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지난 10년 중 9개 연도동안 의료수익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장례식장 등 부대사업으로 겨우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일산병원 자료를 분석한 건보공단 보고서에서도 진찰료 원가보전율 50.5%, 입원료 원가보전율 46.4% 등에 그쳤지만, 건보공단이 보험자 병원 확충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6일 2009년부터 2018년도까지 최근 10년 동안의 건보공단 일산병원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12일 건보공단 일산병원 김성우 원장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장은 “일산병원이 5년째 흑자를 기록했지만, 진료 수익만 놓고 보면 적자다. 의료가 아닌 장례식장 등 부대사업 때문에 흑자를 냈다. 공단 일산병원이 개원한 뒤 19년 동안 의료사업이 흑자였던 적은 한 해 정도였다”고 했다.
일산병원, 2016년 빼고 10년간 의료수익 적자…장례식장으로 겨우 유지
바른의료연구소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일산병원의 의료수익이 흑자인 해는 2016년도(19억원) 밖에 없었다. 나머지 해는 적게는 42억원부터 많게는 211억원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일산병원의 지난 10년 동안 총 적자액은 1139억 원으로 연평균 114억 원씩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이익은 2012년과 2013년도에만 각각 48억원, 19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나머지 8개 연도는 적게는 43백만원부터 많게는 107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연구소는 “10년 중 8개 연도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시설운영 수익 때문이었다. 시설운영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장례식장 운영이다. 2018년도만 해도 장례식장 운영으로 8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장의용품 매입비와 장례식장 급식재료비를 합한 25억원을 제하더라도 무려 5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장례식장 운영에 의한 순수익이 없었다면 일산병원은 2018년도에 30억 원의 적자를 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결국 지난 10년간 일산병원은 장례식장 운영으로 총 601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비용을 제하고도 516억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만약 장례식장 수익이 없었다면 일산병원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해는 8개 연도에서 4개 연도로 대폭 축소됐을 것”이라며 “일산병원이 의료수익으로는 적자이나 부대사업 수익으로 근근이 흑자를 유지한 것은 진료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준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일산병원은 민간의료기관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또한 민간의료기관과는 달리 일산병원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병원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및 증축 비용이 모두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원됐다. 초기 건축비 예산 2400억원, 2014년 본관 증축 비용 399억원, 2017년 증축 공사 152억원, 2018년 주차장 신축 228억원 등이 지원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고 시작해야 하는 민간의료기관과 달리 일산병원은 이자와 부채상환 부담이 거의 없다. 이처럼 민간병원에 비해 경영여건이 훨씬 나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의료수익이 적자인 것은 진료수가가 원가보다 훨씬 낮은 저수가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원가 보전율은 78.4%에 불과, 그런데도 공단은 보험자 확충 병원 주장만
일산병원의 진료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원가계산율 연구보고서에서도 원가보전율이 전체의 78.4%에 그쳤다. 특히 진찰료와 입원료의 원가보전율은 원가의 절반 수준인 각각 50.5%와 46.4%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연구소는 공단이 수가정상화가 아닌 보험자병원 확충 주장만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2013년 일산병원의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을 계산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 결과 진료영역별 적용 원가보전율은 검사료, 영상진단 및 방사선치료료, 이학요법료, 정신요법료 등은 원가 이상이었다. 그러나 진료영역 중 가장 중요한 진찰료와 입원료는 원가의 절반 수준인 50.5%와 46.4%에 불과했고, 전체 평균 역시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78.4%이었다. 요양기관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에서 각각 84.2$, 75.2%, 66.6%, 62.2% 등이었다.
연구소는 “일산병원의 의료수익 적자 행진과 공단 용역보고서에서 드러난 낮은 원가보전율 등을 공단 역시도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건강보험 보험자인 공단은 적정수가를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해 실천에 옮겼어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오히려 공단이 직영하는 보험자 병원의 확충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공단은 연구비 1억원 규모의 ‘원가조사체계 구축을 위한 보험자 직영기관 확충 방안 마련 연구’ 연구용역을 위탁했다. 올해 3월 21일에는 '원가조사 체계 구축과 보험자 직영병원 확충'을 주제로 국회토론회도 개최했다. 일산병원 한 곳의 자료만으로는 전체 의료기관의 대표성 있는 원가정보 산출이 어려우니, 제2, 제3의 보험자 병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제1호 보험자 병원인 일산병원은 이미 진료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확충한 병원에서 일산병원과 동일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더 많은 보험자 병원 확충에 나설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결국 공단의 보험자 병원 확충 방안은 저수가를 애써 인정하지 않으면서 적정 수가를 보장해주지 않으려는 꼼수다. 보험자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아주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의 적정수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도 지난 해 5월 수가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정부는 적정수가 보장을 통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비만으로 병·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은 문 대통령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공단 이사장은 대통령의 약속을 완전히 깔아뭉개고 있다. 초저수가, 급격한 인건비 상승, 문재인 케어 등으로 의료기관들은 병의원을 운영할수록 적자만 쌓여가고 있다. 정부와 공단은 민간의료기관들의 줄도산과 폐업이 바로 눈 앞에 있음을 직시하고, 즉각적으로 적정수가 보장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보재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일산병원조차도 진료수익으로는 적자인데, 민간의료기관들은 과연 어떻겠는가. 대다수의 민간의료기관은 건보재정 지원이 없고 장례식장도 없고 임대해줄 시설조차 없다. 즉, 진료수익만으로는 도저히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가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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