되고 있어 대부분 정부 측과 의견이 유사하다는 한계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윤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현행 정부가 추천하고 있는 건강보험 전문가 공익위원 중 4명을 가입자가 추천한 위원 2명과 공급자가 추천한 위원 2명으로 하고자 했다. 또한 공익위원 임명도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소관 상임위의 의결을 거치도록 절차를 개선하도록 했다.
건정심의 역할을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5월 현행 건정심의 심의기능을 개선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심의위원회 역할을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주요 정책사항 등에 대한 심의·자문으로 축소했다. 기존에 심의위원회에서 수행하던 요양급여 기준과 약제·치료재료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의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평가위원회에 위임하도록 했다.
수가와 보험료율 결정은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수가·보험료조정위원회’를 설치해 협상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수가·보험료율을 체결, 조정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의약계 대표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환산지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공익위원 구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제기된 지적에 공감하는 편이다”며 “위원회 운영 과정, 전문성 반영 문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정심의 범위, 체계 유지한다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위원 구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건정심이 최상위 기구로 역할한다면 그에 걸맞는 업무범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기존 건정심 역할 등 고려해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윤일규 의원의 건보법 개정안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가입자·공급자간 공익 대표를 추천하는 것은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만약 개정안과 같이 규정할 경우에도 가입자·공급자 외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하는 위원 역시 공익위원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 위원회 운영의 중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복지부는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 상임위원회의 공식 의견이 갖는 중대성 등을 감안할 때 국회의 의견이 건정심 위원의 의견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연금 등 여타 사회보험법상 유사 입법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국회 보건복지위 검토보고서를 통해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가입자, 공급자의 공익위원 추천이 건정심의 기본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공익위원 4명을 가입자·공급자로부터 추천받을 경우 중립적·전문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익위원은 사라지고 실질적으로 가입자·공급자측 위원만 증가해 건정심 의견 중재·조정 기능이 상실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명수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개정안에 따를 경우 건정심의 역할이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등의 심의기능에 그치는 등 위원회의 성격·위상 등이 크게 저하돼 건정심의 실질적 권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건정심과 수가·보험료조정위원회, 전문평가위원회간 구조적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복지부는 “의약계 대표에게 심평원에 대한 자료요청권한이 주어질 경우 과도한 자료요구로 인한 심평원의 업무 부담과 개인정보 보호 우려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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