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수련병원들과 교섭을 시작한 가운데, 졸국 시즌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 의정갈등을 계기로 출범한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할 첫 시험대에 올랐다. 노조를 주도해온 마지막 연차 전공의들의 졸국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데다, 각 수련병원과 진행 중인 교섭 결과가 향후 조합원 결속과 노조 활동 동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노조 산하 개별 수련병원 지부들은 최근 지부장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상당수 수련병원에서 마지막 연차 전공의들이 지부장을 맡고 있는데, 이들이 오는 9월 졸국을 앞두고 있어 후임 인선과 인수인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공의노조는 의정사태 종료 이후인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했다. 중앙대병원 유청준 전공의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고, 출범 2주 만에 조합원이 3000여 명까지 늘어나며 의료계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었다.
지난달부터는 수련병원들과의 교섭도 본격화했다. 지난달 8일 백중앙의료원을 시작으로 한림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등이 전공의노조와 교섭을 진행 중이다.
출범 초기의 빠른 조직화와 병원별 교섭 개시로 전공의노조가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공의라는 신분 자체가 한시적인 데다, 수련 과정 중 노조 활동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은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출범 2주 만에 3000여 명에 육박했던 조합원 수는 이후 가입 속도가 둔화되며 지난 4월 기준 375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의정사태의 여파 속에서 노조가 결성될 수는 있었지만, 지속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노조를 설립하고 주도적으로 이끌던 전공의들이 졸국하고 나면 조직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특히 마지막 연차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뒤인 9월 이후가 전공의노조의 첫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청준 위원장 역시 졸국이 예정돼 있다.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각 병원 지부가 졸국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만큼 리더십 교체를 매끄럽게 해내느냐, 다른 하나는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서 전공의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느냐다.
특히 교섭 성과는 전공의노조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병원별 교섭을 통해 수련환경 및 처우 개선 등의 가시적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조합원 유지와 신규 가입 확대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교섭이 지지부진하거나 실질적 성과 없이 장기화될 경우 출범 초기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 측은 지부장 교체와 조직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서도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실질적 결실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전공의노조 유청준 위원장은 “지부가 있는 수련병원의 경우 전공의 대표가 지부장까지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상태다. 평상시에는 지부장들에게 크게 역할을 부여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많은 수련병원에서 지부장 인수인계가 이뤄지고 있다. 졸국으로 일부 인력이 빠져나가더라도 조직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건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라며 ”지금은 막 시작한 수련병원들과의 교섭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