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7.12 11:56최종 업데이트 19.07.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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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5년간 의료행위·검사 코드 표준화 해보니…

의료정보학회, 행위 중심 코드 분류로 효율성 높이고 데이터 신뢰성 확보 사례 소개

사진: 서울아산병원 이상오 의료정보실장.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료행위 코드를 표준화한 경험이 11일 고려대의과대학에서 대한의료정보학회가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공유됐다. 서울아산병원은 5년에 걸쳐 의료행위 및 검사 코드를 표준화 했던 사례를 발표하고 표준화의 필요성, 지속가능한 표준화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새로운 표준 체계는 조직 또는 장소의 개념을 배제하고 행위 자체 관점으로 설계한 분류 체계다. 정보의 중요도가 높고 변경 가능성이 낮으며, 업무 또는 시스템 간 공유해야 하는 속성을 중심으로 속성 체계도 만들었다. 

또 새로운 표준 체계는 급여화 등 제도 변화로 인한 외부적 요인으로 변경 상황으로 인해  코드가 무한 생성되지 않고 기존 분류 체계 안에서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의료행위 관점의 표준 분류 체계로 의료 효율성 향상

서울아산병원 이상오 의료정보실장은 WHO의 ICHI 등을 기반으로 의료행위 코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한 과정을 밝혔다.

이 실장은 "옛 시스템이었던 아미스2.0 시절에는 심전도 검사를 검색하면 비슷한 종류의 코드가 14개 나왔다. 심장내과, 외래, 검사실 내 심전도실, 소아과 등 검사 장소와 연구 목적인지 여부 등에 따라 같은 검사인데도 불구하고 코드가 각각 다르게 부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오더 내는 사람이 어떤 코드를 내야하는지 헷갈려 쉽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또 이렇게 추산하면 통계도 정확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며 "그 이유는 코드 체계가 과거에는 시행 장소, 조직을 중심으로 부여됐고 그 외에도 특별한 목적에 따라 새로 코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코드 분류는 통계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됐고 실무하는 사람들조차 같은 검사인지, 어디서 하는지 구분하기 어렵게 했다"며 "서울아산병원은 이러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표준 체계는 조직 또는 장소의 개념을 배제하고 행위 자체 관점으로 설계한 분류 체계다. 과거 slip 위주의 코드 체계에서 행위 자체의 고유한 분류를 기반으로 자동 채번되도록 했다"며 "정보의 중요도가 높고 변경 가능성이 낮으며 업무 또는 시스템 간 공유해야 하는 속성을 관리하는 속성 체계도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우선 옛 시스템의 코드를 분류해봤다. 검사, 수술, 시술, 간호처치 등으로 구분됐다. 의학 발전에 따라 겹치는 부분과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며 "표준화하면서 제일 먼저 이를 단순화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크게 행위를 검사와 치료 두 가지로 구분하고자 했다. 그 다음에 검사, 치료, 수술 등 코드를 나열하고 분류해봤다"면서 "검사는 검체검사인지 환자대상검사인지로 구분했다. 치료는 해부학적으로 분류했다. 그러자 분류되지 않은 나머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따로 구분할 수 없어 파생행위로 구분했다. 파생행위는 검사나 치료 등 행위에 따라오는 행위로 봤다. 이로써 크게 검사, 치료, 파생행위 등 세 가지로 코드를 나눴다"며 "물품 또는 약제인데 행위 코드로 만들어진 것도 원래 속성에 따라 되돌려놨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WHO의 ICHI, LOINC, 진단검사의학재단 연구 보고서의 표준체계 등을 레퍼런스로 삼았다"며 "모든 의료 데이터를 쉽게 사용하고 정돈된 형태로 축적하며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위해 의료행위를 3-Axis 형태인 Target, Action, Means 구조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체 검사는 진단검사의학재단 연구보고서 '검체 항목 분류체계 개선방안'을 환자 대상 검사 및 치료는 'WHO ICHI Alpha-2'를 참조했다. ICHI의 3-Axis를 분류 뿐 아니라 코드의 유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식별 속성으로 활용하기 위해 속성을 보완했고 서울아산병원만의 3-Axis 체계를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분류체계는 장소를 무시하고 검차 자체에 집중해 분류했다. 대분류에 의미 두는 알파벳 하나, 중분류에 알파벳 하나 등 총 알파벳 2개로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며 "나머지는 무작위 일련번호로 만들어 식별체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대분류 검사 영역은 A부터 H까지다. A부터 F까지가 검체검사고 G와 H는 환자대상검사다. 환자대상검사는 다시 기능인지 촬영인지 세부적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치료 영역은 H부터 S까지다. Z는 파생행위다. Y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옛 시스템에서 썼던 코드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렇게 분류하면, 옛 시스템에서는 신경계통 검사만 해도 수 없이 많았던 비체계적인 코드를 정리할 수 있다. 새로운 기준에 따라 검사 자체의 본질적 속성에 맞게 분류하면 간추려지게 된다"며 "또 수행부서가 변경돼도 코드를 재채번하지 않아도 돼 훨씬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속성 체계도 만들었다. 코드 내에도 코드가 가진 속성이 있는데 이를 정리해야 한다. 식별속성인지, 식별에 참조될만한 식별참조속성인지 등 정보의 중요도가 높고 변경 가능성이 낮으며 업무 또는 시스템간 공유해야 하는 속성 48개를 도출했다. 명칭은 영문 약어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환자에게 직접 보여줄 때만 한글로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기준정보unit 경영분석팀 김경남 과장.

병원 내 전담조직 통해 표준 체계 품질 유지하고 유연성 확보

서울아산병원 기준정보unit 경영분석팀 김경남 과장과 같은 팀 윤무용 과장은 속성별 정비 사례, 새로운 의료행위 체계를 병원에 적용하면서 겪은 사례, 표준체계의 높은 질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점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의료행위를 관리하는 속성은 많지만 그 중에 전사표준화조직에서 관리하는 속성은 행위를 식별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정의와 관련된 속성으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의료행위를 식별하는 속성은 아니지만 활용시스템에 배포하기 전에 정의해야 하는 속성인 경우에는 전사표준화조직 관리 속성으로 포함했다"며 "전사표준화조직에서 배포 받은 속성을 기반으로 그 외 업무 구분에 필요한 속성은 활용 시스템에서 각각의 용도에 맞게 별도 관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속성 체계에는 48개의 속성이 있다. 식별속성으로 시행대상, 분석물질, 검체종류, 시행범위, 시행방향 등이 있다. 질환명, 시행목적, 나이유형, 검체채취 시각 등도 있다. 진정여부, 조영제사용여부, 위탁여부, 검체채취 수단 등도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코드 구별은 병원의 자체의 속성뿐 아니라 심평원, 법적 이슈, 의사 선생님의 요구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이뤄진다. 이를 모두 유연하게 관리하고자 텍스트로 식별보완하기로 했다"며 일자별, 인원별, 수술단독여부, 부위별 등 내용을 텍스트로 관리하고 이를 사람이 직접 관리하도록 해 코드 분류의 확장성을 가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전사기준정보의 속성에서는 식별 속성과 비식별 속성을 구별해야 한다. 비식별 속성은 바뀌더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새로운 표준 체계를 도입하고 나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코드가 바뀌는 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표준 체계에서는 기본적으로 행위코드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비급여 였던 부분이 급여화 되거나, 부서가 다른 곳으로 변경되는 등 속성의 변경 요건이 발생해도 식별속성이 아닌 경우에는 의료행위 코드는 그대로 두고 확장 가능한 구조로 체계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정비 과정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죽은 코드가 1차 정비 대상이었다"며 "미사용 코드는 YY코드에 무작위 일련번호 네 자리로 채번한다. 1차 정비 기준을 10년 무실적으로 잡았는데 7년 무실적인 경우에도 배치 부서에 문의하니 안 쓰는 경우가 있었다"며 "2차 정비에서는 5년 무실적 코드를 미사용 코드로 바꿨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오래된 무실적 코드가 갑자기 실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부서에 가보니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독일에서 장비를 들여와 앞으로 쭉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에 속성 체계를 정비해 코드를 재채번했다"고 말했다.

그는 "3차 정비에서는 1차와 2차 기준으로 속성 정비를 하지 않은 미사용 코드를 라이브 데이터에서 종료 처리했다"며 "3차부터는 의료진이 코드를 요구하는 등 이슈가 발생하면 과거 미사용 코드를 복원하지 않고 새로운 코드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과거에는 병원에 입사하면 선배들로부터 가이드를 받아 헷갈리는 코드 명칭을 익혀 처방을 했다. 정비 과정에서 이처럼 헷갈리기 쉽고 비효율적으로 묶여진 코드를 상세화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수행했다"며 "코드를 합번하거나 분리하고 그룹코드와 개별코드도 분류해 검사가 미완성 상태인지 여부까지도 전산을 통해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기준정보unit 경영분석팀 윤무용 과장.

윤무용 과장은 "많은 의료기관이 표준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표준화만 하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표준 체계만 만들고 끝나면 품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품질 유지 및 향상을 위한 별도의 노력 없이는 오랜 기간 많은 인력과 노력을 들여 달성한 품질이 자칫 일회성으로 그치게 된다"고 짚었다.

윤 과장은 "표준 체계를 만든 이후에는 표준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관리하는 방법이 그 다음 단계라고 보면 된다. 기존에 이를 관리하던 부서에 맡기면 원래 하던 관성에 의해 품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조직은 변화를 싫어하는 관성의 법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데이터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새롭게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만드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며 "품질 유지와 향상을 위해 관리하려면, 시스템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일단 시스템에 담아 검증을 해야 한다. 시스템에 담지 못하는 것은 전담 조직을 통해 담당자들이 검토하고 반려하거나 승인해서 배포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증 단계에서 반려하는 사례를 소개하자면, 의료행위가 아니고 물품인데 분류를 요청할 때 담당자가 살펴보고 충분히 기존 코드로 사용할 수 있으면 이러한 요구사항을 반려한다"며 "임상용어는 담당자만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술명을 신청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담당자가 검토해서 기존에 이런 수술명이 있는데 동일한 의미이니 이를 사용하라고 반려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표준 체계를 잘 만들어 배포해도 현장에서 그대로 쓴다는 보장은 없다. 실시간으로 명칭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캐치할 수도 없다"며 "시스템적으로 배포한 데이터의 명칭이 규정에 맞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검증을 해야 한다. 품질을 측정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계속 모니터링하고 피드백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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