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01 13:53최종 업데이트 22.12.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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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시한 의사, 형사처벌 면해

혐의 인정됐지만 사정 고려했을 때 정상 참작될 수 있어…응급구조사 업무범위 논란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응급구조사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시한 의사가 형사처벌을 면했다. 해당 사건은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적정화 논란을 점화시킨 이슈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해당 의사가 응급구조사를 질병관리청에 코로나19 관련 의료진으로 등록했을 당시 반려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선고를 유예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은 지난 11월 25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제주 모 의원 원장 A씨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집행유예와 차이가 있다. 선고유예일로부터 2년 동안 자격정지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된다.

A씨는 2021년 4월부터 2달간 약 1900회에 걸쳐 응급구조사 B씨에게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도록 지시했다. B씨도 A씨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고 이 과정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한 60대 여성이 백신 접종 후 20일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사실 확인을 하던 제주도 측은 A씨와 B씨를 고발했고 지난 3월 3일 제주지방법원 형사8단독은 이들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응급구조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응급현장에 있거나 이송 중 혹은 의료기관 내에서도 응급처치 업무를 할 수 있다. 다만 응급구조사 업무범위는 기도 삽관이나 정맥로 확보, 포도당 같은 수액 투여 등 14가지로 제한돼 있다. 즉 의료법상 응급구조사의 백신 접종은 불법인 셈이다.  

그러나 A씨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의료인력이 부족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고 이에 응급구조사를 어쩔 수 없이 고용했다는 것이다. 일반 예방접종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환자 주의사항이 많고 접종 이후 대기 등 관리 측면에서 업무가 많아 한정된 의료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게 A씨 측 주장이었다. 

또한 환자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했던 것이며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해서 벌어진 일로 고의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A씨는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벌금형에 따른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질 경우 타격이 매우 크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도 혐의는 인정하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정상 참작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수월하게 대처하기 위해 B씨를 고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애초에 A씨가 질병관리청에 B씨를 백신 접종자로 등록했음에도 반려 조치가 없었던 점이나 관련 내용이 현재까지 보존돼 있어 은폐시도가 없었던 점 등 경위에도 설득력이 있다"며 A, B씨에 대해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해당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적정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해 8월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응급구조사는 아나필락시스 대처법 교육과 훈련을 수료했고 백신 접종은 현 응급구조사 교육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2018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속한 업무범위 개정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긴급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도 '2021년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선 현장에서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 조정에 대한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며 "의료기술의 발전이나 의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도 현실에 맞게 조정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제언했다.

반면 의료계는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관련 토론회에서 대한응급의학회 정진우 평가특별위원장은 "막연하게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를 정해선 곤란하다. 엄격한 효과와 안전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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