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24 07:28최종 업데이트 23.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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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득표율로 압도적 당선된 박명하 위원장…예상보다 셌던 심판론, 지역 지지세력 '일조'

미리보는 의협회장 선거로 불린 비대위원장 투표…'16개 시도의사회 지지'와 '보수적 대의원 성향' 작용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이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간호법 철회 촉구 서울시의사회 대표자 궐기대회’에서 삭발식 단행 직후 투쟁을 외치고 있다. 당시 그는 "민주당은 의사를 개돼지로 알고 우리 의사에게 목숨과도 같은 면허강탈법이라는 개 목줄을 채우고서 원하는 대로 끌고 다니려 한다. 의사들이 조용히 엎드려 참고 있을 수가 있겠는가”라며 결사 항쟁을 주장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 최고 위기상황에서 해결의 실타래를 풀게 된 인물은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이었다. 23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 결선 투표에서 기호4번 박명하 후보는 70%에 육박하는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대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번 박명하 후보의 비대위원장 당선은 많은 것들을 의미한다. 우선 선거 결과를 보면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심판론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도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찬성표가 99표였지만, 반대표도 68표에 달했다. 현실적으로 연속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 집행부가 끝까지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좋다는 여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악재가 겹치고 비대위 구성이 가결되면서 집행부에 대한 불신 여론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한계를 느꼈다며 의협 집행부를 사퇴하고 강경 투쟁 노선을 정한 박명하 후보와 이필수 회장 저격수로 불리는 임현택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70%를 상회했다. 즉 대의원 70% 가량은 집행부 심판론에 동조한 셈이다. 

이처럼 강경 투쟁 노선을 밝힌 두 후보 중 2위 임현택 후보를 누르고 박명하 후보가 당선된 이유론 '보수적인 대의원들의 성향'이 영향을 줬다는 인식이 많다. 현 집행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많은 것은 맞지만 임현택 후보는 강경파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 보니 선택하기 꺼려하는 대의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임현택 후보가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향후 비대위의 투쟁 회무나 예산 집행 등 과정에서 현 의협 집행부와 큰 마찰을 빚게 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박 후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 대의원은 "일반 회원들에겐 임현택 후보의 강경한 행보가 사이다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대의원들 사이에선 오히려 우려를 표하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현실적인 것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임현택 후보는 현 집행부와 매우 적대적인 관계로 향후 비대위를 이끌면서 크고 작은 마찰로 인해 회무 집행이 어려울 소지가 많다"며 "박명하 후보는 집행부 부회장 출신이기도 하고 이 부분에서 보다 수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명하 후보가 대의원회 안에서 안정적인 지지세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당선의 주요 포인트다. 박명하 후보는 시도의사회 맏형 격인 서울시의사회를 기반으로 이번 선거에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 후보들에 비해 지역을 아우르는 지지 기반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향후 회무 진행에 있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뢰가 박 후보 지지의 주된 이유다. 

박 후보도 스스로도 이 부분이 당선에 가장 큰 일조를 한 것으로 뽑았다. 박명하 후보는 당선 직후 본지와 통화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16개시도의사회의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투쟁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대의원분들이 믿어주셨다. 이 부분은 출마의 변에서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대위가 1~2년 가는 것은 아니다. 빠르면 1~2달 사이에 결판을 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조직력을 기반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향후 관건"이라며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박명하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 당선됨에 따라 그는 차기 가장 유력한 의협 회장 후보로 부상할지 관건이다. 전반적인 의료계 내 민심이 '투쟁은 가능하지만 너무 편향되지 않은' 후보에게 기울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력한 후보들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으며 미리보는 의협 회장 선거였다는 평가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박명하 후보가 이기면서 그는 의료계 관심의 정 가운데 서게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만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해결이 묘연한 상황에서 법안 향방에 따라 오히려 비대위원장 자리가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비대위 회무 집행과 더불어 의협 집행부, 대의원회 운영위 등과의 협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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