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의학과 한의학의 의료일원화 논란
지난달 초 의한정합의체 합의문이 공개되면서 의학과 한의학 간 의료일원화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는 합의문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작가는 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을 추구하는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말이 협진이지, 실제로 협진다운 협진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한 쪽에서 사고가 터지면 다른 쪽에서 수습을 하는 식이었다.
학술 교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파행을 맞았다. 당시 양측의 학문 교류를 위한 공동 세미나가 수차례 개최됐는데, 매번 서로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이에 대해 상대측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불쾌감을 표현했다.
어느 쪽이 사고를 치고 어느 쪽이 수습을 했는지, 또 어느 쪽이 질문을 하고 어느 쪽이 질문을 받았는지는 양측의 자존심을 고려해 밝히지 않겠다.
의료일원화, 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이라는 말은 아주 간단해 보인다. 양측이 서로 사이좋게 협의해서 돕고 나누자는 식의 논리는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각 학문을 지탱하는 이론의 성질이 완전히 다른 만큼 두 가지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동설과 천동설이 통합될 수 있을까. 그리고 진화론과 창조론은 일원화할 수 있을까. 동물의 절반은 진화됐고 절반은 창조됐다면 일원화를 통해 내린 결론으로 볼 수 있을까.
두 학문의 통합이 불가능한 건 개별 학문의 근본적인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동설과 진화론은 현대 과학적 검증을 기본으로 하고 천동설과 창조론은 종교적, 철학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현대의학과 한의학도 마찬가지다. 현대의학은 검증 가능한 현대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한의학은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와 혈의 운용과 음양오행을 기본 이론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는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한다.
가령 의학에서 말하는 간(肝)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은 같은 간이 아니다. 또 양측의 비장이 같은 비장이 아니며 편도가 같은 편도가 아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뜻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간의 학문적 교류가 불가능하다. 이 둘을 억지로 통합하면 '아무말 대잔치'에 가까운 논리의 파괴와 또 다른 갈등을 부를 뿐이다.
의료일원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더라도 면허 통합과 공동 이용을 주장하는 쪽이 있다. 이는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의 논리를 일부 차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누군가의 이기적인 목적과 행동에 국민 건강을 담보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의료일원화는 어느 쪽이 낫거나 우월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학문의 이론은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면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의 기본 개념을 받아들이고 충분한 이론 통합 과정을 거친 다음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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