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08 00:52최종 업데이트 22.02.0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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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환자 치료 결과 개선하거나 비용 줄이는지 입증해야"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원격진료는 1차 의료·재진 한정해야 의료계 수용 가능 예상...플랫폼 아닌 솔루션 전망"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 치료 결과 개선하거나 비용 줄이는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온라인 교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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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의학계에 들어온 메타버스, 어디까지 상상 가능할까-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전 분당서울대병원장
②코로나 이후 헬스케어 트렌드 예측과 의대생이 준비해야 할 일-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장
③미국 의사되기, 또 미국에서 스타트업 창업하기- 박중흠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BIDMC 입원전담전문의·아보MD 대표 
④코로나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급부상, 정신건강 이야기- 배재호 아이두정신건강의학과 원장·만화가 
⑤소아과 지원율 23%, 소아과의 미래는 정말 암울할까?-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정지연 인턴기자 경상의대 예2]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이사·파트너 심사역 겸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장은 사람들이 마냥 장밋빛 미래로만 생각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강연은 새로운 기술이 의료 분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한국에서의 원격진료는 어떠할지 크게 두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진료 플로우에 따른 진단, 치료 방법의 가치입증 방법

김 상무는 새로운 기술이 의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를 통해 그 가치를 어떻게 입증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의료의 업무 플로우에 대해서 설명했다.

의료의 업무 플로우는 크게 ▲스크리닝 ▲진단 ▲치료 ▲모니터링의 네 단계로 구성된다. 진단 과정은 세부적으로 위험도 구분, 확진, 동반 진단으로 이뤄진다. 위험도 구분 검사를 통해 증상이 있는 환자 중 확진 확률이 높아 고위험, 고비용 검사의 필요성이 입증되는 환자를 가려내고, 동반 진단을 통해서는 고가 치료에 효과가 있는 환자를 선별한다.

김 상무는 이를 고려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의료에 가지고 오는 경우 결국 그것이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하거나 치료 비용을 줄이는 점에서 그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진료 플로우 상 환자의 결과와 상대적으로 가까이 위치한 치료, 모니터링의 경우 그 결과를 입증하기가 쉽다. 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스크리닝, 진단 과정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경우 그것이 최종적으로 환자 결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김 상무는 "의료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면 그것이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결과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입증이 힘들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크리닝 가치 입증의 어려움 '조기발견 편향'

새로운 스크리닝 방법을 만드는 게 힘든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조기발견 편향(Lead time bias)이 있다.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은 빨리 확진 검사를 시행한 데 비해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확진 검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는 오래 살고 받지 않은 환자는 생존 기간이 짧아 보이므로 스크리닝 방법이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착각할 수 있다. 건강검진은 환자가 확진됐다는 것을 일찍 잡아내는 데 불과할 뿐 환자가 오래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그만큼 새로운 건강검진 방법을 입증해 의료계에 가져 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디지털 헬스케어에 적용해보면 현재까지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대부분의 의료 인공지능은 .허가 사항에 모두 ‘의사를 도와서’라는 항목이 있다. 즉, 의사의 판독을 도와줄 뿐이라는 것이다.

김 상무는 "이는 스크리닝에 가까우므로 환자 결과에 대한 가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차이가 매우 크지 않아 임상시험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만 커질 것이다"라며 "따라서 판독 정확도를 도와주는 의료 인공지능들은 보험 수가 적용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실시하던 스크리닝의 효율화

물론 예외는 있다. 현재까지 나온 의료영상 인공지능은 대부분 ‘의사를 도와서’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유일한 인공지능이 ‘IDx-DR’이다. 이 제품은 당뇨병 환자가 망막 사진을 찍으면 당뇨성 망막병증 때문에 바로 안과에 내원해야 할지, 혹은 1년 뒤 사진을 찍어야 할지를 결정해준다.

김 상무는 "이 제품의 가치는 판독 정확도를 높여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자적인 진단 능력으로 인정받았다"라며 "이 제품을 일차 진료기관에 설치하는 경우 기존 환경에서 당뇨병 환자들이 망막 사진을 찍는 비율을 높여준다. 더 많은 환자들이 검사를 받도록 해 의료비를 절약해주는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에서는 정식 수가적용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하트플로우(Heartflow)의 제품을 들 수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이 있는 경우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으로 관상동맥조영술을 이용한다. 하지만 비싸고 위험하다는 단점 때문에 관상동맥 CT를 통해 협심증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만 선별해내는데, CT만으로는 좁아진 혈류를 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하트플로우 제품이다. 이 제품은 관상동맥 CT를 찍은 다음 그 결과를 인공지능에 집어넣으면 혈류 흐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상동맥조영술 검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김 상무는 "과거에는 고위험, 고비용의 검사를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굳이 검사의 필요성이 없는 저위험 환자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점이 이 제품의 가치로 입증돼 미국에서 임시수가 적용을 받았다"라며 "단순히 판독 정확도 개선이 아니라 구체적인 가치를 만드는 제품들이 수가 적용을 받기 쉽다"고 했다.

심전도 모니터링 지오패치(Zio patch)  

수가 적용을 받는 다른 사례로 지오패치(Zio patch)를 들 수 있다. 부정맥은 진단이 까다로워 홀터 모니터링이라는 방법을 이용하나, 이는 복잡한 장치를 신체에 부착해야 돼서 불편하다는 단점을 가진다. 또한 2,3일의 비교적 단시간 내에 부정맥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부정맥을 잡아내지 못하므로 제품의 효용이 없어진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미국에서 출시된 지오패치 제품인데, 이는 매우 간편하고 방수도 되면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4일까지 사용 가능하므로 부정맥을 잡아내는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을 가진다. 

김 상무는 "이는 기존의 방법과 확연히 비교가 가능하다. 기존의 방법보다 새로운 방법이 얼마나 좋은지만 입증되면 수가 적용을 받기 쉽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원격진료 전제 조건과 예상되는 모습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황인데, 이것이 완전히 법제화돼 자리잡을 수 있을까. 김 상무는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원격진료가 과연 한국에서 가능할지에 대한 예측을 이어갔다. 

김 상무는 적어도 2가지 조건을 만족할 경우 원격진료의 법제화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대형병원이 아닌 1차 진료 기관에서만 가능하다, 신환은 불가능하고 기존에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았던 재진 환자만 원격진료를 해준다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대한의사협회가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같은 전제조건을 달성해 원격진료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기존에 봤던 환자를 대면 대신 원격진료라는 단순한 진료 방식의 차이밖에 없으므로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는 플랫폼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격진료 플랫폼보다는 원격진료 솔루션 제공 업체가 현실적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이후에도 임시적인 제도 변화는 지속될 것인가?

김 상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지난 2년간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게 생겼다고 하나, 사실상 의료는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이전에 원격 진료가 합법적이었으나, 주류 보험에서는 원격 진료에 대해 보험을 적용해 주지 않았다. 오직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건지소로 가서 직원들의 도움을 빋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보험 적용이 가능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2020년 3월부터 임시로 보험 진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 임시 보험을 영구 보험으로 전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원격진료를 보험 적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의료비 절약되는지, 혹은 간단한 증상에도 원격진료를 받아 의료비가 늘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증거가 없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원격진료에 대한 완전한 보험적용은 증거가 나온 이후에야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상황, 원격진료 법제화는 가능할까? 

한국은 주치의 시스템이 없으므로 진료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의료 접근성도 매우 우수하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의사를 만나기 쉬운 나라에서 얼마나 더 편해져야 하는지, 원격 진료가 굳이 시행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김 상무는 소비자 입장은 이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로켓배송으로 크게 성장한 쿠팡의 사례를 비춰보면, 단지 기존보다 조금 더 편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을 보였다"라며 "원격진료는 의사 관점에서는 터무니없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한국의 상황을 보면 의협은 원격진료에 대해 조금씩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한국에서 의료 소비자는 원격진료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봉쇄정책이 강행돼 원격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 영국과 같은 나라에 비해, 한국은 방역이 잘 이뤄져 그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오프라인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것을 경험할 기회 자체가 없어졌다"고 했다.

김 상무는 "의료 소비자들이 원격진료를 경험할 기회가 없어서 이것이 편리하다는 인식을 느끼지 못해 도리어 원격진료를 내세우는 게 어려워진 실정"이라며 법제화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전망을 내놨다.

의대생들과의 질의응답 

Q. 헬스케어 트렌드를 봤을 때 어떤 과가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을까. 

단순히 헬스케어 트렌드를 위해 전공을 선택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그 이유는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도움이 될 것 같은 진료과 선택이 아닌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과를 선택하고 그때 가서 창업하고 싶다면 창업을 하면 된다. 일부 과는 선택의 제약이 있기도 하지만 창업,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무엇이 유리한지의 관점에서는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Q. 헬스케어 창업에 관심이 있지만, 기술적 지식 없이 의사가 어떻게 창업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좋은 기술자를 만나면 된다.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따라 상황이 각각 다를 것이다. 의사이면서 기술까지 잘 아는 사람은 너무나 귀한 존재이고, 당연히 자신이 의료 지식과 기술을 접목해 다 같이 하면 된다. 하지만 기술적인 지식이 없다고 창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술만 잘하는 친구에게 의료적 전문성을 줄 수 있다. 의사가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기술이 돌아가는 기본 그림을 아는 상태에서 의료 전문성을 가지고 협력한다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또는 현재의 경향에 대해서 잘 파악한다거나,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사람을 잘 이끌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의료 전문성과 더불어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으로 조직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Q. 현재와 같은 창업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나. 

기본적으로 이러한 창업 열풍 자체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다만 지금까지 이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시장에 돈이 넘친다는 상황과 분명히 연관돼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이자율을 올린다면 펀딩 시장이 기존에 비해 악화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시장이 가장 좋을 때에 비해 투자 시장이 열악할 수 있다는 것일 뿐,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현재는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이 쉽게 못하는 것을 훨씬 더 잘해낼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자리잡았기 때문에 펀딩이 쉬워진다. 기본적으로 창업 열풍 환경 자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Q.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준비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일단 좋은 의사가 돼야 한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중간에 자퇴해서 창업을 하는 식으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지만,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학생들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의료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적으로 지금 배우고 있는 의학을 가장 잘 배워서 어떻게 하면 좋은 의사가 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코딩과 같이 기술과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은 배워두는 게 도움이 된다. 본인이 직접 코딩을 직접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결국 같이 일할 사람 중에서 코딩을 하거나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훨씬 더 능률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어느 정도는 최신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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