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 황재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박능후 경기대 교수(사진)를 지명하자 의료계는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능후 후보가 복지를 전공한 탓에 상대적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의사를 포함한 다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SNS 등을 통해 복지부 장관 지명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으며, 앞으로 보건의료분야 정책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 예측했다.
국립대병원 A교수는 "보건의료를 잘 모르는 장관이 오게 되면 향후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 된다"고 말했다.
A교수는 "냉정하게 본다면 정치적으로 의사들보다는 일단 국민들을 위한 복지 관련 비중을 높이고 정책도 더 쏟아낼 수 있다"면서 "보건의료분야도 산적한 큰 이슈들이 많은데 이를 잘 파악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공공의료, 일차의료 활성화 등 풀어야 할 의료 문제가 많아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며, 의료와 복지는 속성이 다름에도 의료를 복지 시스템으로 풀어가진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는 설명이다.
A교수는 "박 후보자는 경제학과를 나오고 박사 과정으로 복지를 전공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라도 의료를 경제논리로 접근하지 않을까 걱정 된다"면서 "의료는 공무원들이 아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A교수는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대안은 복수차관제를 도입해 의료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사청문회, 이런 검증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오는 18일로 결정된 박능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중요한 보건의료 관련 질문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통 청문회에는 후보자와 관련된 개인적인 문제나 재산·비리 등의 측면이 부각되지만 전문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 중 보건과 의료, 복지가 중첩된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기 때문에 무조건 복지로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치매국가챔임제야 말로 가장 대표적인 보건·복지·의료가 함께 연계해 수행해야 하는 정책으로, 이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일차의료 활성화, 적정 수가 보장 등 의료공약들이 많았지만 실제 세부 컨텐츠는 빈약한 상태"라면서 "장관으로서 어떻게 공약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B씨는 "정부는 60%에 머물러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도 큰 폭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확대할 것인지도 궁금하며, 복지전문가가 얽혀있는 의료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답변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개원의 C씨는 "개원가 입장에서 동네의원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데,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일차의료에 얼마나 식견이 있을지 궁금하다"면서 "일차의료가 위축되어가면서 개원가는 고통에 있다. 앞으로 일차의료특별법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의견을 알고 싶다"고 설명했다.
C씨는 "유럽의 국가들을 보면 일차의료가 예산과 인력 면에서 전체 의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복지부 복수차관제와 함께 실국 수준의 일차의료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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