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와 종합내과 김선욱 교수 연구팀이 섬망 관리에 필요한 여러 중재 요소를 하나로 묶은 ‘통합 섬망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병동에 적용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18알 밝혔다.
연구 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Age and Ageing’ 2026년 4월호에 게재됐다.
섬망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식 장애, 이상 행동, 환각 등을 보이는 급성 뇌기능 장애다. 입원한 고령 환자 4명 중 1명꼴로 발생할 만큼 흔하며, 낙상 위험을 높이고 신체 기능을 떨어뜨려 회복과 예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주요 가이드라인은 위험 약물 조정과 환자의 시간·장소 인식을 돕고 수면·활동 주기를 회복시키는 비약물적 중재를 핵심 예방 전략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고령 환자는 여러 질환으로 다양한 약물을 복용해 위험 약물 조정이 쉽지 않다. 또한 제한된 의료 인력과 시간 안에서 다양한 비약물적 중재를 체계적으로 병행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통합 모델이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원 환자에게 섬망이 발생하더라도 중증도가 심해지지 않도록, 제한된 인력과 시간 안에서도 시행 가능한 통합 섬망 관리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프로그램은 환자가 입원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벤조디아제핀계·항콜린성 약물 등 섬망 고위험 약물을 검토·조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섬망 예방 교육영상 제공, 병상 주변 인지보드로 지남력(시간·장소·사람에 대한 인식) 유지 돕기, 매일 아침 밝은 빛에 노출시켜 수면-각성 주기 회복을 돕는 광치료를 하나로 묶었다.
의료진 중심이던 관리 체계를 보호자까지 확장해, 환자의 평소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보호자가 곁에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지남력 유지를 돕도록 했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내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 203명(평균 연령 70대)을 대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전향적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64명(중재군)에게는 통합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나머지 139명(관찰군)은 기존과 같은 일반 진료를 받도록 했다. 입원 1일차, 3일차, 7일차의 섬망 중증도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프로그램을 적용받은 중재군은 그렇지 않은 관찰군보다 입원 7일차 평가에서 섬망 중증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중재 요소 중 약물 조정의 효과가 입원 3일차부터 가장 빠르게 나타나 7일차까지 이어졌다. 또한 여러 중재 요소를 많이 적용받을수록 입원 7일차 섬망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누적 효과’를 보여 통합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박혜연 교수는 “고령 환자의 다약제 복용과 제한된 의료 자원으로 인해 섬망 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중재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섬망 위험 약물 조정, 환자 및 보호자의 참여를 결합하면 실제 입원 병동에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통합 관리 모델을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입원 기간뿐 아니라 퇴원 후까지 환자를 추적 관찰해, 환자별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섬망 예방·관리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