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MRI 급여화,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
얼마 전 문재인 케어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던 MRI의 급여화 정책이 발표됐다.
기존의 뇌·뇌혈관 MRI는 먼저 촬영을 하고, 뇌에 이상이 발견되면 건강보험으로 처리했다.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비급여로 환자가 전액을 부담했다. 이 때 보험가는 25만원 정도였고 상급종합병원에서 비급여로 촬영하면 60~70만원선에 달했다. 만약 이상이 발견되는 확률을 50%라고 가정한다면 병원의 MRI 매출은 둘을 합쳐 평균 45만원이었다.
이 가격은 어떻게 결정됐던 것일까.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는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사실을 이제는 많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의료기관들은 건강보험 수가로 인한 적자를 MRI 검사를 통한 수익을 창출해 적자를 보전해 왔다.
MRI 기기를 구입하려면 대당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 운영에는 대용량의 전기와 기기를 들이기 위한 넓은 공간, 기기를 운영하는 촬영 의료기사, 그리고 이를 판독해야 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병원의 투자로만 이뤄진다. 이 때문에 병원은 원가를 감안해 이익을 남기기 위한 별도의 계산이 필요하다. 이렇게 경제 논리로 결정됐던 비급여 가격이 60~70만원에 달했던 것이다.
이번 MRI 급여화로 의료기관 종별로 수가가 27~29만원대로 결정됐다. 이 중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8~17만원 수준이다. 일단 의사로서 그동안 MRI가 비싸서 미처 촬영을 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부담이 줄었던 데 대해 큰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총 의료수가로 결정된 27~29만원이라는 비용은 어떤 논리로 결정된 것일까. 갑자기 원가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도 정부가 개발해 낸 걸까.
비용은 그대론데 가격이 대폭 줄어들면 병원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줄었으니 수요를 늘려 촬영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은 이미 24시간동안 MRI 검사실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 병원 인턴의 주요 일 중 하나가 새벽에 환자 침대를 MRI실로 밀고 가는 것이다. 더 이상 검사수를 무한대로 늘리긴 어려울 것이다.
작가 역시 환자의 한 명으로서 MRI 비용이 저렴했으면 좋겠다. 강남 아파트 가격도 저렴했으면 좋겠고 최고급 호텔의 숙박 비용도 저렴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신념과 경제 논리가 늘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신념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가 많아 보인다. 정부의 이번 '추석 선물'이 의료계에 큰 타격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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