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치료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끔 수가 자체를 낮게 책정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없다면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생명을 치료해주었으니 비싼 값을 받아야 할까?"
의과학자 팀블로그(mdphd.kr)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생명의 값어치...목숨값의 역설'이란 글이 최근 의사들의 공감을 사면서 SNS에 회자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연구를 주로 하는 의사이기 때문에, 한국의 의료행위수가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팔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목숨"이라면서 "그럼 과연 그 '목숨’을 치료하는 비용은 싸야 할까요? 비싸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여기에서 '목숨값의 역설'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서비스적인 관점으로 의료를 접근한다"며 "기본적으로 치료의 행위수가는 생명과 직결될수록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행위 가격이 낮을수록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기에, 가장 비싸야 할 목숨값과는 별개로 치료가격이 낮아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사실상 양자를 교묘하게 잘 섞어 놓은 케이스인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수가를 높이 책정해 놓고, 기업과 혜택을 보는 사람들에게 적절히 나누어서 부담시키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의 의료보험이 비싸다는 것인데, 실제 비싸기는 하지만 기업이 상당 부분 부담해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부담이 적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반면 우리나라는 생명과 연관된 치료비용, 즉 '목숨값'의 수가 자체가 싸게 책정된 셈"이라면서 "생명과 직결된 암을 치료받는 것이 쌍꺼풀 수술을 받는 것보다 더 저렴한 것이 현실이며, 출산 비용이 동물병원에서 애완견 출산 비용보다 더 싸게 되어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과 미국, 한국의 의대 교육 비용을 비교했다.
그는 "유럽의 의대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제도"라면서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가 되면 국가가 요구하는 사회적 보장체계를 따를 필요가 있고, 그에 따르는 의무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달리 미국은 의대 교육 자체가 사교육이고, 의사를 자영업자나 근로자로 보는 개념이 강해 '네가 돈을 내고 교육받았으니, 네가 돈을 버는 것 역시 네 뜻대로 해라'라는 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대 교육 자체는 미국과 같은 사교육인데, 사회적 의료시스템은 국가가 컨트롤한다"면서 "자기 돈을 내서 의대를 다니지만, 졸업후에는 국가가 보장하는 돈(수가)만 바라보는 공무원 아닌 공무원이 되는 셈이다. 물론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고 대부분의 의사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목숨값의 역설'은 생명과 연계된 질환을 치료하는 비용이 적을 때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명과 직결될수록 치료비용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사회적으로 본다면 아주 합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이는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기관이 만족했을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역설적으로 목숨값(의료수가)이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행위의 공급은 점차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서비스의 질 역시 점차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나타나는 의료현상은 결코 단시일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면서 "국민과 정부의 인식 변화, 의사의 수급 조절, 진료과별로 얽혀있는 실타래 등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주 많다. 하지만 분명히 세대간, 계층간, 정부와 의료인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인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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