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지난해 일부 수련병원 내 전공의 폭행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며 파장이 일었지만 여전히 전공의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수련환경은 갈 길이 멀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지난 30일 서울대학교병원 암병원 서성환홀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주최로 열린 ‘병원 내 젠더폭력의 권력구조와 피해자 중심 해결방향’ 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안 회장은 “병원 내 폭력, 성폭력 문제는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라며 “여성 전공의 3805명 중 성추행을 가끔 혹은 자주 경험한 경우가 약 20%라는 통계가 있다. 이는 곧 여성 전공의 544명 중 약 24%가 성추행을 겪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2017년 접수받은 민원 200건 중 폭력이나 성폭력은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회장은 “조금 전 처리규정을 의결하는 자리를 다녀왔는데 부결됐다”며 “(폭력을 경험한 전공의가) 신고하면 어떻게 되고 누가 다뤄야 하는지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에 대해 분명히 알려야 한다. 실제로 이런 것들이 실현된 세상에 대해 상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안 회장은 “오랫동안 의료계에 존재했던 문제인 만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국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환경 실태 조사 결과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에서 근무 중 언어 폭력(71.2%), 신체 폭력(20.3%), 성희롱(28.7%), 성추행(10.2%)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회장은 “미투운동이 사회전반에서 다양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중에도 유독 의료계, 전공의로부터 미투운동은 전무한 지금의 상황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병원은 폐쇄성이 강해 폭력을 경험한 피해 전공의가 원내 절차에 따라서는 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실질적으로 원장 및 교육수련부 담당자는 과장급 진료의사가 역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강남세브란스병원 사태에서도 보이듯이 학회 및 논문 문제를 악용해 압박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을 경험한 피해 전공의와 가해자 분리가 미흡하고 이동수련 제도 역시 활용 가능성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안 회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 근무하게 되며 이동 수련의 권한이 병원에 있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과태료 부과를 하더라도 낮은 액수로 인해 병원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그는 수련병원 내 폭력 사건 해결을 위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피해자에 대한 폭행 사실이 적절하게 접수될 수 있도록 민원 절차를 개선하고 추가적인 법률지원 서비스 제공도 고려해야 한다”며 “나아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완전 차단을 위한 방안도 법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 회장은 처리규정 외에도 △이동수련 절차 개선 △지도 전문의 자격 제한 및 관리 강화 △의료질평가 지원금 책정에 반영 △과태료 변경 △지정취소 처분 대상을 수련병원이 아닌 전문과목 단위로 변경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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