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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노동자보다 더 험난해지는 의사들의 근로 환경, 의사라는 이유로 처우개선 기본권조차 막혀

    사회성 확장 통해 독립성 보장으로 결집하고 의사신분 파업 정당성 인정받아야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19.07.18 06:25 | 최종 업데이트 19.07.18 07:1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현대의료의 시대적 특징은 눈부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의 발전을 이루면서 일부 초대형 의료기관의 거대 공룡 화에 따른 의료 양극화 현상과 막대한 자본의 유입에 따른 기존 의료 생태계의 요동치는 변화 양상을 꼽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소수 대학병원으로만 집중되는 초고속 성장 속도는 마치 ‘고삐 풀린 말’처럼 적절한 통제가 조절 가능 범위를 크게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들어 단독 개원하는 의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 수치는 전체 의사의 약 30% 정도의 점유율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머지 의사 직종은 어떤 형태든 간에 피고용 의사와 유사한 신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문직의 독립성 보장 윤리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

    의료윤리 측면에서 ‘의사의 독립성’은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 중 하나다. 특히 단체적 차원에서 의사의 독립성 보장은 고용조건에서 반드시 보호되고 충족돼야 하는 요건이다. 프랑스의 경우 급여를 받는 의사의 계약은 면허기구에서 꼼꼼히 점검해 의사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의료기관의 경영주체에 의하여 개인 의사의 고유 권한이기도 한 ‘진료에 대한 독립성’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모두 비영리법인이다. 역으로 표현하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은 의료기관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영리기관의 작동원리는 영리기구의 작동원리를 훨씬 뛰어넘어 이를 능가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기능이 있는 대학병원들조차도 기관의 이득을 위해 피고용 의사들을 대상으로 노골적이거나 또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해 정상적 기준치 이상의 수익을 뽑아내고 있다. 그 적나라한 단면 중 하나는 대학병원 내에서 매달 임상과별로 수술건수나 매출액을 공개해 구성원 모두 공유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고용인들은 직, 간접적으로 매출액 증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술 건수 등 매출액 기준으로 단순 기능공 취급 의료 독립성과 전면 배치

    의사의 속성은 수월성(秀越性)의 추구인 것이고, 초등학교부터 학습 우수자로 성장해 이런 습성은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해도 그 속성이 사라지지 않아 심각한 경쟁심을 유발시킨다. 즉 병원수입에 따라 교수의 몸값이 매겨지는 현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각 임상과별로 보이지 않는 심각한 또는 무차별적인 무모한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동일한 진료과 내 에서도 환자가 적은 교수는 일단 무능한 교수로 평가받는 단순 기능공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의료의 독립성과 그대로 배치되는 현상을 보여주는데, 병원의 수익 구조만을 추구하도록 하는 이른바 ‘악성 구조’와도 같은 완고한 틀 속에서 교수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각종 비싼 검사나 처치의 유혹에 빠져들도록 내몰리는 구조인 것이다. 

    짧은 기간에 임상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우리나라로서는 의료기관의 대형화와 거대 자본화의 폐해인 의사 전문직의 노동자화 현상에 대한 적절한 사회제도적 장치는 아직 본격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거대 의료기관의 중추는 대부분이 의과대학 부속병원이고 대학마다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천차만별의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교수단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형 재벌 병원일수록 독립적 자주 결정권 배제 현상 뚜렷 

    일부 유명 재벌 병원은 이미 의사가 아닌 경영진에 의해 교수사회의 독립성이 완전히 점령당한 상태로 보인다. 이러한 재벌 기업의 특징은 노조가 형성돼 발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교수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아예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교수단체의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의료기관의 영리병원식 작동원리는 대학 간 혹은 병원간의 경쟁적인 몸집 불리기 싸움에 의해 더욱 더 가속화하고 있다.

    의사의 속성상 자신이 졸업한 의과대학이나 소속병원에 대한 충성심은 이미 전공의시절 의국에 대한 주입식 충성심이 몸에 스며들어 그 연속선상에서 승계돼 표출되는 느낌이 든다. 병원의 수익증대는 곧 소속기관의 지속적인 시설투자로 이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술 더 떠서 자발적 급여 삭감에 동의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수가를 보전해주기 위해 그동안 편법으로 적용돼 온 특진비가 어느 날 갑자기 폐지되고 이를 보충하는 정부지원도 진료에 대한 정상적인 보상 보다는 병원의 지속적인 몸집성장에 투자되면서 교수에게는 그 부족분을 일방적인 급여삭감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행태를 취하는 것이다. 

     노동자보다 더 극한의 근로 환경에도 기본권 보호막조차 형성 안돼 

    의사는 노동자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사는 다른 직업과 달리 육체노동, 정신노동의 결합과 장기간의 수련, 그리고 감성노동자의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특히 진료과정에서 또는 수술 결과에 따라 누구든지 언제든지 형사적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고 부담, 고 위험 군’의 직종으로 전락한 듯하다. 그럼에도 피고용 의사로서 보호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조치는 임상기술의 진보와 달리 매우 낙후돼있다. 이렇다 할 안전장치 없이 하루아침에 추풍낙엽과 같은 처지로 추락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보호막 자체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은 발달 장애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보다 다방면에서 균형 있게 발달된 선진국의 경우 의사의 독립성 확보와 노동자적 속성에 대한 보호는 이른바 프로페셔널리즘(전문직업성)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이것은 의사 전문직 자체에 대한 오랜 기간의 철학적 논의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민노총에 가입한 의사노조가 생겼으며,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위한 별도의 단체가 설립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단체는 병원근무 의사를 위한 노조의 색채가 분명한 성격을 띠고 있다.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사회적 발전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민노총 가입 의사노조 탄생, 험난한 의료계 숙명적 사회 발전 현상인 듯 

    일부 의사 회원들은 의사노조에 대해 아직은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의사 스스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격하조치로 해석하거나 의사는 근로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의 단체적 행동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즉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미치면 안 되기 때문에 의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단체적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막연한 도덕적 의식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업이 막연한 도덕적 의무감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전문직화 과정을 밟으며 동시에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의료문화와 제도적으로 의사의 근로자적 속성에 대한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과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장치나 제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는 아직 우리가 눈을 뜨지 못한 상황이다. 

    많은 선진국에서 파업을 포함한 의사의 단체적 행동이 이미 사회적으로 익숙한 사안이 됐다. 독일의 강력한 의사조합인 마르부르크 분트(Marburger Bund)는 주로 병원근무 의사가 주축이 돼 장기간의 파업을 성공시켜 국제적으로 그 명성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단체의 대 회원 홍보와 안내문을 살펴보면 독일의 사회적 제도가 보여주는 민주적이고도 진정한 의료선진국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독일 등 유럽국 피고용 의사 근로 기본권 보장 일반 노동자와 역차별 금지 대원칙

    독일에서 월급을 받는 피고용 의사는 Marburger Bund에 가입돼 있고, 가입여부는 임의단체 가입으로 회원의 자유의사에 따른다. 그리고 독일의 직업법률이나 직업윤리는 피고용 의사에 대한 파업 금지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혼이 난 우리 정부는 이후 의사의 단체적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갖가지 제도적 장치로 압박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지금의 정권이 노동자 친화적이고 민주화를 추구한다는 주장을 믿는다면 우리 의료에서 보여주는 민주화 역시 진일보해야만 할 것이다. 독일은 파업이 근로자의 산업 행동(Industrial action)의 주요 수단이며, 고용된 의사에게도 이들의 근로자적인 속성을 감안하여 동일하게 적용된다. 

    독일에서 공무원 의사는 근무시간에 파업을 허용하지 않지만 근무 시간외 자유 시간을 이용한 파업은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또 다른 의사조합인 하트만 분트(Hartmann Bund) 역시 조합원들에게 가입 권유와 함께 의사로서 취할 수 있는 산업행동(쟁의행동)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의사의 노동계급화라고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오히려 의사의 전문직업성 수호를 위한 집단적 차원의 전문직업성의 발전으로 해석해야 할지 자못 흥미롭다. 

    우리나라 전문직업성의 발달이 미숙한 만큼 피고용인 의사로서 전문직업성에 대한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어떠한 적절한 장치도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3개의 의사노조 탄생은 노동계급화가 아닌 전문직업성의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매우 부각시킬 필요성도 보인다. 

    직위, 직책 구분 없이 급여 수령 의사 모두 피고용 의사신분 파업 정당성 인정

    독일에서 임상 과장의 사회적 위치는 우리의 과장보다 훨씬 더 높아 보인다. 얼핏 이들이 높은 급여를 받는 원로급 의사로서 파업 참여가 불가능한 직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급여를 받는다는 개념은 마찬가지이고 과장이나 주임교수는 사용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독일에서는 이들에게도 정당하게 파업 참여가 허용된다. 독일에서 피고용 의사는 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의사는 경고 파업에 동참할 수 있고 고용주는 이를 막지 못하게 돼있다.  

    의사가 이익단체인 ‘조합’에 가입하는 가장 큰 목적과 이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은 조합 측에서 파업 전 단계부터 파업 진행과정, 그리고 파업 종료 이후에서 벌어지게 되는 각종 불안하고 불리할 수 있는 제반 요소들에 대해 안전한 보호막처럼 ‘법적 자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합원(회원)이 아닌 의사는 법적 보호막을 스스로 찾아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과 한계점이 있다.

    그럼에도 독일에서 피고용 의사의 파업권은 기본적인 권리이며 기본법의 보호(독일헌법 제9조3항)를 받는다. 그러므로 Marburger Bund가 요구하는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고용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파업 중에는 고용의 주된 의무는 고용 관계에서 벗어난다. 즉 고용주와의 계약이 일시 정지되는 것으로 고용주나 피고용 의사 모두 금전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상호 고용계약을 위반할 일도 없다. 그리고 파업으로 인해 이를 보상하기 위한 근로시간의 재조정도 해야 할 의무도 없다. 

    피고용 의사 파업기간 중 ‘근로 의무’ 자동 중지, 고용 상 불이익 조치 불허

    파업에서 고용 관계의 일시 정지로 실제로 사용자와 피고용 의사의 상호 권리와 의무는 중지되고 피고용 의사는 상사에게 보고할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에서 마르부르크 분트(Marburger Bund)가 파업을 요청하고 피고용 의사가 동참하면 파업 기간 동안 일할 의무가 자동으로 중지된다.

    의사 개별적으로 병원의 고위간부에게 파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Marburger Bund는 전국 협회를 통해 정당한 시간에 모든 파업 조치를 고용주에게 공식 발표하기에 이런 보고도 사실상 불필요하다. 고용주가 파업을 금지하거나 고용상 불이익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피고용 의사는 파업 기간 중 노조와 합법적인 파업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파업에 참여했다고 개인적으로 형사적 책임은 없다. 피고용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고위 간부나 고용주의 위협은 전혀 법적 근거가 없다. 합법적인 파업이고 긴급 서비스가 설정되어 있는 한 고용주로부터, 특히 민, 형사법에 따른 책임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렇지만 응급의료 만큼은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독일의 법(612 a BGB)은 파업 참여와 직접 관련된 제재를 금지하고 있다. 대개 단체 교섭 당사자는 단체 협약으로 제재조치 금지에 서명하도록 하고, 파업에 대한 조치(예 : 경고, 해고 등)를 중단하도록 서로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어떤 형태로든 제재를 가하면 법적인 전문 지식을 갖춘 전국적 조직의 협회가 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합법적 의사 파업 민, 형사 책임 없어 정당한 파업 방해 되레 위헌 책임 물어  

    이와 같은 독일의 제도를 보면 우리나라가 의사의 합법적인 파업을 막기 위해 마련한 여러 장치는 명백한 위헌이며, 민주주의 국가라면 찾아보기 어려운 독소조항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독재정권의 불합리한 유산은 지금까지도 정권을 보호하는 막강한 무기로 진화중이어서 민주주의와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정치집단과 공무원들이 역설적으로 좋아할 후진국의 모습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특히나 파업 등 집단행동에 극도로 민감하여 특정 직종의 파업 움직임만 감지하더라고 초동단계부터 싹을 없애려는 전 방위적 공세조치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 형 휴가개념을 주장하고 취임 직후 건국 이래 최장 9일간의 휴가를 즐긴 대한민국은 휴가기간 응급의료 만으로도 국민 모두가 해외여행이나 국내 여행을 즐기며 살았다. 장기간의 휴무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와 암수술 등 생명과 직결된 긴급을 요하는 의료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가동했다.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했던 무려 아흐레 동안에 응급과 최소필수 의료를 제외한 의료기관의 휴무에도 이 나라와 국민건강에는 한마디로 ‘별일’이 없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의료계의 남부전선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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