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30 12:19최종 업데이트 22.01.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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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혈당측정(CGM),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시대 열린다

[칼럼] 유승현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간사·고대안암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전문가들과 함께 갈수록 중요해지는 연속혈당측정(CGM)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릴레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연속혈당의 종류와 원리,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각 대상자별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소개합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속혈당을 활용한 진료방식 변화와 미래 당뇨병 관리의 그림을 그려볼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서문: 연속혈당측정(CGM),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시대 열린다  
 
연속혈당측정기 덱스콤(Dexcom) 착용 장면. 

연속혈당측정 가이드라인,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로 변화 

[메디게이트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가속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적용과 맥을 같이해 혈당 관리 영역 역시 혁명으로 언급될 정도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를 견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연속혈당측정(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이다. 

최근 개최된 세계 최대의 소비자가전쇼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에서 최고혁신상 수상의 주인공은 애보트(Abbott) 연속혈당측정기인 프리스타일 리브레3(Freestyle Libre 3)였다. 애보트 로버트 포드(Rebert B. Ford)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기술은 우리에게 의료 서비스를 디지털화, 분산화, 민주화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도 원활하게 해준다”라며 "덜 침습적이고 더 모바일적이며 상호 연결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은 약물로 손쉽게 치료 가능할 정도로 흔하고 익숙한 질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당화혈색소가 6.5% 미만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는 28.3%의 수준에 불과하고, 여전히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 질환은 혈당값의 변동과 합병증의 위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세계적인 당뇨병 환자수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관리의 질적인 수준은 정체돼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합병증 빈도를 높이게 된다. 당뇨병 관리를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연속혈당측정(CGM)의 대중화가 이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정상에 가까운 혈당을 유지하는 것의 이점은 DCCT(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 Trial) 연구 이후에 잘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되면 혈관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고 발병 시기를 늦추거나 중증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때 '자기혈당측정'은 치료에 대한 반응과 목표로 하는 조절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관리하는데 필수적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바늘로 혈액을 채취해야 하는 기존의 침습적인 혈당측정 방식은 아프고 불편할 뿐 아니라 때로는 지겹고 공포스럽다. 혈당기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데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피를 내서 측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혈당 측정 자체를 포기하거나 간헐적 측정으로 혈당값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들은 저혈당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혈당을 유지하는 경우가 흔하다. 췌장 기능의 고갈이나 저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습관을 바꾸지 않고 약물에만 의존하고 있다. 약물을 계속 증량해도 목표 수준의 혈당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합병증에 이환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CGM은 의료전문가가 당뇨병 관리와 관련해 사전예방적(proactive)으로 시기적절하게 (timelier) 임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혈당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이다. CGM은 기존의 혈당측정 방식과 다르게 숫자에 속도와 방향을 부여하며, 혈당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알려줄 수 있다. 모여진 데이터를 통해 하루, 일주일, 한 달의 혈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2017년에 발표된 '연속혈당 사용에 대한 전문가 국제패널 합의문'에서는 표준화된 형태의 한 페이지로 돼있는 외래혈당프로파일(Ambulatory Glucose Profile, AGP) 보고서와 이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핵심 지표인 TIR(Time in Range), CV(Coefficient of Variation)를 제안했고 이후 CGM을 활용한 진료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자료=연속혈당의 두가지 요소인 시간비율과 혈당 변동성
CGM을 사용하다보면 가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널을 뛰는 듯할 정도로 높낮이가 심한 자신의 혈당그래프를 목격한 많은 환자들은 적나라한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고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며 우울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환자 스스로가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당뇨병 관리를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환자들은 이 기술이 나를 살렸다고, 이제야 비로소 당뇨병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CGM을 통해 환자들이 일상 속에서 혈당 관리를 방해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변화의 동기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적절한 교육을 통해 결과를 ‘해석’하고 그 해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대처’하며, 과연 대처가 적절했는지 스스로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목표 혈당수준에 도달하는 비율(TIR)을 높이고 당화혈색소를 개선할 수 있다.
 
자료=환자가 실제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한 다음에 당뇨병관리가 적절히 되고 있는 장면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문가용 CGM를 승인한 이래로 다양한 대상자에게 적용해 임상적인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져왔다. 또한 미국당뇨병학회는 2019년부터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기술(diabetes technology) 항목을 별도로 할애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CGM 관련 연구 결과를 업데이트해 반영하고 있다. 

초기의 ‘보완적’인 수준을 넘어서 2022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부분의 경우에 ‘이롭고’ 어떤 경우에는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Should be offered) 당뇨병 환자 치료의 표준의 위상을 획득하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이드라인의 변화와 혁신적 기술이 적용이 가져오는 변화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과연 우리 의료인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준비가 돼있을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과 제한된 진료 시간의 한계 속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쏟아내는 연속혈당측정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원은 어떤 것일까. 

이제 연속혈당 데이터는 그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라이프로그 데이터(lifelog data), 유전, 환경 데이터와 결합한 형태로 점차 확장돼가고 있다. 패치펌프, 인공췌장 등 최신의 기술들이 어떻게 당뇨병 관리에 적용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들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 당뇨병의 다수를 차지하는 2형 당뇨병에서의 활용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나 차기 대통령 선거의 공약에 2형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측정 보험화가 언급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는 ‘Should be offered’의 가이드라인 속 문구에서 보듯 더 이상 연속혈당의 사용을 주저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환자 관리에 활용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이번 릴레이 칼럼을 기획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연속혈당의 종류와 원리,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각 대상자 별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나누고자 한다. 또한 연속혈당을 활용한 진료 방식의 변화와 미래 당뇨병 관리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환자를 관리하려는 고민은 내일의 당뇨병 관리의 오랜 고질적인 해결되지 못한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기술인 연속혈당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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