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은 성명 동의했지만 성명 발표 이후 내부 이견…병협은 '병원급 참여' 문구 문제, 결재라인도 누락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오는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보건의약계 단체간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약사회가 원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병원협회와 한의사협회는 입장을 슬며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은 지난 19일 오전 배포된 보건의약 5개단체 공동성명서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성명에 이름을 올린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총 5개 단체로 성명서는 정부의 6월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인 성명 내용을 살펴보면 ▲초진 반대 ▲초진 허용 대상자 구체적 기준 설정 ▲병원급 비대면진료 반대 ▲법적 책임 명확화 ▲플랫폼 불법행위 관리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 오남용 금지 등 6가지 제안이 담겨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성명이 나온지 1시간여만에 병협과 한의협이 공동 성명에서 이름을 뺐다.
한의협은 사전 상의없이 공동 성명이 발표됐다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양의사협회가 관련 성명서에 대한 논의 중 어떤 사전 동의 없이 한의협 명의를 그대로 차용해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렸다”며 “이는 결코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며, 한의협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린 중차대한 불법행위로 이에 대한 공개사과와 관련 임원에 대한 문책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한의협의 경우 성명이 나가기 전 실무자 간 의견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즉 한의협이 비대면진료 6가지 제안에 동의한 이후에 성명이 나갔지만 그 이후, 내부 이견이 발생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협 관계자는 "입장문 구성 시 오히려 한의협이 적극적으로 상세 의견을 제시했던 기록까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반면 병협이 빠지게 된 케이스는 좀 다르다.
병협은 원래 비대면진료에 조건부 찬성하는 입장으로 의협과 약사회 등과는 애초에 어느 정도 입장 차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비대면진료를 원격의료산업계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플랫폼 업체들을 견해하고 시범사업을 철저히 검증하자는 취지에서 4월 21일 공동 성명에선 병협도 참여를 결정하게 된다.
병협이 지난달과 달리 이번 5월 19일 공동 성명에서 이름을 제외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병원급 비대면진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문구 때문이다.
지난달 성명에선 '병원급 참여'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며 향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적절히 반영돼야 한다'는 점만 부각됐다.
특히 문제가 된 지난 19일 성명에선 병협 측 결재라인이 누락된 채, 성명이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병협의 수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의협 측 담당자가 지난달과 동일하게 5개단체 공동성명으로 배포한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담당자 선에서 이견이 없으면 타 단체는 컨펌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병협은 한의협과 달리 결재라인 누락이 사실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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