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한방 교차고용이 법률적으로 허용된 가운데, 한의사가 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하는 비율은 98.33%에 달하는 반면 의사가 한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하는 비율은 1.6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방병원 자동차보험 청구 금액 중 의사에 의한 청구가 10%에 달하면서 한방병원에서 MRI 검사나 도수치료 등 '세트청구'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한 상황이다.
의료계는 의한방 교차고용으로 인한 보험 재정 누수 등 문제가 크다며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8일 '대한민국 한방의 실태와 의한방 교차고용 문제의 고찰'을 주제로 제2회 전국의사 의료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병의협 정재현 부회장은 이날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최근 3년 한방병원이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에 청구한 의과 진료 규모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선 의사가 한의사에게 협진 의뢰를 하는 비율은 1.67%에 그치는 반면 한의사가 의사에게 의뢰하는 비율은 98.33%였다.
정 부회장은 "협진 제도 자체가 일방적으로 한방병원의 의과진료 확대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협진 제도와 의한방 교차고용으로 인해 한의학과 의학의 발전이 도모되기는 커녕 막대한 건강보험과 자동자보험 재정이 낭비되는 결과만 낳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방의료기관의 의과 진료비 규모를 보면 2024년 한방병원 전체 건보 진료비는 약 8252억원이었으며 이 중 의과 진료 실적은 약 1483억원으로 18%에 달했다. 반면 의과의료기관의 한방 진료비 비중은 2024년 기준 0.38%에 불과했다.
또한 한방병원 자동차보험 청구 총액은 2022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3조 1487억원으로 이중 의과진료 청구액은 3073억원으로 9.76%였다. 반면 의과의료기관의 한방 자동차보험 청구액은 1.5% 수준이었다.
한방의료기관의 의사를 통한 자동차보험 진료 상병코드를 살펴보면 목부위의 염좌가 14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요추 및 골반의 염좌가 1068억원, 두개내 손상이 98억원, 견갑대 염좌가 91억원 등이었다.
정재현 부회장은 "자동차보험의 경우에도 한방병원의 의과진료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이 드러났다. 특히 한방병원에서 의사를 고용해 환자들에게 의과진료를 제공하면서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증 질환 진료에서도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2022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한방병원에서 의사를 통해 실시한 자동차보험 진료의 상위 상병코드를 보면 자동차 사고 환자에서 흔한 경미 손상 관련 청구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지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재정의 안정성은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며 "보험재정의 위기로 인해 건보와 자보 모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대명제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낭비되고 불필요하게 누수 되는 재정이 있다면 이 부분은 최소화해 보험재정의 안정화를 꾀해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한방 교차고용은 보험 재정 누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교통사고 환자의 경미한 통증 치료에 대해 한방병원은 침술과 추나에 더해 의사의 처방으로 MRI 검사나 도수치료까지 '세트청구'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보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경상 환자 대상 한방 세트처방 청구 규모는 2017년 1929억원에서 2022년 744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 부회장은 "보험업계는 한의계의 교통사고 환자 세트 청구를 주요 과잉진료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중복치료는 환자의 편익 향상보다는 의료기관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것이어서 보험 재정의 건정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제도상 한방병원은 의사만 채용하면 사실상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진료과를 개설할 수 있다. 반대로 병·의원도 한의사만 있으면 침구과 진료를 할 수 있는 상태"라며 "이로 인해 본래 각 면허 영역 밖에서 행위가 교차고용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험 청구되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고 급여 기준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정책 제언으로 그는 "의원급에서 이미 금지된 교차고용을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한방병원에 의사를 두거나 일반병원에 한의사를 두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각 면허 본연의 영역에서만 보험청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건보와 자보에서 의과와 한방진료는 동일 재정에서 지출된다. 이는 한쪽 진료비의 급증이 전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구조다. 이에 의과와 한방 재원을 분리해 최소한 지불제도와 재정 규모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한 쪽의 진료비가 과다 지출되더라도 타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