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온 이들일까.어린시절 꿈은 무엇이었고 왜 의사가 됐을까. 의사로서의 삶에서 언제 가장 보람있고 또 힘들었을까. 그리고 어떤 계기로 의협회장 출마까지 결심하게 됐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후보자 6명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성장배경과 가치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어른들은 사회초년생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로 젊은층은 윗세대를 이해하기보단 꼰대로 취급하기 십상이다. 시대의 흐름이, 사회적 변화가 어떤 때보다 빠르기 때문일까. 사회적 양극화, 이해갈등의 충돌, 세대 간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간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도전한 기호4번 박홍준 후보는 최근 '90년대생이 온다'를 읽고 있다. 단순히 자칫 멀어질 수 있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함도 있지만 나와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다.
특히 각자 분야가 전문화돼있는 의료계는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일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90년대생들이 온다'를 읽으며 내가 놓여있는 상황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며 "나와 다른 환경, 나이, 이해관계에선 어떤 고민을 하고 가치관을 갖고 사는지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의료계도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서로 껴안을 수 있는 대화합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 의미에서 박 후보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도 '시작은 투쟁이지만 투쟁의 완성은 대화합'으로 정했다.
그는 "지난 의료계 파업에서도 대화합이 있었기 때문에 큰 파급력이 가능했다. 젊은 의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전임의, 교수 등 선배 의사들이 이들을 적극 지지하면서 시너지가 발휘됐다"며 "현재 의료계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화합을 통한 시너지다. 미완성 단계를 완성시키는 대화합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어린 시절, 라디오 조립을 즐기던 공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의학과 공학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결국 사람을 고치는 일을 선택했다. 기계를 고치는 일도 가치가 있지만 기계보단 사람을 고치고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시련도 있었다. 전공의 수련 당시를 박 후보는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했다. 그는 "전공의 시절은 마치 물살을 거슬러 수영을 하는 것처럼 매일이 힘듦과 고난의 연속이었다"며 "전공의 1년차 때 윗연차 선배들과 회진 준비를 하던 긴장됐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를 버티게 해줬던 힘은 스스로에게 있었다. 박 후보는 "추운 겨울밤, 코피를 흘리며 응급실에 실려오던 환자들을 돌보고 환자가 더 나아지는 모습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며 "의사로서 미완성인 모습으로 시작했지만 힘든 순간을 지나면서 점차 성숙한 의사로 성장하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비인후과 중에서도 특히 귀를 전문 분야로 하고 있다. 박 후보는 귀야말로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 상도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가는 인재다. 박 후보는 "한 조직을 얼마나 화목하게 만드는 지가 리더의 덕목"이라며 "조직이 화목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가려줄 수 있어야 한다. 대화합을 통해서만 최강의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과 햇님이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내기를 했던 옛 우화를 인용했다.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며 강제로 밀어붙이기 보단 햇님이 자발적으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듯이 자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협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꼭 하고 싶은 일은 의협을 최고로 강한 조직으로 만드는 일이다. 대화합이라는 공감대 위에서만이 조직원들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독창력을 키워낼 수 있다"며 "공감대 속에서 다양성이 빛날 수 있고 그래야만 의협이 최고의 전문가 단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현재 의협 회원들이 최근 몇년간 투쟁 과정 속에서 큰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회원들 스스로가 자신을 대신해 투쟁하는 회장을 뽑아왔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 국회, 보건소, 국민 등과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의협을 건강한 단체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후보는 "국민들에겐 신뢰의 메시지로, 정부와 국회엔 정책 파트너로 신뢰받는 의협을 만들 것"이라며 "의협이 먼저 바로서야 의사면허 등에 대한 자율적 권한도 가질 수 있다. 서울시의사회에서 3년간 전문가평가제를 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과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살아온 인생에 대해 담담히 털어놨다. 그리고 그 순리대로, 가치관대로 앞으로도 올곧게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그는 환자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의사 동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을 살면서 힘들지 않은 순간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내 의지대로만 하려고 억지를 부리면 더 힘이 든다. 한꺼풀만 벗기면 누구나 비슷하다. 나의 뜻대로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삶이 그렇게 흘러가지도 않는다. 혼자만의 의지가 아니라 함께하는 새로운 의협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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