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09 14:28최종 업데이트 22.12.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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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교수 "의사 최소 4000명 필요" vs 우봉식 소장 "취약지·필수과 부족 해소부터"

국회 복지위 공공의대법안 공청회…여야간 공공의대 설립 실효성 놓고 찬반 '팽팽'

(왼쪽부터)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기획실장,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이종구 교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취약지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공공의대가 실제로 제반 여건이 열악한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공공의대가 의료 취약지에 근무할 의사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찬성파와 달리 천문학적 국가재정을 투입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의사들이 지역취약지에 근무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대파가 맞부딪혔다.

여야 의원들도 찬성과 반대로 나뉜 가운데 반대파로 나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의료취약지 의사 부족이 전체 의사 총량 부족보다는 필수의료, 의료 취약지로의 의사 기피 현상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때문임을 강조하며 공공의대 및 공공병원 설립은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김윤 교수 "전체 의사인력 부족하다"…이종구 교수 "지역의사 배출할 파이프라인 필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기획실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이종구 교수 등 4인이 참석했다.

이날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전국적으로 의료 취약지의 지역거점병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소한 4000명 정도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3분의 2수준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공공의대 설립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구 고령화와 원격 의료 등 의료기술 발전이 의사의 수요를 더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보며, 지역 간 의료 격차 문제, 의료 수요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교수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고 지역거점병원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권역에 있는 국립 의과대학 또는 국립병원을 중심으로 한 우수한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병원들과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 국립공공의과대학을 만들고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여러 국립병원이 교육 수련병원의 역할을 하고, 의과대학을 통해 양성된 인력이 지역에 배치돼야 한다. 우리나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도 "지역 책임의료기관이라든지 특수목적 공공병원, 응급외상센터, 교정기관 이런 데도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 필수 의료가 마비되고, 의료인력 공백으로 인한 부실 진료가 심각한 상태"라며 "의사를 구하지 못해 연봉 4억원을 주면서 의사를 구해야 해 운영난도 상당히 심각하다. 현재 공공의료기관이 고사 상태로 내몰리는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대 이종구 교수 역시 "미국이나 일본, 호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취약 지역에 의사를 보내기 위해서 별도 대학을 가지고 있다. 의사의 양성부터 수련, 배치까지의 파이프라인을 형성해야 지역이 살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하고 수련한 후에 경력, 관리까지 일관된 정책이 있어야 취약지 의료기관이 살아남는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지역 취약지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소양이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한 입학 사정이 중요하다"며 "대통령령을 통해 학생 선발 방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공공의료에 대한 자질을 가진 학생을 뽑아야 한다. 따라서 공공의대는 인재상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 "전체 의사인력 부족하지 않아…취약지·필수 기피하는 원인 해소해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사진=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이날 초대된 패널 중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전문가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뿐이었다. 우 소장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가 된 '의사 인력 부족' 명제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봉식 소장은 "2021년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료 가능 사망률은 42.0명으로 OECD 평균 74.4명에 비해 크게 낮은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 의료지표가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같은 자료에서 우리나라 광역 시도별 치료 가능 사망률을 보면 전국 평균이 41.83명이고, 서울이 36.36명으로 가장 낮으며, 충북이 46.95명으로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료 가능 사망률이 높은 충북의 사망률은 OECD 국가와 비교하면 OECD 4위인 호주의 46.0명에 이어 5위 수준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일부에서 극단적 평등의 이념에 기반해 우리나라 모든 광역 시도의 편차를 없애야 한다고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신기루를 쫓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다"라며 "실현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결과적으로 국민과 의료인들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소장은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문제의 원인은 왜곡된 상대가치 점수에 의한 저수가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다. 그래서 의사들이 기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의사인력을 늘려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과대학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의학 교육의 부실화로 인한 피해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 따라서 고도의 지식 술기 등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수준 높은 의학 교육과 임상실습을 하기 위해 의과대학뿐만 아니라 부속병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가톨릭관동의대 사례를 보면 부속병원이 없어 부실 의대로 낙인찍혀 매년 정원이 10%씩 감축되는 제재를 받다가 2014년 인천국제성모병원 설립 이후 정상화됐고, 서남의대 역시 부속 병원이 없어 부실교육으로 비판을 받다 결국 폐교된 바 있다.

우 소장은 의료 취약지 문제와 의사 인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특수의대를 설립한 외국의 경우도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자치 의과대학과 의대 지역 정원제도 대만의 국립 양명 의대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립대 중심으로 제도를 추진한 일본과 달리 국가가 직접 재정을 지원한 대만의 사례를 살펴보면 모든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한 제1기에서 13기 졸업생 중 3.8%만 원래 취지에 맞게 취약 지역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75년부터 2019년까지 45년간 총 6557명의 졸업생 중 84%는 도시에 남았고 16%만이 취약지에 남은 것으로 나타나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우 소장은 "천문학적 국가재정을 투입하게 될 공공의대 설립 및 의사 양성 기간을 고려하면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가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빨라야 2040년 이후로 예상된다"라며 "약 15년 후에 50명 정도의 의사가 매년 배출된다고 해서 현재 공공의대 설립의 명분으로 제시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대 늘린다고 의사취약지 의사 안늘어" vs 야당 "전체 의사 수 부족 심각"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 사진=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복지위 위원들의 질의 응답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온도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경험 많고 유능한 의사가 의료 취약지에서 사명감으로 공공의료를 전담할 때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제공이라는 목적이 달성된다고 본다. 그러려면 우수한 교수도 지역으로 가야 하고, 우수한 학생들도 지역에서 제대로 배우고 10여 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과연 본인이나 본인의 자녀를 지방으로 보낼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국립의전원이 생기면 집을 떠나 10년 동안 지역에서 제대로 배우고 근무하고 계속 살아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고 우려했다.

특히 김 의원은 “로스쿨을 도입할 때도 법률 서비스 문턱을 낮추고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무변촌에 보내겠다고 했는데, 변호사가 늘었음에도 사실 그 취지대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저도 변호사를 하면서 과연 나라면, 내 자녀라면 보낼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상과 현실을 과연 얼마나 줄일 수 있고, 이게 실현가능한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윤 교수는 "공공의대를 포함한 다른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종구 교수 역시 "의사 양성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에 있는 대학 학생을 농어촌으로 보내는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경력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우봉식 소장은 "우리가 맛있는 빵을 먹는 것은 빵 가게 주인의 이기심 때문이지, 사명과 윤리와 책임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필수의료 강화 정책으로 공공정책 수가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이미 민간의료가 전체 병상 수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공병원을 자꾸 짓는다면 기존에 잘하고 있는 민간 병원을 망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우 소장은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부속병원이라든지 교육의 문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도 의사 수 정원을 조정할 때 의대를 신설하지 않고 각 기존 의대 인력을 증원하거나 감산하고 있다"며 "의대가 한 개 생기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도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빅5라고 하는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같은 비인기 과목에 전공의들이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세브란스는 11명 모집하는데 1명도 지원을 안 했고, 서울대도 14명 모집하는데 10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것을 보아도 공공의대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공공정책수가와 권역별 의료체계 확립, 지역 의료 서비스 질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며 "지방에 병원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질이 안 좋으면은 결국은 수도권 병원으로 다 KTX를 타고 올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사진=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이처럼 공공의대 법안에 회의적인 여당과 달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비난하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우리나라는 지역 격차가 매우 심각하고, 필수 의료인력 부족도 절실하다고 전체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게 사회적 인식인데, 우봉식 진술인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봉식 진술인과 같은 의료계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어 합의가 안 되고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2010년도와 2020년도를 분석해 보니 29세 이하 의사 수가 35.9%가 감소했고, 60세 이상은 184%가 증가했고 70세 이상은 205%가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의료인력이 1만명 정도 부족한 상태로 배출되고 있는데, 지금 공공의대를 시작해도 10년 뒤에야 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 그러면 30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인력 재앙 수준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우봉식 소장은 "스웨덴은 의사 1명이 한 달에 100명의 환자만을 진료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하루에 외래 진료 환자 수가 14.7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병상 수도 우리나라가 세계 1위다. 우리는 의료 과잉이 문제다. 의사 수가 적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진료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서영석 의원은 "우봉식 진술인의 진술이 상당히 궤변이라고 보인다. 의료인력과 의료 현실에 대해 상당히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도 "지난 2020년에 문재인 정부에서 3대 공공의료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그리고 3대 의료 정책 방향에 의사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이 담겼다. 그런데 이중 하나도 추진이 안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정합의에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재논의라는 규정이 있어 의사협회와의 논의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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