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김소윤 교수 "조만간 북한의 전문가가 직접 의료법에 대해 설명해주는 자리 마련되길"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한 북한의 보건의료 법은 제정 이후 여러 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무상치료제, 예방의학, 고려의학과 신의학의 조화 등을 일관되게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다양한 의료법이 만들어지고 있고 법의 내용은 장황한 표현에서 간결한 용어고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북한 의료법은 새로운 의료 기술 등의 도입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은 미미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은 16일 연세대 의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한반도 건강공동체에 대한 인문사회의학적 성찰'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는 남북한 보건의료법을 비교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북한 보건의료법의 변화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북한 보건의료시스템을 이해하는 시작점이라면서 남북 보건의료협력에 접점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안 분석만으로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보건법이 북한 사회에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만큼,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가 직접 북한 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발표하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공중보건법 형황평가 분석도구를 활용해 남북한 보건의료법을 비교했다. 공중보건법 현황평가 분석도구란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와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이 개발한 것으로 서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공중보건법과 법체계를 모니터링하는 평가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4개 모듈 총 90개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 첫 번째 모듈인 공중보건법 포괄성 정도(IDHL)를 분석해 북한의 보건법이 어느 정도 포괄적인지 살펴봤다"며 "이는 추세를 확인하는 정도 의미다. 법률이 적은 국가가 법률이 많은 국가보다 보건의료가 실제로 발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건의료 법률이 많다는 것은 그 국가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한 보건의료법이 차이 나는 부분은 에이즈, 장기 이식, 구강 의료 등으로 관련 법이 우리나라에는 있지만 북한에는 없었다"며 "보건의료법을 하나하나 보고 항목별로 분류했을 때 총 203개 항목 중에 북한은 93개 항목이 없었고 우리나라는 4개 항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보건 제도 틀(Health System Framework)를 통해 남북한 보건의료 체계 관련 법령을 비교한 내용을 보건의료 서비스 전달, 보건의료 인력, 의료 정보, 의료기기와 신의료기술 개발, 의료재정, 리더십과 거버넌스 등 6개 제도 구성 카테고리(System Building Blocks)를 근거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 서비스 전달 부분을 살펴보면, 남한은 환자안전, 호스피스완화의료 등 의료법과 보건의료기본법 및 특별법에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보건 서비스 전달에 대해 다루고 있으나 북한은 보건법 내 예방, 치료, 완화, 재활, 건강증진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 인력에 대해서 남한은 면허, 국가시험, 전문간호사, 한의사 전문의 제도 등 내용을 의료법과 다른 기타법을 통해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북한은 의료활동에서 정성원칙, 의료일군양성, 보건일군의 계획적 양성원칙 등 태도에 관한 내용을 법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남한과 달리 의료법 내에 추상적인 표현, 이를테면 '정성을 다해' 또는 '전망성 있게 양성' 등을 써서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료 정보과 관련해서 남한은 개인정보 보호등 의료 정보 보호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 정보 활용을 위한 법적 근거를 고민하는 중이다"며 "그러나 북한은 개인정보 유지에 관한 사항을 법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의료법 내 환자치료문건 조항에서 의무기록 보관기간을 유지하도록 다루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기와 신의료기술 개발 관련 부분을 살펴봤을 때, 북한은 특히 이와 관련된 법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은 새로운 의료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와 육성 방안을 법적으로 절차를 상세히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현대적 의학설비와 기구를 만들기 위한 연구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의료 재정 부분에서는 남한은 국민건강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의료급여법, 사회보장기본법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다루고 있고 지역보건법에 따라 지역 보건의료계획 수립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남한은 국민건강을 위해 다양한 법으로 의료보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무상치료를 사회주의 근간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진료만 무상일 뿐이고 약제비, 검사비는 개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북한의 사회보장법이 의료비를 위한 사회보장성 법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의료 제도에 대한 리더십과 거버넌스도 차이가 있다"며 "북한은 의료법에 의료사업에 대한 지도통제에 관한 규정에서 의료사업에 대한 지도를 내각의 중앙보건지도기관(보건성)이 하고 승인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주의에 근거한 북한의 보건의료법은 수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무상치료제, 예방의학, 고려의학과 신의학의 조화 등을 표방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어록에서 벗어나 상당수 법제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 자체는 많아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 법이 의료인 설명의무, 환자 동의 등을 의료법에 도입해 정치성이 완화된 표현을 쓰고 장황한 표현에서 간결한 용어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신의료기술의 법적 근거를 만들거나 윤리적 절차에 관한 법은 부족하고 정부 보고도 법적으로 미흡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건 제도 틀(Health System Framework)을 가지고 남북한 보건의료법을 비교한 결과, 김 교수는 북한 보건의료법이 법적 구성요소는 형식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을 갖추고 있으나 전체 거버넌스와 최근 미래의료의 변화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실 발표를 하면서도 주저하는 이유는 법을 비교하거나 분석하는 것만 가지고는 실제 보건의료제도 작동에 대해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내년이든 그 이후든 북한의 전문가가 '우리의 보건의료법이 이렇습니다'라고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북한 보건의료법을 우리나라와 비교하지 않고도 살펴 볼 수 있다. 하지만 비교를 하는 방법이 이해하기 쉽고, 법은 한 나라의 정책을 표현하는 최소의 수단이라고 생각해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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