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5.30 18:13최종 업데이트 19.05.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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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수술실 CCTV 설치 강제는 외과계 몰락 부를 수도... 정치권은 환자 안전 위한 수술실 여건부터 조성해야"

30일 국회서 열린 토론회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둘러싸고 찬반 토론 치열

사진: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의료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지난해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최근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그렇지 않아도 기피 현상이 심각한 외과계의 몰락을 부를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의사들은 위험부담이 높은 수술을 하려는 의사는 앞으로 점점 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치권이 환자의 안전을 위한 수술실 여건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논의가 함께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위치, 영상 유출 예방을 위한 보안 및 보관 기관, 수술 지연 사태 등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가 3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 김경협, 김상희, 김성원, 김영진, 김종민, 설훈, 소병훈, 손금주, 손혜원, 신창현, 심기준, 오제세, 유승희, 이용득, 임종성, 정성호, 정인화, 정춘숙, 제윤경, 조응천(가나다 순) 등 20명이 공동주최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사업 성공적... 경기도의료원 전체로 확대

경기도의료원 정일용 의료원장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수술실 CCTV 시범사업을 시행한 경험을 토대로 수술실 CCTV가 예방 차원에서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먼저 실시하고 입법 등 제도 보완을 통해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 원장은 "수술실 CCTV를 설치하게 된 동기는 의료인에게 책임이 있다. 수술실 전공의 폭행, 대리수술 문제, 수술실 내 여성 환자 성희롱 등 논란이 화제가 됐다. 환자나 국민의 불신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서 CCTV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수술실 CCTV를 설치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가. 환자 입장에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의사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서 "경기도의료원의 6개 산하병원 중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수술실 CCTV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안성병원 5개 수술실에 설치한 CCTV는 멀리서 광각으로 촬영해서 수술 등 구체적인 장면은 보이지 않고 누가 있는지 볼 수 있는 정도로 촬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월별 환자 동의율을 살펴보면, 2018년 10월 첫달에는 53%였는데 2019년 4월에는 85%에 달했다"면서 "과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대리수술 문제 심각하고 은밀한 신체 부위 노출 위험이 적은 정형외과는 CCTV 촬영 동의율이 높았다. 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는 비율이 낮은데 환자들이 신체부위 노출을 꺼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안성병원에서 올 4월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했을때 CCTV 영상을 반출한 요구는 1건도 없었다. 영상 반출을 요구했을때, 어떤 문제가 있을지에 대해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수술실 CCTV가 달려 있어도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뿐이지 환자들이 CCTV 영상에 호기심과 욕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5월부터는 수원, 의정부, 포천, 파주, 이천 등을 포함해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장착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세 가지 단계로 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총책임자는 원장, 실무책임자는 접근권한자로서 전산담당자나 CCTV보안업체가 하고, 중간책임자로서 관리자는 행정과장이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경기도의료원 본부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각 병원도 바로 열어볼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안성병원의 시범사업이 별탈 없이 시행됐다. 국공립병원부터 실제로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부터 시작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한국사회는 현재 수술절벽... 수술실 CCTV 의료인 위험부담 기피할 우려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한국사회는 현재 수술절벽 상태라면서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의료인에게 부담을 줘 위험부담이 높은 수술을 기피하도록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는 수술실 CCTV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술절벽에 다다른 원인을 짚고 의사들이 환자의 안전을 위할 수 있는 수술실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이사는 "수술실 CCTV 의무화의 문제점은 첫째 의사들이 수술실에 들어가면 긴장하는데 이 긴장이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또 다른 문제는 정보유출이다. 걱정된다. 해킹에 의해 정보유출이 되면 신체부위나 개인정보가 원치 않게 노출될 수 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마지막으로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다. 저를 믿지 않으면 환자들은 병원을 찾지 않는다. 전 세계 사례 찾아봤는데 수술실 감시하는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나라는 없다"며 "수술실 출입자 명부 작성, 출입시 지문인식,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 내부자 고발, 불법 대리수술 적극 고발 등을 통해 문제를 대신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외과 전문의로서 개인적인 사례를 말하고자 한다. 항문 수술을 4~5년 정도 했다. 마취과 의사를 고용할 여건이 되지 않아 제가 직접 마취를 했다. 한 환자가 척추에 마취를 했는데 전신 경련이 일어났다"면서 "그때 CCTV가 있었다면 잘 해결했을까. 나는 긴장해서 잘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잘 해결했고 그 환자는 수술도 잘 됐고 항문질환 치료도 잘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대장 내시경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고가 대장 천공이다. 저도 섬에서 대장 내시경을 하다가 환자에게 대장 천공이 발생했다"며 "그때 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대장 천공이 생겼으니 큰 병원에 가서 치료 받으라고 설명했다. 그 환자 역시 치료를 잘 받고 위자료 청구하고 합의서를 썼다. 환자의 딸이 저에게 대개는 사고나면 감추기 급급한데 선생님 같은 사람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여기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대장 내시경 수가가 8만원이었다. 제가 대장 천공으로 환자에게 위자료로 지불한 돈이 이 수가의 100배다. 만약 제가 위험 부담 높은 수술을 하다가 4억을 물어주게 되면 저는 파산한다. 그러면 누가 위험 부담이 높은 외과의사를 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이 이사는 "의사를 감시한다고 의료사고가 해결되지 않는다.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환자와 의사가 오랜 시간 이야기하다보면 궁금증과 오해를 다 풀 수 있다. 국민 여러분들이 그런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의사는 신이 아니다. 저 역시 신이 아니다. 모든 일 감시하겠다고 하면 누가 의사를 하겠다고 하겠는가.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외과 분야는 의료사고가 확률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재 상황은 수술절벽이다"면서 "외과 수술은 그만큼 심리적 위축이나 압박을 많이 받는다. 수술실 안에서 열심히 수술해도 그만큼 인정받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도 무척 크다"고 말헀다.

이 이사는 "수술실 CCTV를 의무 설치하면 의사를 아무리 많이 배출해도 위험 부담 큰 일을 하는 의사는 나오지 않는다. 국민들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도 잘 모르는 영역이 바로 생명의 신비이고 의료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뿔을 바로잡겠다고 소를 잡지는 말아야 한다"며 "환자들은 CCTV가 아니라 신뢰하는 의사에게 몸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 찬성측.

찬성측 "수술실 CCTV 법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입법 보완 논의 시작해야"

패널토론에서는 찬반입장에서 수술실 CCTV를 둘러싼 논의를 진행했다. 찬성측에서는 단순히 수술실 CCTV 찬반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발의된 입법안을 두고 다양한 대안과 향후 보완해야할 입법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만약 수술실 밖에 한다면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다른 예방책과 사후 조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발생할 만일의 수술 지연 사태 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2015년에 강남 일대 미용 성형을 전문하는 대형 성형외과에서 유령수술이 논란이 됐다"며 "그때 국회에서 논의했다면 오늘날 수술실 CCTV 설치법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가을 경기도지사 집무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경기도 의사 8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술하는 의사의 22%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찬성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많은 의사들이 공감해주셨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료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영업사원 수술 보조 문제를 아는 의사들이 양심고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발의된 법안에 대한 토론을 해야 한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의 전제조건이 있다. 촬영도구가 수술실 내부사항을 대략적으로만 알 수 있도록 수술실 입구 모서리에 설치하는 것이다. 또 촬영 영상은 직원뿐 아니라 아무도 볼 수 없어야 한다. 각종 의료분쟁 발생할 경우메나 열람 가능해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사고 진실규명은 수술실 CCTV로 할 수 없다. 의무기록지를 제대로 작성했는지도 중요하고, 수술실 CCTV는 정밀 촬영 영상이 아니므로 입증자료가 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수술실 CCTV 설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방이 목적이다"며 "1%의 의사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혹여나 병원의 압박 또는 유혹을 받을 수 있는 선량한 의사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도구로서 수술실 CCTV 설치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문제는 극히 일부만 드러난 것이다. 현재 의료현장에서 영업사원의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굉장히 많다.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수사조차 할 수 없다. 증거가 없으면 경찰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법적 제재 없이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료계에서 카메라가 있으면 긴장돼서 수술을 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의사는 의료 전문가다. EBS 명의에서 의사들은 수술실 입구에 설치된 CCTV가 아니라 정밀촬영하는 카메라 여러 대를 앞에 두고도 수술을 한다. 모든 의사가 EBS 명의에 나오는 의사일 수는 없지만 전문가라면 그 정도는 문제 없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을 당사자도 환자다. 영상 유출 위험에도 불구하고 촬영하는 데 찬성하는 것은 절박하다는 의미다. 핵심은 촬영한 영상의 보안과 보안 기간, 폐기 방법 등이다. 이 토론회가 수술실 CCTV 찬성과 반대만 다룰 것이 아니라 국민과 환자를 설득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수술실 CCTV를 바깥쪽에 달지, 대리수술 적발하면 명단을 어떻게 공개할지, 3·4중으로 안전장치를 어떻게 만들지 등 다양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서영현 부대표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사례를 예로 들며 CCTV 설치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민간 의료기관까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려면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약 조치가 함께 마련돼야 하고 만일의 수술 지연 사태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경기도가 제시한 안과 안규백의원의 안이 다르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한다는 것은 의료인의 동의 없이도 설치한다는 의미다"면서 "경기도는 시범사업을 시행하는데 지금 당장은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아 법률 규정에 의해 적법성을 보장할 수 없으니 의료인의 동의를 받는 것이고 안규백 의원의 안처럼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의료인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우려되는 점은 정보 유출 문제다. CCTV로 촬영된 영상은 100% 유출을 예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CCTV 설치로 인한 긍정적 이익과 비교해서 유출 가능성까지 희생하면서 CCTV 설치를 입법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참고할만한 법은 수술실 CCTV 설치와 유사한 논란이 됐던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다. 환자는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밀실과도 같은 수술실에서 어떤 의료행위가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큰 틀에서 CCTV 촬영 대상이 되는 환자나 아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호소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에 의한 학대가 문제가 됐을 때, 학부모 위주로 CCTV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분들은 엄청 반대했다. 어린이집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느냐는 이야기도 똑같이 나왔다. 물론 수술실이 훨씬 민감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이집 CCTV 설치 때도 정보 유출이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입법이 됐다. 정보유출 고민돼서 보완하는 입법으로 해킹 위험이 큰 네트워크 카메라는 안 되고 폐쇄회로로만 촬영 가능하도록 했다"며 "수술실 CCTV 설치법에도 이런 보완 입법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 하려면 제재 규정이 있어야 한다. 의료기관이 설치 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제재 규정이 있지 않는 이상은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에 수술실 CCTV가 설치되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의료기관은 사고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료인력을 편의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 되면, PA 참여가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이다"면서 "이런 인력들에 대한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데, 의료기관으로서는 사실상 굉장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수술실에 적정한 감시가 들어감으로써 수술 인력을 지금처럼 편의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되고 PA 등 인력 문제를 법적으로 엄격히 지키려다 보면, 의도치 않게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될 우려도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고민과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사진: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 반대측.

반대측 "외과 기피 심해질 우려... 수술실 여건 위해 정치권 노력해야"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바꿀 수 있는 의료문화의 변화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위험한 수술 부담이 큰 외과계 기피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수술실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경기도의료원에서 하는 주제발표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의료원이라면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하도록 애써야 하는데 수술실 CCTV를 설치하고 관리하고 신경쓰는 모습을 보니 우리 의료가 이렇게 됐구나 싶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36년간 수천여 수술 해왔고 오늘 아침에도 일찍 한 환자 분을 수술하고 왔다"면서 "환자들은 수술을 앞두고 상당히 불안하다. 수술이 잘 될지, 아프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그렇게 불안한 환자에게 가서 '환자 분, 수술실 CCTV 촬영하니까 걱정 말고 동의해 주세요'라고 하면 어떤 환자가 안심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실 CCTV보다는 5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환자에게 현재 상태는 어떻고 질환은 어떠한 질환이고 수술은 이렇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또 의사가 최선 다해 능력껏 수술 해드리겠다 말씀 드리는 것이 환자 위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까지 CCTV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도 환자 동의율을 보면 평균 60%다. 비뇨기과와 산부인과는 동의율이 절반 이하다. 이는 의료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면서 "경기도청 설문조사도 살펴보면 '만약 마취수술을 받게 된다면 의료사고·대리수술 등 불안함을 느끼십니까?'라고 질문이 적혀 있다. 이 질문을 받고 불안하지 않다고 답하는 사람이 있겠나. 그럼에도 불안하지 않다는 사람 무려 26%나 나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환자는 자기 담당 의사를 신뢰할 때 안심할 수 있다. 의사보다 CCTV를 의지하겠다면 정상적인 진료현장을 왜곡하는 논리다. 연간 수백만 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1~2만 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장치 만든다고 했지만 전국 수천 개 수술실에 감시 CCTV를 의무화 하는 것이다. 이게 최소한의 장치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사소한 실수를 하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곳이 수술실이다. 그런 곳에 감시 CCTV를 설치한다는 것은 최선의 수술을 하지 못한게 만든다. 단순 설치가 아니라 의무화다.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 어떤 의사도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 수술한 환자에게 '왜 저에게 수술을 받았나요'라고 물어봤다. 환자 분이 '잘 낫게 해주리라 믿고 왔다'고 답했다. 오늘 수술실에  CCTV가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은지 묻자, 환자가 '제 자리 위에도 CCTV가 없다. 있으면 기분 나쁠 것 같은데요. 그런 상태에서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잘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과계의 몰락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분만 병원을 찾기 힘들다. 일부 지역에서는 뇌출혈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수술 받기가 어렵다. 심장병 어린이는 좀 있으면 외국으로 가서 수술 받아야 할 정도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외과계 종사하는 의료진께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사명감 가지고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과계 몰락은 생명의 위기고, 삶의 위기고, 대한민국의 위기다"면서 "정치권에서 보호해주고 최선의 진료를 위한 환경을 위해 국가적 제도적 보완을 논의해야 한다. 우리 수술실에 필요한 것은 CCTV 설치가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진정한 신뢰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행위의 재량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분쟁해결 수단으로 CCTV가 설치되는 것이다. 의료과실 판단 기준에서 우리 법원은 의료감정을 받지만 재량성 인정에 대해 입증책임을 완화했다. 병원 들어가기 전에 건강했는데 수술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고만 입증하면 입증한 것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반대로 의사가 전문가니까 이를 입증해하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일반과실하고 다르다. 혼동되는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의료분쟁 책임을 인정하는 방법을 교정해 나가는 과정이라서 그럴 수 도 있다"면서 "수술실 CCTV를 만약 설치했다면 입증책임은 원고가 해야 공정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의료행위에는 재량성이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의학적 원칙에 따랐다면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 난이도, 수술방법 선택 등 환자를 위한 마음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분쟁으로 시작하면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수술실 CCTV가 만약 설치되면 수술하다 문제 생길 것 같으면 덮고 큰 병원 가라고 할 것이다. 회피하게 될 것이다"면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위한 대안으로는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홍보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바뀔 수 있는 의료문화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박 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면 의료문화가 어떤 방식으로든 바뀔 것이다. 개개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면서 "환자들이 최선의 수술을 받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몇 년 전에 응급실에 있었다. 한 대학생이 십여 층에서 떨어져 숨진 채로 응급실에 온 적이 있었다. 3~4시간 이후에 그 어머니가 왔다. 아이 엄마가 왜 심폐소생을 하고 있지 않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 일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머니가 응급실 돌아다니는데 어떤 직원도 제재하지 못했다. 만약에 내 아이가 다쳐 들어왔다면, 1%의 생존 가능성이 있으면 나라도 어떤 치료라도 해주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5~10분 후에 사망할 환자를 두고도 생존율이 5%나 있는데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의료문화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의사들도 답답하다. 이런 사람들의 면허를 의사들 스스로 관리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면허제도는 선진국만큼 완성돼 있지 않다. 국민들 눈높이에 안 맞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수술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수술이 잘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의 의도와 다르게 가는 경우가 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심스러운 얘기를 하자면, 요즘 의사들이 청진을 옷 위에서 한다. 외국에서는 까무러칠 일이다. 아청법이나 성추행 등 문제 때문이다. 의료문화의 변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사가 청진을 덜하게 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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