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10년간 관련 기관 취업을 금지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 10년간 진료를 금지한 아청법 조항 역시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한 아청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위헌확인 심판을 청구한 A씨는 2014년 7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아청법 위반(강제추행죄)으로 징역 1년 6월 및 치료감호 등을 선고받았다.
A씨는 판결에 따라 치료감호소에 수용돼 있던 중 아청법 제56조 제1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아청법 제56조 제1항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는 10년 동안 가정을 방문해 아동·청소년에게 직접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아동·청소년 관련 유치원, 학교 등을 운영하거나 이들 기관에 취업 또는 노무를 제공할 수 없다.
아청법 제56조 제1항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사 역시 10년간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병의원에 취업할 수 없다.
이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성범죄자에 대해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게 입법 목적상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일정기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제한을 하는 것이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10년 취업제한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전력에 따라 어떠한 예외도 없이 그 대상자가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 등을 금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범죄행위의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 위험성이 상대로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인 취업제한을 부과하는 것은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익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10년 취업제한 조항은 이런 공익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성범죄자에 대한 취업제한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게 아니라 10년이라는 현행 취업 제한기간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달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사에 대해 10년간 진료를 금지한 아청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성범죄 의사의 10년 진료금지 규정은 법이 시행된지 4년 만에 효력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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