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정갈등이 마무리된 지 두 달여만에 재차 '투쟁'을 언급했다. 정부가 의료계와 합리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택우 회장이 직접 투쟁 메시지를 낸 것은 오랜만이다.
다만 의협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나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구성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등을 이유로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현재 의협 집행부는 현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비대위 구성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의협 김택우 회장은 16일 정례브리핑에 직접 나서 "현재 국회에서 기본적인 의료법까지 위반하면서 각 직역 단체에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하는 입법을 발의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의료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합리적 방향으로 소통하고 의료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 의지만 반영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어제 상임이사회 회의에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임시대의원총회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집행부를 구심점으로 하는 범대위가 되든, 대의원회 산하의 비대위가 되든, 지금 이 시점 우리에게 가장 필요 한 것은 힘을 모아 총력 대응을 하는 것"이라며 "대의원회 운영위와 임총에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리라 믿고, 그 결과를 겸허히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행부는 출범 초기부터 제2의 의료사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들에 항시 대비해 왔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응 정도를 달리하는 로드맵에 따라서 국회 앞 1인시위 등 대정부·대국회 활동을 해왔으며 소기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며 "의료를 무너뜨리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또다시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이제 투쟁의 길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자대회와 범대위 추진 잠정 중단과 관련해 김성근 대변인은 "집행부는 원래 순차적으로 투쟁 강도를 높이는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임총 소집안이 발의됐고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임총을 마냥 기다릴 수 없고 투쟁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하필 추석 연휴가 길어져서 소통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집행부 투쟁 의지를 보여줬지만 일각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대표자대회와 범대위 출범을) 철회가 아닌 잠정 연기하기로 한 것"이라며 "의협은 대의원회와 집행부로 나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을 하는 것이다. 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여 강력한 투쟁 동력을 만들기 위한 단계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